[낚시터]

수도권 4짜터

여주 남한강 전북리 본류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태흥 필드스탭

▲드론으로 촬영한 낚시 구간.

멀리 가운데 보이는 섬 같은 지형이 전북교 밑을 흐르는 용담천과 남한강 본류가 만나는 곳이다.

사진 왼쪽 연안이 소개하는 낚시구간이다.

▲44cm 붕어를 올린 박재영 씨.

지난 5월 30일에 찾은 곳은 경기 여주시 금사면 전북교 인근으로 다리 밑으로 흐르는 용담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이다. 포인트는 합류 지점에서 상류 방면 약 500m 지점의 본류권. 원래 전북리권은 좀 더 상류에 있는 둠벙 일대가 유명했고 본류권에서는 거의 낚시를 하지 않았으나 최근에 조황이 확인돼 낚시인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사실 현장에 도착해 포인트 여건을 살펴보니 진입 여건이 너무 나빠 이곳까지 온 것을 후회했다.

악몽은 먼저 다녀온 윤병훈(송우) 씨가 ‘나오면 허리급이고 4짜도 섞여나온다’며 보내온 44cm의 붕어 사진을 보는 순간 시작됐는데, 진입로에서 포인트를 바라보니 멀리 거친 수풀 속으로 차량이 드문드문 보였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진입로가 일반 도로가 아니고 50도 정도의 급경사라 비명이 절로 나왔다. 전날 들어가 있던 김성진(팔도)님의 안내로 길을 제대로 찾기는 했지만 급경사와 좁은 도랑길을 건너는 통에 뒷범퍼는 엉망이 됐고 흠집까지 생겼다. 나를 따라 들어온 친구 박희설(어친)의 차 뒷범퍼는 도랑을 건널 때 크게 파손돼 정비소에 들어갈 수준이었다.

도착한 포인트는 더욱 기가 막혔다, 물속에 좌대를 펴야만 하는, 일명 수중전 포인트가 아닌가! 필자는 아직 한 번도 수중전을 해보지 않았던터라 막막했지만 어렵게 들어온 곳인 만큼 그냥 나갈 수는 없었다. 동행한 박희설 씨를 설득해 한 번 부딪쳐 보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여주시에서 무차별적으로 낚시금지 구역을 지정, 낚시인들이 자주 찾던 전차수로, 도리, 강천리, 양촌리 등에 차량 진입을 막는 말뚝이 박히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어려운 곳까지 낚시인들이 찾아오게 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화가 났다.

▲드론으로 촬영한 필자(왼쪽)의 낚시자리.

물속에 말풀이 많이 채비를 집어넣기가 쉽지 않았다.

▲44cm 붕어 계측 사진.

바닥 거칠고 방류로 수위 변화까지…

소개하는 구간은 최근 몇 년 간 진입로가 막혀있어 낚시인들이 덜 찾던 곳이다. 그러다 5월 말 즈음부터 4짜가 잘 낚인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더니 현재는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 되었다.

물색이 맑아 낮낚시는 어려울 것 같은데 옆에서는 대낮임에도 허리급 붕어를 걸어내고 있었다. 마음이 급했지만 물속을 드나들며 대편성을 하려니 여간 불편하고 힘든 게 아니었다. 대편성을 마치고 하나 둘 대를 펴가며 채비를 던져 보았다, 하지만 몇 번을 던져도 구멍 찾기가 쉽지 않았다. 워낙 바닥에 말풀이 무성하고 청태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10여 번을 던지며 찌 서는 곳을 찾느라 12대 편성하는데 2시간 가까이나 걸린 것 같았다.

점심식사 후에 차라리 좌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시원할 듯 싶어 다시 물을 헤치고 좌대에 올랐다. 옆에서 장박하시는 분이 “머리가 벗겨질 정도로 더운 날 낮에 입질 받으면 모두 4짜일 정도로 큰 붕어는 낮에 움직인다”며 낚시를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옥수수를 달아 찌를 세웠다. 하지만 바람에 밀리는 부유물에 찌가 떠내려가는 통에 낚시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하루에 몇 차례씩 수위 변화까지 생겨 더욱 낚시를 힘들게 만들었다.

이곳의 수위 변화에 영향을 주는 1차 원인은 충주호의 방류다. 방류된 물은 일단 탄금호(조정지댐)에 저장된 뒤 서서히 방류되는데 이때 수위가 올라가게 된다. 그 다음 영향은 팔당댐의 발전방류다. 이때 다시 수위가 내려간다. 여기에 청평댐의 방류도 수위에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수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 3곳이나 되다 보니 이곳의 낚시는 너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진입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길이 험하다.

▲36cm 월척을 올린 필자.

▲수풀 속에 가린 포인트.

▲수중전을 펼친 오정승 씨.

생자리 수중전에 올라온 허리급 월척

늦은 오후에 이상훈(필드붕어) 후배가 찾아왔다. 이상훈 씨는 필자의 자리 하류 쪽에 생자리를 만들고 역시 수중전으로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이곳의 입질 시간대는 해지기 전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그리고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이며 동틀 무렵은 무조건 붕어가 나온다고한다. 그러나 어둠이 내리고 밤낚시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입질은 없었다.

힘든 낚시를 한다는 것을 붕어가 아는지 그 보상으로 새벽 4시50분에 첫 입질이 찾아왔다. 말풀을 가득 뒤집어쓰고 나온 붕어는 36cm의 허리급 붕어였다. 이 붕어로 전날의 고생은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

동이 트면서 옆자리의 박희설 씨도 입질을 받아 붕어를 끌어내고 있었다. 37cm의 대형 붕어였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중 튀어 오르며 자동방생이 되고 말았다. 박희설 씨는 동이 튼 이후인 오전 6시에 다시 입질을 받아 34cm의 붕어를 낚아냈다. 나는 아침 6시40분에 멋진 찌올림을 놓치지 않고 챔질해 34cm 월척 붕어를 추가로 올릴 수 있었다.

이후 두 번 정도의 입질이 더 있었지만 집중력이 떨어져 놓치는 바람에 조과를 추가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주변의 다른 낚시인들도 동이 트면서 이곳저곳에서 붕어를 끌어내고 있었다. 박희설 씨도 이때 또 다시 입질을 받아 월척 붕어 한 수를 추가하였다.

▲필자가 올린 월척 조과.

▲연안을 따라 대좌대를 설치한 낚시인들이 초저녁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출조한 박희설 씨가 방금 올린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훈 씨 44cm로 취재일 최대어 낚아

아침에 몇 방울의 비가 내리더니 이날은 종일 흐린 채 바람이 불었고 물흐름도 있어 낚시가 어려웠다. 나중에 현지 낚시인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이곳 남한강은 전북교 하류권인 세월리에서부터 낚시가 시작된다고 한다. 4월부터 붕어가 움직이기 시작해 제일 먼저 세월리로 회유하는 약 한 달간 낚시가 잘 된다. 5월이 되면 상류권인 전북리로 이동하게 되어 역시 한 달간 낚시가 잘 되며 6월이 되면 입질이 뜸해진다는 것. 또한 씨알이 굵어 5월에 낚이면 거의 허리급이고 네 마리 잡으면 그중 4짜 한 마리는 덤일 정도로 대물 붕어가 자주 낚인다고 한다.

아무튼 날씨가 우중충해서인지 저녁 시간부터 밤늦도록 추가 입질은 받지 못했다. 주변 다른 낚시인들도 입질이 없는지 챔질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다음날인 5월 31일 새벽, 잠깐 휴식을 취하고 일어나 다시 낚시를 시작해 보았다. 아침 6시가 되자 상류권으로 이동한 이상훈 씨가 입질을 받아 44cm의 대물 붕어를 잡아내었고 목줄이 터지기도 하는 등 홀로 집중적인 입질을 받고 있었다.

그 외의 다른 낚시인들에게는 거의 입질이 없었지만 이상훈 씨와 그 옆의 박재영 씨는 간간이 입질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자리한 포인트는 약간 굴곡이 진 곳으로 부유물 영향을 덜 받는 덕분에 낚시 여건이 좋아보였다.

오전 8시30분쯤 가장 왼쪽에 세워 두었던 3.2칸 대의 찌가 솟아올랐다. 거의 만 24시간 만에 만나는 붕어로, 거세게 저항하며 뜰채에 담긴 붕어는 허리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32cm의 월척이었다.

살림망에 들어 있던 붕어 4마리를 확인하고 살던 곳으로 보내 주었다.

이곳은 말풀이 무성해지기 전인 5월 초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어려웠던 남한강의 조행기를 마친다.

내비 주소 금사면 전북리 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