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로드 컴포넌트]

릴시트 2 권총 손잡이

‘캐스팅 핸들’을

기억하시는지요?

조홍식 루어낚시 100문 1000덥 저자

▲배스로드용 릴시트의 변천 과정.

1980년대의 권총형 손잡이 (캐스팅 핸들)가 달린 배스로드(맨 위), 마니아들의 기호품으로 마그네슘 합금제 오프셋 릴시트에 호두나무로 깎은 멋진 손잡이가 부착된 현대판 캐스팅 핸들(2열), 빈티지한 멋을 내고 있는 알루미늄 오프셋 캐스팅 핸들(3열), 블랭크 관통형식의 루어낚싯대가 유행하게 되고 1985년부터 후지공업에서 베이트캐스팅 로드용 파이프형 트리거 시트가 개발된 이래, 일반적인 릴시트로 자리 잡은 배스로드(4, 5열).

스피닝 로드의 릴시트와 베이트캐스팅 로드의 릴시트는 확실하게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겉모습으로만 본다면 스피닝로드 릴시트와 대동소이하고 트리거가 돌출된 형태만이 다르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근본부터 다른게 베이트캐스팅 로드의 릴시트이다.

릴시트는 그 속으로 블랭크가 관통하고 있는 형태가 당연하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19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루어낚싯대 블랭크는 손잡이, 정확히는 릴시트 윗부분에 접착, 고정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블랭크가 릴시트를 관통해 낚싯대 끝부분까지 이어져 있어서 감도의 전달, 즉 손맛을 보장한다는 신형 루어낚싯대가 탄생한 것도 그즈음이다.

▲후지공업(富士工業)의 ‘캐스팅 핸들’ 개발 과정과 일반적인 ‘트리거 시트’로 변천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도표.

▲일본의 조구업체인 스미스(SMITH)의 캐스팅 핸들 로드.

1970년대부터 생산하던 캐스팅 핸들이 부착되는 배스낚싯대를 현대적 감각을 되살려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후지공업(富士工業)에서 작년과 올해에 한정판매하고 있는 캐스팅 핸들.

과거의 캐스팅 핸들을 재해석하여 현대화시켰다.

▲후지공업(富士工業)에서 작년과 올해에 한정판매하고 있는 캐스팅 핸들.

과거의 캐스팅 핸들을 재해석하여 현대화시켰다.

베이트캐스팅 로드 릴시트의 원래 모습

그 당시까지의 베이트캐스팅 로드의 릴시트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캐스팅 그립’이나 ‘캐스팅 핸들’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그 외형 덕분에 ‘피스톨 그립’, ‘권총형 손잡이’ 등으로 더 자주 불렸다. 특히 전문적인 배스낚시용 낚싯대는 그러한 모습을 하는 게 당연했다. 과거에 배스낚시용 낚싯대로 유명했던 펜윅, 가르시아, 피닉스, ABU, 다이와, 스미스, 레스터파인 등등 어떤 브랜드를 막론하고 베이트캐스팅 로드의 릴시트는 100% 캐스팅 핸들 형태였다.

권총 그립 모양이 된 이유라고 한다면, 릴의 모양과 설치 위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베이트캐스팅릴이 둥그런 원형인 데다 낚싯대의 위쪽에 설치하다 보니 태생적으로 이러한 설계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 배스낚시용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베이트캐스팅릴은 스웨덴의 ‘ABU 앰버서더 5000시리즈(ABUAmbassadeur 5000, 5000C, 5500C 등)’인데,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절대 민물용이라고 볼 수 없는 크기의 중형 베이트캐스팅릴이었다.

이 릴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은 물론, 일본의 루어낚시 붐과 같이한 릴로서, 현대 배스낚시용 베이트캐스팅릴의 원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릴은 크기가 크고 낚싯대에 부착했을 때, 그만큼 높이도 높다 보니 마땅히 손에 쥐고 캐스팅하기가 힘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릴의 고정 위치를 낮게 만들기 위해 릴시트를 ‘ㄷ’자 형태로 만들게 되었고 손에 쥘 때 고정이 잘 되도록 방아쇠(트리거, trigger) 모양으로 손가락을 거는 돌출 부분을 만들었다. 또한 리어 그립이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게 아니라 아래로 쳐져 오프셋(offset) 구조가 되면서 마치 권총 그립처럼 보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캐스팅 핸들이 거의 사라진 1990년대 이후에야 배스낚시가 정착된 사정상, 권총형 손잡이에 대한 기억이 흐린 것도 사실이다.

▲1980년대의 스웨덴 ABU의 베이트캐스팅 로드.

▲1970~1980년대 미국 가르시아(Garcia)의 배이트캐스팅 로드.

캐스팅 그립의 변천과 트리거 시트의 개발

이 권총형 손잡이, 오프셋 구조의 캐스팅 그립은 초창기 제품은 솔직히 사용하기 불편했다. 더욱이 1970년대까지는 금속으로 만들어 쇳덩어리처럼 무거운 것도 흠이었다. 당시에는 여러 낚싯대 메이커에서 자체적으로 이 오프셋 캐스팅 핸들을 만들어 자사의 낚싯대에 부착했는데, ABU는 ABU대로, 가르시아는 가르시아대로 원터치 릴 고정 장치라든가 블랭크 탈착 방법에 서로 다른 특징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0년에 후지공업(富士工業)에서는 합성수지로 만든 가뿐한 캐스팅 그립을 최초로 선보였다. 쥐기 쉬운 부드러운 곡면에 가벼워서 인기가 높았고 캐스팅 핸들에서도 가이드와 마찬가지로 후지제품이 고급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1985년에는 요즘 볼 수 있는 베이트캐스팅 로드용 릴시트인 ‘트리거 시트(trigger seat)’를 처음으로 등장시켰다. 캐스팅 핸들의 특성을 남기면서 일반적인 파이프형 릴시트화시킨 모델이었다.

이미 루어낚싯대는 블랭크가 릴시트 속을 통과해 버트캡에 이르는 블랭크 관통형이 유행하기 시작해 권총형 손잡이는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을 예측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캐스팅 핸들을 떼고 트리거 시트를 장치함으로써 베이트캐스팅 로드는 급속하게 가벼워졌다. 더욱이 높이가 낮은 비원형의 ‘로 프로필(low profile)’ 베이트캐스팅릴이 점차 인기를 끌고 대세가 되면서 권총형 손잡이는 자취를 완전히 감추고 베이트캐스팅 로드용의 릴시트는 현재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캐스팅 핸들을 사용하는 낚싯대는 블랭크가 릴시트 앞에서 고정 또는 접착된 형태였다(위).

1980년대 중반, 블랭크 관통형 낚싯대가 등장하면서 캐스팅 핸들은 없어지고 트리거 시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아래).

▲구식 원형 베이트캐스팅릴을 실제로 장치해보면 릴 포지션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릴시트 (트리거 시트)에서는 릴 위치가 매우 높아서 사용하기 불편하지만, 캐스팅 핸들에 장치하면 포지션이 낮아져 사용하기 편하다.

▲오프셋 캐스팅핸들에 원형 베이트캐스팅릴.

빈티지 태클로 루어낚시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마니아와 권총형 손잡이

배스낚시는 루어낚시라는 장르 안에서도 가장 큰 비중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스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낚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피시로서 좀 거칠게 말하자면, 어떤 루어를 사용해도 낚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미국이나 일본의 배스 앵글러 중에는 유독 폽퍼나, 펜슬베이트 그것도 마치 장난감과 같이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묘한 형태의 톱워터 루어나1960년대에 유행한 오래된 미국산 빈티지 루어로만 배스낚시를 즐기는 광적인 그룹,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당연히 낚싯대도 그에 걸맞게 카본이 아닌 글라스로드에 릴시트는 권총형 손잡이, 오프셋 방식의 캐스팅 핸들이다. 릴도 과거에 유행한 바로 그 ABU 앰버서더 릴이나 유사한 원형 릴을 사용한다. 그들은, 한 마리라도 더 낚자는 조과를 우선하는 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낚는 재미와 멋만을 추구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마니아들의 요구에 응해서 권총형 손잡이를 제조해서 판매하고 있는 메이커가 꽤 있다. 알루미늄 합금이나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든 오프셋 릴시트에 코르크나 호두나무로 만든 손잡이를 결합한 캐스팅 핸들은 가격도 비싸다. 이에 매치하는 글라스로드와 각종 부품도 따로 제조 판매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고가이다. 참고로 실제 사용에 있어서, 캐스팅 핸들과 블랭크의 결합에는 몇 가지 방식이 존재하여 같은 메이커 상품이거나 어댑터를 공유한 모델이 아니라면 서로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마니아층 인구가 무시할 정도가 아닌 모양이다. 일본의 낚시 브랜드 중 하나인 ‘스미스(SMITH)’는 1970년대에 생산했던 캐스팅핸들이 장치된 배스용 낚싯대 모델을 되살려 아직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후지공업에서도 한정판매이긴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캐스팅 그립을 4가지나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베이트캐스팅릴의 대세가 로 프로필 형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유명 브랜드의 베이트캐스팅릴 중에 시마노의 콘퀘스트 시리즈나 다이와의 료가 시리즈 등 여전히 원형 모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혹시 이런 베이트캐스팅릴에 레트로한 감성을 더해 권총형 손잡이, 캐스팅 핸들을 사용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한다.

■자료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COGYO CO.,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