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닉]

넙치농어 포인트 선정

퇴로 있는 사냥터에

녀석이 있다

김동진 테일워크 필드스탭·바다루어클럽 회원

최근 바다 루어낚시 인기 어종으로 떠오른 넙치농어는 농어보다 더 따뜻한 바다에 사는 난류성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낚이고 있다. 포항과 울진에서 매년 한 마리 정도 넙치농어가 낚이고 있지만 동해에서 넙치농어가 상주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에 현재는 제주도 중에서도 제주도 서쪽, 동쪽, 남쪽에 주로 서식(북쪽엔 없다)한다고 알려져 있다.

넙치농어는 활동 반경이 좁다

낚시인들이 정말 궁금한 것은 ‘왜 넙치농어가 일반 농어보다 낚기 어려운가’일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활동 반경이 일반 농어에 비해 매우 좁기 때문이다.

일반 농어는 연안의 해초나 수중여를 끼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베이트피시가 보이면 농어 여러 마리가 베이트피시를 쫓으며 협동해서 사냥을 하기도 하는데, 넙치농어는 그렇지 않다.

넙치농어는 어릴 때는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어느 정도 커지면 거의 단독으로 다닌다. 단독으로 행동하는 큰 씨알의 넙치농어는 파도가 치는 연안으로 접근한 후 콧부리나 물골, 간출여 주변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숨어 있는 곳이 협소하기 때문에 무리를 지을 수도 없으며 혼자 사냥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베이트피시를 쫓아 갈 수도 없다. 최대한 사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베이트피시가 많은 얕은 곳으로 잠입해서 지나가는 베이트피시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탐색용루어를 던진다 하더라도 넙치농어가 숨어 있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내지 못하면 입질을 받아내기 어렵다.

▲넙치농어를 낚기 위해 제주 지귀도 남쪽의 여밭을 탐색하고 있는 필자.

포인트가 되기 위해서는 포말도 중요하지만 얕은 곳일수록 넙치 농어의 퇴로가 확보된 곳이라야 넙치농어가 접근하기 쉽다.

작은 홈통엔 넙치농어가 없다

낚시인들은 넙치농어가 숨어 있는 곳을 꼬집어 포말이 이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넙치농어는 사냥 성공률이 낮은 어종이다. 수심 50cm 내외의 얕은 곳에 그렇게 큰 덩치를 숨기고 파도에 휩쓸리는 자잘한 멸치를 사냥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파도에 멸치가 휩쓸려 오기도 해야 하지만 그것이 넙치농어 바로 앞으로 떨어질 확률도 극히 낮다. 수심 50cm에서 베이트피시를 쫓아 전력질주를 한다면? 수면으로 그 커다란 덩치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핸디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숨을 곳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퇴로도 중요하다. 즉, 사냥에 실패한 직후에 재빨리 몸을 숨겨서 도망갈수 있는 퇴로가 있는 곳이라야 넙치농어가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무조건 포말이 일거나 얕다고 해서 넙치농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넙치농어 포인트를 찾을 때는 퇴로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퇴로가 가까운 곳은 갯바위 콧부리 주변으로 뻗은 수중여라든지 사방으로 탁 트인 물골이 대표적이다. 이런 곳은 대부분 발 앞이 포인트가 된다.

한편, 넙치농어는 또한 좁은 홈통으로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유는 퇴로가 좁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제주도에 가면 작은 홈통으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곳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의외로 그런 곳은 넙치농어 포인트로 인기가 없다. 일반 농어, 심지어 부시리도 작은항구나 홈통으로 무리를 지어 들어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지만 넙치농어가 항구 안이나 작은 홈통에서 낚였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

베이트피시도 가까운 곳에 있다

퇴로를 생각하면 넙치농어가 어떤 곳에 숨어 있을지 더 빨리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파도가 치는 갯바위는 수심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출입구가 없으며 연안과 이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곳은 넙치농어가 드나들 수 없다. 물밑 지형이 아주 좋다면 모를까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류가 바로 부딪히는 외딴 물골에 솟은 바위, 콧부리 주변의 뻗은 수중턱이라면 넙치농어가 붙기 좋은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먼 곳을 노리면 유리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베이트피시는 포식자를 피해 얕은 수심의 갯바위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먼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