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물소리, 산새소리 그리고

초여름

계곡의

산천어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푸른 대이리계곡을 오르며 조심스레 산천어를 노리고 있는 황경재 씨와 최훈식 씨.

▲황경재 씨가 산천어낚시에 사용할 미노우의 바늘을 싱글훅으로 교체하고 있다.

▲대이리계곡 산천어 취재를 함께한 황경재(좌), 최훈식 씨.

두 사람은 바다루어클럽에서 인연을 맺었지만 함께 출조하는 곳은 계류가 더 많다고 한다.

4월 23일.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최훈식(바다루어클럽 회원) 씨와 경북 울진에 거주하는 황경재(보거스) 씨와 함께 강원 삼척시 신기면의 대이리계곡으로 산천어 계류낚시를 떠났다. 이곳을 소개한 주인공은 황경재 씨. 울진 죽변에 살고 있는 그는 원래 바다 루어를 즐겨하는 낚시인이지만 계류의 풍광과 산천어의 날쌘 움직임에 매료되어 5~6년 전부터 삼척, 울진 일대에서 본격적으로 계류낚시를 해오고 있다.

“계곡의 굽이진 소부터 산골짜기의 작은 지류까지 안 가본 곳이 없어요. 계절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풀벌레 이름까지 외우고 다닐 정도로 열정적이지만 산천어의 공격적인 성격을 깨닫곤 루어낚시를 시작했어요. 산천어는 경계심이 강해 먹이를 잘 먹지 않지만 자기 영역에 침입한 적에게는 자비심 없이 공격을 퍼부어요. 루어낚시는 그런 산천어의 공격성을 역이용해 즐기는 낚시입니다.”

최훈식 씨는 황경재 씨의 제자다. 나이는 최훈식 씨가 다섯 살 더 많지만 계류낚시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선배의 가르침이 꼭 필요했기에 ‘절친’처럼 함께 낚시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최훈식 씨가 계류낚시를 즐기는 이유는 또 다른 데 있다. 주말 이른 아침에 카오디오를 켜고 한적한 국도를 달려 도착한 계곡을 혼자 거슬러 오르며 만나는 산천어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했다.

혼자라서 만끽할 수 있는 자유도 좋고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만나는 산천어에게도 특별함을 느낀다고 한다.

▲웨이더에 계류화를 신고 계곡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산천어낚시에 사용하는 미노우.

50mm 내외의 싱킹 펜슬베이트가 많다.

▲계류용 루어낚싯대에 라인을 체결하고 있는 최훈식 씨.

▲미노우를 물고 올라온 산천어.

▲계곡 옆에 노랗게 꽃을 피운 애기똥풀.

아침 5시에 포항에서 출발해 울진을 들러 황경재 씨가 사는 삼척에 도착하니 오전 8시가 넘었다. 산천어낚시는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해가 뜨기 전에는 산천어의 활성이 극히 낮아서 입질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가 어느 정도 떠서 햇살이 퍼질 무렵부터 입질을시작하니 아침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포인트로 진입해도 늦지 않다.

최훈식 씨와 황경재 씨가 처음 찾은 곳은 신기면 대이리에 있는 환선교 아래. 이곳에 차를 한 대 주차한 후 나머지 한 대로 하류로 이동해서 계곡을 거슬러 오를 계획이다. 두 대의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걸어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무척 힘이 든다. 낚시구간은 환선교에서 2km 정도 하류에 있는 작은 계곡이다. 상류에 있는 환선굴 일대는 대이리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출입할 수 있으며, 환선굴부터 환선교 상류까지 역시 군립공원에서 관리하는 하천출입관리지역으로 환선교 하류 구간만에서 낚시를 한다. 하류는 오십천까지 이어지며 오십천도 큰 씨알의 산천어가 낚이는 포인트다.

차를 타고 하류로 내려와 적당한 공간에 주차를 하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 모두 50mm 싱킹 타입 미노우를 사용했고 로드는 계류 전용대에 2000번 스피닝릴, 라인은 합사 0.4호에 쇼크리더는 8lb를 30cm 정도 연결했다. 미노우는 트레블훅이 달린 것이 산천어가 걸릴 확률이 높지만 산천어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싱글훅으로 교체한 것을 주로 사용한다.

▲루어를 날려 흘러드는 계곡 상류를 노리는 최훈식 씨.

▲산천어의 파마크를 그려 넣은 미노우. 티엠코락스50s.

▲“대이리계곡의 산천어입니다.”

▲기암절벽 아래로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을 노리고 있다.

▲“이 녀석은 빨간 점이 선명하군요.”

산천어 중에는 몸에 빨간 점이 있는 교잡종이 많다.

국내 토종 산천어는 요즘 보기 어렵다고 한다.

▲스피너를 물고 나온 황어 새끼.

전광석화 같은 산천어의 몸놀림

포인트로 내려가니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만 들렸다. 한적한 공간에서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숨을 죽이고, 산천어의 경계심을 유발하지 않으려 몸을 숙여 캐스팅을 했다.

산천어는 물이 흐르는 곳보다는 흐르는 물이 꺾이거나 합쳐지는 곳에 주로 숨어 있다. 그 주변을 자기 영역으로 확보하고 침입자를 내쫓는데 공격속도가 아주 빠른 것이 특징이다.

배스가 지루한 매복사냥을 하는 것에 비해 산천어는 전광석화처럼 침입자를 공격하기 때문에 산천어가 있다면 지루할 틈이 없다.

예상대로 산천어는 금방 입질을 했다. 황경재 씨의 미노우에 20cm가 넘는 산천어가 걸려들었고 곧이어 최훈식 씨도 입질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계류는 폭이 좁기 때문에 두 사람이 낚시를 한다면 포인트 로테이션을 잘 해야한다. 한 사람이 먼저 캐스팅을 했다면 나머지 한 사람은 뒤에서 대기하고, 먼저 캐스팅한 사람이 포인트 이동 신호를 보내면 뒷사람이 다음 포인트로 이동해 먼저 캐스팅하는 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늘 앞서 가는 사람만 입질을 받기 때문에 서로 배려를 하며 포인트를 공유한다.

▲큰 씨알의 산천어를 뜰채에 담아 황경재 씨의 장비와 함께 촬영했다.

로드는 메이져크래프트 파인테일, 릴은 다이와의 루비아스 2004.

▲찔린 바늘에 상처가 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바늘을 제거하고 있다.

▲입질이 줄어들자 미노우를 교체하는 황경재 씨.

▲꿀을 채취하기 위해 절벽의 동굴에 놓은 벌통.

▲대이리계곡의 물색.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취재팀이 낚시한 곳.

산천어 자원은 매우 풍부했다. 내수면산업연구소에서는 국내 토종 산천어 증식을 위해 예전부터 꾸준히 산천어를 방류해왔고 그것이 산천어의 개체 증가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방류한 산천어가 모두 토종이 아니고 몸에 붉은 점이 있는 교잡종이 섞여 한때 문제가 되었다.

황경재 씨는 “산천어가 아주 오래 전처럼 강과 바다를 오가는 어종(강해형)이 아닌 고인 물에 사는 어종(육봉형)이라 지금은 대부분 교잡종인 것이 현실입니다. 교잡종은 자체 번식을 하지만 생이 짧고 크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생태계를 해친다거나 하는 우려는 기우인 것 같습니다. 개체수가 많아진 만큼 계류낚시를 자연스레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면 교잡종 산천어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내비 주소 신기면 고무릉리 41-1(낚시 시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