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절정]

태안 앞바다 배낚시

돼지우럭들의

폭주가 시작됐다

이영규 기자

▲“이런 놈 한 마리만 낚으면 본전 빠집니다.”

안산에서 온 서상돈 씨가 정오 무렵 올린 5짜 우럭을 자랑하고 있다.

▲태안 신진항에서 출항하는 하진호.

▲옹도 해상에서 우럭을 노리는 낚시인들.

서해 우럭 배낚시가 연중 최고의 씨알 피크를 맞고 있다. 저수온탓에 겨우내 먼 바다에서만 이루어지던 우럭 포인트가 수온 상승과 더불어 근해권으로 옮겨가면서 대물 우럭의 입질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5~6월은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5짜급도 흔히 낚이기 때문에 기록경신의 호기이기도 하다.

서해안에서도 태안은 우럭 배낚시의 성지로 분류된다. 그 많은 우럭배가 1년 내내 우럭을 뽑아내는데도 이듬해가 되면 또 그만큼의 우럭이 올라온다. 수도권에서는 인천과 안면도 등지가 더 가깝지만 골수 우럭마니아들이 먼 길을 마다않고 태안을 찾는 것은 역시 출중한 씨알과 변함없는 마릿수 때문이다. 심지어 낚시인 중에는 맛에서도 태안 우럭이 최고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많다.

흔히 안흥·신진도권으로 불리는 태안 앞바다 우럭 자원이 꾸준한 이유는 빠른 조류와 발달한 여밭 지형이 꼽힌다. 서해중부 내륙에서 길게 뻗은 태안반도는 하나의 거대 곶부리다. 그만큼 곶부리 지형을 돌아드는 조류가 강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근해권에 있는 가의도-궁시도-석도-격렬비열도로 이어지는 섬의 배치는 이 지역 바다 속이 하나의 거대 여밭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이런 뛰어난 여건 덕분에 우럭 자원이 매년 새로 유입되고 자체적인 자원조성까지 가능하다는 게 현지 선장들의 목소리다.

▲서상돈 씨가 우럭을 걸어내자 하진호 전영우 선장이 뜰채질을 마무리하고 있다.

▲취재일에 사용한 장비.

받침대는 HDF의 선상받침대Ⅱ, 전동릴은 바낙스의 카이젠Z-150W와 타이맥스 수류탄 배터리를 사용했다.

▲선상 외수질용으로 인기가 높은 NS의 퓨리어스 RS 로드.

LIVE BAIT(생미끼)로서 산 새우를 미끼로 쓰는 외수질에 적합하다.

▲새우를 오래 살리기 위해서는 산 새우의 코 부분에 바늘을 꿴다.

1마리만 걸어도 본전 빠지는 돼지우럭

지난 4월 29일, 올해 첫 태안 우럭 취재를 위해 신진도를 찾았다. 이번에는 늘 이용하던 항공모함호 대신 같은 선단에 속한 하진호를 이용했다. 하진호 선장 전영우 씨는 항공모함호 전영수 선장의 동생으로, 배낚시 초기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배는 6.67톤으로 다소 작지만 조황만큼은 신진도권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성격 때문에 많은 단골꾼을 확보 중이다.

취재일은 5물로 우럭 배낚시로는 약간 조류가 센 날이었지만 이 정도 물때라면 항공모함호와 하진호는 더욱 예약이 어렵다. 이런 애매한 물때일수록 선장의 포인트 공략 능력이 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벽부터 오전 9시까지 예보된 비 소식 때문에 자리 하나가 펑크나 용케 하진호에 승선할 수 있었다. 오늘 하진호가 예상한 포인트는 태안반도 남쪽의 침선. 멀리 안면도 앞바다의 파수도가 바라다 보였다.

높이 5m짜리 침선을 2시간 정도 공략했으나 별다른 입질이 없었다. 물때가 사리물때로 접어들면서 수온이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 같았다. 이날은 외부 기온마저 낮아 얇은 낚시복만 입고 온 낚시인들은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첫 입질은 어초에서 올라왔는데 빵이 대단했다. 서울에서 온 박래기 씨가 올린 것으로, 길이는 43cm였으나 잔뜩 알을 밴 까닭인지 빵은 5짜급이었다. 1시간 뒤에는 화성에서 온 모원천 씨가 52cm를 올렸다.

이 녀석은 조금 과장해 거의 ‘6짜빵’이었다.

3시간 동안 고작 2마리가 올라왔으나 빵 좋고 탐스러운 우럭을 구경한 낚시인들의 사기는 더욱 올라갔다. 시쳇말로 1마리만 뽑아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비가 그친 오전 9시부터나 제대로 된 낚시가 가능했던 탓에 낚시 시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오전 11시경 내 뒤편에서 낚시하던 안성에서 온 서상돈 씨가 높이 3m 침선에서 입질을 받아냈다. 씨알은 47cm였으나 빵은 거의 물돼지급이었다.

▲서울에서 온 박래기 씨는 45cm급 우럭으로 손맛을 봤다.

▲옹도 해상에서 점농어를 올린 서울의 박승규 씨.

▲52cm 우럭과 광어로 손맛을 본 화성의 모원천 씨.

▲선착장 앞 횟집에서 우럭 회를 장만 중인 낚시인들.

▲장박낚시인들이 횟집 수족관에 보관 중인 광어들.

낚은 낚시인의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모원천 씨가 올린 52cm 우럭.

살림통을 꽉 채우는 거대한 체구가 눈길을 끈다.

사리물때에는 농어외수질 출조

취재일은 분명 마릿수 조과는 떨어졌지만 물돼지급 우럭 시즌이 개막했음을 확인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오후에 옮겨간 옹도에서는 점농어도 올라와 농어 시즌도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태풍투어낚시 선단에서는 조금 전후 물때에는 우럭낚시를 뛰고 사리물때에는 어종을 농어로 전환해 출조한다. 농어를 노릴 때는 먼 바다인 격렬비열도까지 출조한다. 낚시 방법은 취재일과 동일하게 생새우를 사용한 외수질낚시다.

서해 우럭낚시 씨알 피크는 5~6월까지 지속되나 보통 최고 피크는 5월 말까지다. 우럭 마니아라면 1마리만 낚아도 본전 빠지는 최고의 씨알 피크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지 문의 041-674-7936 태풍투어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