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제주 추자도

터질 듯 말 듯

애간장 태우는 참돔들

이영규 기자

▲취재 기간 중 염섬 머리 부근 콧부리에서 썰물 시간에 참돔을 노리는 방훈 씨.

낮은 수온 때문인지 급류대에서는 입질이 없었다.

▲춘천에서 온 전승현(왼쪽) 씨와 수원의 방훈 씨가 취재일 수영여에서 낚인 참돔을 자랑하고 있다.

추자도 참돔낚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 예년에 보기 드문 저수온대가 5월 초까지 이어지며 사상 최악의 조황을 보였으나 5월 중순을 기해 15도까지 수온이 상승하며 서서히 입질이 살아나는 추세다. 추자도 참돔은 5월 중순~6월 중순 사이의 한 달이 최고의 씨알 피크로 꼽힌다. 과연 앞으로 남은 한 달 사이 얼마나 강한 폭발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가 취재를 들어간 4월 21일은 이제 막 조금으로 접어드는 물때로 이전까지는 완전 몰황 수준이었다. 4일 전 들어온 서울과 인천 낚시인 중에는 참돔뿐 아니라 아예 도미류는 얼굴도못 본 낚시인이 있을 정도였다. 저수온기 때는 조류가 센 사리물때는 으레 조황이 떨어지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내가 머문 3일 동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취재 첫날 수원의 방훈 씨가 수영여에서 올린 50~60cm급 참돔 2마리가 가장 눈에 띄는 조과였고 그 외에는 상사리도 만나기 어려웠다. 당시의 수온은 12도. 가장 수온이 낮다는 영등철 중반과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게 원인 같았다.

방훈 씨는 “오전에는 나도 꽝을 맞다가 오후 썰물 때 100미터이상 채비를 흘려 간신히 참돔 입질을 받아냈다. 입질 수심은 18미터였는데 그만큼 참돔이 먼 거리에 칩거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상추자권에서는 덜섬과 염섬에서 제법 튼실한 참돔이 낚였다는 소문도 들렸으나 그 외의 섬조황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바로 상투바위 안통에서 70cm가 넘는 참돔을 올린 인천 송재민 씨.

▲조황은 부진했지만 식탁은 풍성했다.

다양한 어종이 낚일 시기인 만큼 돌돔과 볼락 구이, 참돔 회, 전복 구이 등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

참돔 대신 돌돔으로 대상어 변경

첫날의 부진에 풀이 죽은 나는 둘째 날은 대상어를 참돔에서 돌돔으로 바꾸기로 했다. 마침 밖미역섬 일대에서 35~40cm급 돌돔이 찌낚시에 제법 낚이던 터라 방훈 씨와 함께 작은미끄럼바위로 들어갔다. 방훈 씨는 이틀 전에도 내려 5짜급 참돔을 3마리 올렸다고 했는데 이날은 그때보다 물색이 더 좋아져있어 은근 기대가 됐다.

포인트 도착 당시는 끝썰물. 조류가 갯바위에 바짝 붙어 우측 큰미끄럼바위로 흘러갔다. 채비가 큰미끄럼바위에 붙을 즈음 구멍찌가 쏜살같이 사라졌다. 격렬한 초반 저항에 드디어 참돔이 왔구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올라온 녀석은 뺀찌라고 부르기엔 아쉬운 35cm급 돌돔이었다.

이후 방훈 씨가 비슷한 씨알을 올렸고 나에게도 연타로 입질이 들어왔다. 그러나 올라온 녀석은 철 지난 35cm급 감성돔이었다.

이후 돌돔 아니면 감성돔이 낚이는 상황이 끝썰물 내내 계속됐는데 감성돔의 경우 대부분 35cm 이하 씨알이 낚여 영등철 대물 피크도 완전히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저수온도 저수온이지만 추자도 참돔낚시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대물 부시리 떼의 상주다. 매년 영등철 직후 미터급이 넘는 부시리 떼가 추자도를 잠시 에워싸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둘째 날 내가 낚시한 밖미역 작은미끄럼바위에도 대여섯 마리의 대부시리가 상주했는데 1m 10cm는 넘는 대물들이 깡패들처럼 어슬렁대니 참돔이 연안 접근에 부담을 느낄 것 같았다(대부시리가 참돔을 잡아먹기야 하겠느냐는 아무튼 부시리가 설치는 날은 참돔낚시가 안 되거나 덜 되는 게 일반적이다).

▲참돔을 노린 본류낚시로 5짜급 전갱이를 올린 방훈 씨.

▲밖미역 작은미끄럼바위에 오른 방훈 씨가 감성돔을 들어뽕하고 있다.

▲루어낚시인들이 본섬을 돌며 밤새 낚아온 볼락들. 25cm 내외로 씨알이 굵었다.

▲취재일 참돔낚시에 사용한 NS 알바트로스 VIP 릴대와 알바트로스 밑밥주걱.

▲꿩 대신 닭이라도. 방훈 씨가 작은미끄럼바위에서 올린 돌돔과 감성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5월 둘째 주 기해 수온 15도까지 상승

지난 5월 11일에 나와 통화한 추자바다25시민박 김찬중 사장은 “간혹 낚이는 굵은 참돔 몇 마리로 추자도 전체 조황이 살아났다고 보는 건 무리다. 다행히 5월 둘째 주 조금 물때로 접어들자 수온이 3도가량 오르고 물색도 살아나고 있다. 비록 깊은 수심에서 낚이고 있지만 볼락도 조과가 살아나 찌낚시에 하루 20~30마리씩 낚이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5월 2일에 또 다시 추자도로 들어가 일주일 째 머물고 있다는 방훈 씨 역시 “다음 주인 5월 셋째 주 사리물때를 지나면 충분히 예년 물색과 수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과연 앞으로 한 달 가량 남은 상반기 대물 참돔 피크가 두 배의 폭발력으로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지나가며 곧바로 볼락, 벵에돔, 농어 시즌으로 넘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의 하추자 추자바다25시민박 010-944-7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