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82]

전과정 환경영향평가의 개념

커피 텀블러, 풍력발전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커피 텀블러를 반복 재사용하는 것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친환경적일까? 아마 대부분은 재사용 컵이 친환경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이 답변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요인이 매우 다양하고 평가 항목과 조건에 따라 다른 계산 결과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1994년 캐나다의 호킹이라는 화학자가 재사용 컵과 일회용 종이컵의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하였고,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의 에너지 소비량도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여러 가지를 비교한 결과 종이컵이 오히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고 발표하여 재사용과 일회용의 정확한 평가를 위한 관심을 유발하였고, 그 후 양쪽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와 논쟁들이 이어졌다.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하면 대체로 재사용 컵을 500·1000회 사용하여야 일회용 컵에 비해 에너지 절약형이 된다.

일단 가격을 계산해보자. 재사용 컵의 가격이 1만원이고 종이컵이 20원이라면 500회 사용해야 채산이 맞는다. 여기에 세척 물값을 더하면 1000회쯤 사용해야 비용이 동등해진다. 1천 회 사용하기 전에 깨지거나 버린다면 재사용 컵의 비용이 더 크다. 여기에 세척 인건비까지 더한다면 재사용 컵의 비용은 더욱 커진다.

▲재사용 컵과 일회용 컵.

어느 쪽이 친환경적일까?

제조과정과 운반 폐기의 전과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재사용 컵 1000회 사용해야 종이컵과 에너지소비량 동등

우리 집에는 커피 텀블러가 10개쯤 있고 자기로 만든 커피 잔도 20여 개는 된다. 내가 구입한 것은 없고 모두 행사 기념품 등으로 선물 받은 것들이다. 이것을 모두 1천 회 이상 사용하려면 내가 무척 오래 살아야 할 것이다.

환경영향을 가격으로만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는데 오늘날 물건의 가격에는 소비된 에너지의 양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다. 즉, 물건을 사용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뿐 아니라 제조, 운반 등 과거의 모든 과정이 반영되어 있다는 가정이다. 물건의 사용 중 영향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폐기물 처리까지 포함하여 평가해야 올바른 환경영향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이 개념을 환경학에서는 ‘전과정 환경영향평가(Life Cycle Assessment)’라고 부른다.

평가대상 항목을 보면 먼저 물건을 제조하기 위해 자료를 광산에서 채굴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광석을 제련하여 재료를 만들고, 공장에서 제작하고, 운반하여 판매하고, 사용한 후 폐기하는 과정까지의 환경 영향을 포함한다. 환경오염을 에너지 소비량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있을 수 있으나 환경오염을 처리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만큼 등가로 치환할 수 있다.

수질오염이 발생하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해야 하며,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려면 전기를 사용하여 저감장치를 가동해야하므로 오염을 에너지로 환산할 수 있다. 제조과정의 인건비도 에너지와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환산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먼 거리를 걷지 않고 차를 타고 이동하며, 세탁기를 사용하여 시간을 절약하고 있으니 인건비는 에너지 비용으로 환산할수 있고,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면 적어도 분당100원 이상으로 계상해야 한다. 컵을 세척하기 위해 1분이 소요된다면 컵 재사용의 비용에 100원씩 더해야 한다. 다만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기 위해 설거지를 한다면 제외해도 좋을 게다.

▲해상풍력발전기(사진 weforum.org).

해상풍력발전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들

전기 에너지의 사용은 궁극적으로 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므로 에너지 사용량을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으로 환산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저감이 국제적 의무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환산하는 평가방법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고 부른다. 물건의 제조과정, 폐기물처리 과정, 비행기를 타고 가는 행위 등을 모두 탄소발생량을 환산하면 환경 영향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지므로 이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그러면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이것도 간단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발전기를 가동하는 동안에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친환경발전이지만 발전기를 만들고 설치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발전하는 전기의 가격 결정 자체도복잡하고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환경 영향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데 환경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자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전에 해저 지질탐사 단계부터 시작하여 전과정 평가를 해야 한다. 해상풍력발전의 환경피해는 주로 설치하기 이전에 발생하는 것이지 가동 중에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의 해저 탐사와 기초공사에서 많은 충격파가 발생하여 수중동물에 피해를 주는데 이 부분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물속에서는 음파의 진동이 공기 중보다 훨씬 더 잘 전달되므로 공기 중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진동일지라도 수중에서는 더 멀리 전달되고 영향이 클 수 있다. 물고기는 측선에 진동을 감각하는 세포를 가지고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충격을 계속 받으면 이 감각이 둔해진다. 사람이 소음을 많이 들으면 청각을 잃는 것과 같다. 물고기가 청각을 잃으면 포식자를 피하기 어려워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먹이생물의 움직임을 찾는 능력도 감소한다. 그러면 민감한 동물이 감소하는 군집 천이가 일어나는데 이 피해는 탄소발자국으로 계상되지 않는다. 물론 상업적 어획의 감소는 어업피해보상금으로 일부 반영되지만, 상업성이 없는 동물의 피해는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해저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질조사를 위해 충격파를 사용한다.

이 충격파가 수중동물에 영향을 준다(출처 oceana.org).

▲풍력발전기와 충돌하여 죽은 새를 모아 놓았다.

새의 피해는 탄소발자국이나 에너지 소비량 전과정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https://www.thepetitionsite.com).

미국에선 68만 마리의 새가 풍력발전기에 부딪혀 죽어

풍력발전기의 가동 중에는 새들이 회전 날개에 피해를 입는다. 미국의 조사를 보면 미국내에서만 매년 68만 마리의 새가 회전 날개와 충돌하여 죽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물론 새들의 희생도 전기의 생산가격이나 탄소발자국에 반영되지 않는다. 발전기의 날개 회전은 진동을 발생하는데 이 진동이 바닷속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니 이것도 가격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발전기의 수명이 다한 후 폐기물의 처리 분해과정의 영향까지 제대로 반영하여야 올바른 전과정 평가가 완성된다. 현재의 시장 가격에는 이렇게 반영되지 않는 환경 영향이 많이 있다. 가격에 환경 영향을 반영하는 올바른 ‘생태학적 가격 매김’의 경제체계가 환경경제학이 추구하는 목표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