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당진 신시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4짜 우물

이영규 기자

▲어둠이 찾아온 신시지. 제방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이 케미를 밝히고 초저녁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신시지 최상류 맨 안쪽 포인트. 정보인(앞쪽, 어둑사리), 정호남(호접꾼) 씨가 대편성을 마치고 밤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정보인 씨가 새벽 2시경 올린 43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2박째 만에 생애 첫 4짜를 만났다.

충남 당진시 정미면 신시리에 있는 신시지의 4짜 행진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6천평짜리 소류지인 신시지는 지난 2017년을 전후해 4짜 사태가 났던 곳으로 매년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4짜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인터넷 낚시사랑의 소모임 레전드팀은 거의 매주 낚시를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4월 넷째 주 주말인 4월 23일에는 당진 백미지를 목표로 출조했다. 레전드팀 멤버 이영호(일산꾼) 씨로부터 “최근 백미지에서 월척이 마릿수로 비쳤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안고 출조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황이 궁금했다.

연밭인 백미지는 수심 얕은 평지지여서 매년 여름 갈수에 허덕인다. 그럼에도 물만 차면 월척이 올라오는 곳이다. 연밭답게 바닥층이 뻘이다보니 붕어들이 살아남기 쉽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출조일 오후에 조황이 궁금해 다시 전화를 하니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출조 예정지인 백미지는 일주일 사이에 말풀이 밀생해 채비를 던져 넣을만한 곳이 없다는 것. 그래서 옮겨간 곳이 당진시 정미면 신시리에 있는 신시지였다.

신시지는 당진과 서산을 잇는 32번국도에서 가까운 곳으로 2017년 무렵 4짜 사태가 났던 곳이다. 2017년 여름에는 서울 대림낚시 회원들과의 동행취재에 나섰던 내가 4짜를 2마리나 올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많은 양의 월척과 4짜가 뽑혀나가 인기는 금세 시들었다. 이후 2019년 겨울 무렵에는 수문공사를 위해 물을 빼는 바람에 수위가 바닥 수준으로 줄기도 했다(완전 바닥수위는 아니고 산 쪽 물골 자리에는 어느 정도 수량이 남아있었다).

이후로는 몇몇 낚시인들만 꾸준히 찾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조황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특히나 2019년 겨울 갈수 때 많은 자원이 남획되지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레전드팀이 신시지로 옮겼다는 얘기에 서둘러 출조에 합류했다.

▲“씨알은 잘지만 찌맛과 손맛은 제대로 봤습니다.” 최상류 초입 포인트에서 8치급 2마리를 올린 이영호(일산꾼) 씨.

▲신시지에서 사용한 옥수수 미끼.

▲신시지 우산 상류의 도로 밑 포인트.

새벽 3시, 옥수수를 덮친 43cm 붕어

5년 여 만에 찾은 신시지는 변함이 없었다.

유일한 변화라면 제방인데 종전의 노후한 배수시설을 개량한 신형 취수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제방이 약간 다듬어져 있을 따름이었다. 전날 1박한 레전드팀은 모두 상류에 포진했는데 전날 밤은 비바람이 강하게 불어 제대로 된 낚시가 불가능했다고. 이영호씨가 올린 8치급 붕어 2마리가 유일한 조과였다.

다행히 둘째 날은 낮부터 기온이 올라가고 바람도 약해 낚시 여건은 좋았다. 나는 예전 기억을 더듬어 2017년에 4짜를 2마리 낚은 도로변 중앙에 홀로 대를 깔았다. 그런데 바닥에서 말풀이 올라오는 중인지 채비 안착이 힘든 구멍이 많았다. 깔끔한 바닥을 찾느라 3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대편성을 마치고 나니 오후 5시. 레전드팀의 저녁식사 자리에 숟가락만 얹어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 10시가 되도록 찌는 말뚝이었다. 상류에 앉은 레전드팀 회원 5명 또한 별다른 입질이 없는지 고요한 정막만 이어졌다.

밤 11시가 되도록 입질이 없자 ‘혹시 갈수 때 그물질로 붕어들이 다 빠져나간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일주일 전 월척이 몇 수 올라왔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때도 4짜는 낚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신시지 대물낚시는 완전 끝물?’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밀려들던 밤 11시경. 상류 쪽에서 플래시 불빛이 요란하게 반짝였다.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달려가보니 가장 안쪽, 산 밑에 앉았던 정호남(호접꾼) 회원이 34cm를 걸어낸 상황이었다. 정호남 씨는 입질이 너무 없어 잠시 눈을 붙였는데 맨 우측 연안으로 붙인 채비에 월척이 걸려 찌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미끼는 옥수수.

아직껏 허리급까지는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됐는데 이후로 새벽 1시까지는 또 말뚝이었다. 결국 피곤함을 못 이겨 차로 들어와 눈을 붙였다. 그리고 새벽 2시경 드디어 기대하던 4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상류에 앉았던 정보인(어둑사리) 씨가 43cm짜리를 뽑아낸 것이다. 정보인 씨는 “너무 입질이 없어 오늘도 틀렸다는 생각에 대를 접던 중이었어요. 다 걷고 세 대만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우측 3.6칸대의 찌가 부웅 떠서 옆으로 흘러가더군요. 너무 졸려서 꿈인가 했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보인 씨의 생애 첫 4짜 붕어였다.

▲신시지 우안 중류 전봇대 밑. 여름 오름수위 때 4짜가 마릿수 낚인 자리다.

▲저녁식사를 즐기는 낚시사랑 레전드팀.

▲3년 전 제방 공사 때 수리한 취수대.

▲정보인 씨가 43cm 붕어를 방류하자 이영호 씨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다.

▲이영호 씨가 신시지에서 사용한 긴목줄채비. 스위벨 채비에 목줄만 25cm 정도로 길게 썼다.

▲밤 11시경 34cm 붕어를 낚아낸 정호남 씨의 기쁜 표정.

▲43cm 붕어를 낚은 정보인(왼쪽) 씨와 이영호(일산꾼) 씨가 붕어를 방류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두 번째 4짜 찬스 장마철을 노려라

한편 신시지는 간혹 사관지로 불리기도 하는데, 실제 사관지는 신시지에서 약 5km가량 북쪽에 떨어져 있다. 수년 전 가뭄 때 완전 바닥을 드러낸 이후 잔챙이터로 변했고 동네 주민들이 낚시인들이 오는 것을 싫어해 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현재 신시지에서 낚이는 붕어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많다. 대물낚시 유행기였던 2006년 무렵에는 ‘누군가 유료터로 만들기 위해 중국붕어를 방류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는가 하면 당진 지역 낚시인들이 대호에서 낚은 허리급 이상 월척을 대량 방류했다는 설도 나돈다. 아무튼 계기와 과정은 어떠했든 ‘방류설’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구나 4짜를 만날 수는 없다는 게 신시지 단골 낚시인들의 목소리다. 매년 봄마다 신시지를 찾고 있는 서울의 김부겸 씨는 “오륙 년 전에 비해 사짜 확률은 크게 낮아졌어요. 아무래도 다시 방류하는 낚시인보다 가져가는 낚시인이 더 많기 때문이죠. 그러나 가뭄 여파에도 매년 꾸준히 4짜를 배출하고 있어 마르지 않는 4짜 우물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라고 근황을 설명했다.

희망적인 것은 과거에 보기 힘들던 7~8치 붕어가 늘어났고 월척 이상 허리급도 제법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들 붕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면 앞으로 2~3년 사이에 월척 이상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부겸 씨의 예상이다.

5월 초 현재 신시지의 산란특수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예년의 사례로볼 때 신시지의 4짜 특수는 농번기 배수 후 찾아오는 초여름 오름수위 때가 디데이로 예상되고 있다.

내비 입력 신시저수지(당진시 정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