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수환경생태학」 펴낸 호수학의 권위자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

서성모 편집장

우리나라 호수학의 권위자이자 본지에 ‘호수학의 과학’을 연재 중인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가 「호수환경생태학(집문당 刊)」을 펴냈다. 이 책엔 인공호 위주의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하여 수질오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호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적 현상과 화학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낚시인이 궁금해 하는 어류 등 수생태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3일 춘천 강원대 연구실에서 김범철 교수를 만났다.

기자는 김범철 교수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
강원대에서 30여 년간 호수학을 연구하고 후학을 길러온 김 교수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권위자다. 취미인 낚시를 통해 본지와 필자로 인연을 맺어온 김 교수는 사회적으로 낚시가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이 일 때마다 낚시인 편에 섰다. 김 교수는 낚시가 수질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폐하수 처리 등 관리당국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김범철 교수는 2020년 장성 장성호와 2021년 경기 평택호가 수질오염 방지를 이유로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려 할 때 각 호수의 수질오염원을 분석한 자료를 낚시계에 전달했다. 장성호와 평택호 수질자료를 받아든 담당 공무원들은 더 이상 낚시가 수질오염원이란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이를 직접 취재했던 기자는 낚시인도 호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 김범철 교수가 출간한 「호수환경생태학」은 기자를 비롯해 낚시인들이 알고 있어야할 호수학에 대한 지식으로 가득했다. 호수가 어떻게 생성되고 호수의 수질오염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수질오염에 따라 어류를 비롯한 수생태계는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30여 년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자료를 토대로 엮은 「호수환경생태학」은 국내최초로 출간한 호수의 과학 입문서로 낚시인에겐 낚시터인 저수지와 하천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저수지와 댐이 많은 이유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1981년부터 강원대 교수로 재임해오다가 재작년에 정념퇴임했고 현재 명예교수로 남아 호수학에 대한 강의와 연구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호수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수환경생태학」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신다면?
우리나라에서 호수는 수자원으로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강의 물을 끌어다 상수원으로 쓰고 있는데 그 강물이란 게 결국 호수에 담아두었다가 방류하는 물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자원은 거의 대부분 호수라고 볼수 있는데 그래서 관리가 중요합니다. 출판사로부터 강의 내용을 토대로 책을 엮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번에 출간하게 됐습니다. 호수학 관련 서적은 외국 것을 번역한 책이 몇권 있는데 국내 저자가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우리나라는 저수지 수가 1만7천여 개에 이르지만 사실 물 부족 국가입니다. 세계 1인당 수자원량 평균의 1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습니다. 비는 연중 고르게 오지 않고 여름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를 모아서 써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자연호가 많은 미국과 달리 저수지나 댐과 같은 인공호가 많은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담수·방수량부터 수질에 이르기까지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 최초의 호수의 과학 입문서 「호수환경생태학」을 펴낸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

소양호가 인연이 되어 호수학 연구에 평생 매진
김범철 교수는 1954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가족 모두 서울로 상경했고 경동고를 졸업해 서울대에서 해양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물고기 잡이와 곤충채집이 즐거웠던 소년 김범철은 중고교 시절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당시 정부정책은 기술과학을 육성하는 것이었어요. 나 역시 과학자가 꿈이었고 자연과학 중 물과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바다를 공부해보자 이렇게 마음먹었습니다. 대학 졸업후엔 카이스트에서 생물공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소양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용량의 인공호수다. 1973년 생긴 소양호가 김범철교수의 학문 항로를 바꾸었다. 서울대 재학당시 소양호는 시간이 나면 가고 싶었던 낚시터였다. 친구와 함께 텐트를 메고 3박4일간 소양호에 낚시를 하며 머물렀는데 그 경관에 크게 매료됐다고 한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춘천에 있는 강원대에 교수로 재직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소양호는 낚시터이자 연구 대상이 됐습니다. 서울대에서 ‘소양호의 식물플랑크톤의 생태학’ 연구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소양호는 평생 연구 사이트가 됐습니다.”

호수학 연구를 계속 이어가면서 30여 년간 발표한 학술논문은 250여 편. 2013년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하천호수학회회장을 역임했다. 한국하천호수학이란 이름은 김범철 교수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만들었다. 그전까지 하천호수학은 일본의 용어를 그대로 들여온 육수학(陸水學)으로 불렀다.

2020년 강원대에서 명예퇴임한 김범철 교수는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춘천국제물포럼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소양호에서 수질을 조사하고 있는 김범철 교수.

▲낙동강에서 수질을 조사하고 있는 김범철 교수.

▲강원대 환경학부 낚시회 학생들과 함께한 낚시터 청소활동 캠페인.

▲밤낚시 중 누치를 낚고 미소 짓고 있는 김범철 교수.

▲호수환경생태학」 표지.

낚시인은 호수를 가장 많이, 가까이 찾는사람
호수의 형태, 호수 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현상과 화학적 변화, 수생태계의 특징 등을 내용으로 하여 19장의 항목으로 구성된 책엔 낚시인이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지식과 알고 있어 할 상식이 곳곳에 있다.

낚시인이 항상 신경 쓰는 수온에 대해 계절별 변화와 수심에 따른 분포를 다뤘고(제3장 물의 밀도와 성층현상) 수생태계에서 어류의 서식 여부를 통한 수질 파악, 수중여건에 따른 어류의 입모양과 체형 등을 조사했으며(제16장 저생생물과 어류) 호수와 하천에서 어류가 폐사하는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제17장 하천생태계).

김범철 교수는 호수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호수를 가장 가까이 그리고 많이 찾는 낚시인이 호수를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주체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낚시춘추에 연재하고 있는 호수의 과학이 이번 5월호로 81회째를 맞이합니다. 아는 교수 한 분이 왜 이런 좋은 원고를 낚시잡지에 내냐고 물어보기에 낚시인만큼 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느냐 되물은 적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물고기를 잡는 낚시인이 물고기를 가장 사랑한다고 봅니다. 호수변에 있는 쓰레기를 보면 낚시인이 버린 쓰레기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낚시인은 호수를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이기에 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그래서 쓰레기만큼은 철저하게 버리지 않고 또 치우고 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낚시인이 찾으니 수변이 점점 깨끗해지더라 하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