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로드 컴포넌트]

릴시트 1 역할과 기능

릴시트는 낚시대에 릴을

고정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가?

조홍식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낚싯대에 릴을 고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아무데나 부착해서는 안 되고 적절한 위치에,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또한 사용 도중 떨어지지 않도록 ‘잘’ 고정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릴을 고정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로드 컴포넌트 중 하나인 릴시트(reel seat)다.

낚싯대와 릴이라는 도구를 사용자 두 팔의 연장선이라고 본다면, 마치내 몸과 같이 마음대로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릴시트는 릴과 낚싯대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고 그저 단순히 릴을 고정하기 위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파이프 타입 시트(좌)와 플레이트 타입 시트.

릴시트의 역할
전통적인 역할이라고 할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오로지 릴의 고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릴을 낚싯대에 고정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릴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의 고민거리와 다를 게 없지 않나싶다. 끈으로 묶거나, 철사로 감거나, 적당한 부품을 사용해 끼워 넣고 나사로 고정하는 방법 등등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만하다.

현대의 릴시트 모습을 보면 고정된 덮개(후드)에 릴다리를 끼우고 나사나 지렛대가 달린 다른 덮개를 움직여 낚싯대와 릴을 연결하는 방식이 대다수이다. 물론 요즘도 테이프로 감아 고정하는 방법도 있고 간단하게 링 후드를 사용해 고정하는 릴시트가 사용되고 있기도 하므로 이는 예외로 보자.

현대 낚싯대에 있어서 릴시트의 역할은, 릴을 낚싯대에 고정한다는 기본 역할에는 변함없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릴과 낚싯대를 완전하게 일체화시키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사용자가 손에 쥐어서 불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낚싯줄과 낚싯대를 타고 전해져 오는 진동을 손에 완전하게, 어떤 면에서는 더욱 증폭해서 전해주는 역할마저도 수행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사용된 금속제 파이프시트(좌)와 후지공업의 합성수지 파이프시트.

금속제 파이프시트의 단점인 헐거움, 전해 부식, 낚싯대 파손, 무게 등을 획기적으로 해소하였다.

릴시트 형태의 두 갈래
현대의 릴시트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판형 릴시트, 보통 ‘플레이트시트(plate type reel seat)’라고 부르는 형태로 갯바위 찌낚싯대, 특히 감성돔낚시나 벵에돔낚시용 찌낚싯대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금속판으로 만들고 슬라이드 방식의 후드가 움직여서 릴을 고정한다.

또 하나는 ‘파이프시트(pipe type reel seat)’라고 부르는 형태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나사가 달린 후드를 조여서 릴을 고정하는 방식의 릴시트다. 아무래도 플레이트시트에 비해서 무겁지만 강하게 릴을 고정할 수 있고 릴시트 자체의 강도도 높아 훨씬 다양한 낚싯대에 사용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고급스러운 무늬목을 사용한 릴시트가 부착된 계류용 루어낚싯대.

릴시트의 진화 과정
릴시트의 진화 과정을 보면 우선, 무엇으로 만들었느냐와 같은 재질의 변화가 있었고 그 다음으로 형태와 디자인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릴시트를 구성하는 재질은 금속제 위주였다가 합성수지제로 변화했다.

물론, 현재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릴시트가 있지만 그건 트롤링용의 특수한 경우이고 그 외에는 모두 합성수지로 만들고 있다. 이런 변화와 개발을 주도한 것은 역시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COGYOCO., LTD)’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가이드와 마찬가지로 릴시트의 진화도 낚시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후지공업의 릴시트 개발은 1951년에 첫 번째로 플레이트 시트를 발매했고 파이프 시트는 1963년에 발매했다. 당시 릴시트는 이미 다른 회사의 제품이 있었지만, 기존 제품의 단점을 해소하고 확실하게 릴을 고정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제품의 등장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었다. 1979년, 금속으로 만들던 릴시트의 고정관념을 깨고 합성수지제 파이프 시트가 등장함으로써 이때부터 릴시트의 기본형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후지공업의 광고 카피를 살펴보면, 합성수지로 만든 파이프타입 시트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파이프 시트의 생명은 후드
후드는 릴에 걸리는 충격을 고려해 종래 제품보다 두껍게 설계, 릴이 밀착 고정되도록 합성수지 쿠션 설치.

■경량화
종래의 금속제 릴시트에 비해 강도는 높으면서 절반의 중량.

■릴 보호
알루미늄 재질의 릴 다리와 스테인리스 재질의 릴시트가 접촉할 때 수분에 의해 발생하던 전기분해 부식을 원천적으로 방지.

■낚싯대 파손 방지
릴시트 자체에 탄성이 있어 휘어진 낚싯대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점.

■가벼운 힘으로 릴을 밀착고정

가볍게 돌리는 것만으로 릴이 잘 고정되고 풀리지 않는 와이드 너트… 등등이다.

이와 같이 1970년대에 등장한 합성수지로 만든 파이프형의 릴시트는 현재까지도 그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수많은 낚싯대에 사용되고있다.

▲일반 릴시트(좌)와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진동이 직접 전달되도록 디자인된 ‘블랭크 터치형 릴시트’.

21세기형 릴시트
릴시트의 기본이 되어버린 후지공업의 릴시트는 1990년대부터 인간공학적 디자인으로 쥐기 편안함을 강조한 제품을 등장시켰다. 단순한 직선적인 형태를 벗어나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 밀착하기 좋은 굴곡을 가진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인간공학적인 디자인만이 아니라 감도전달을 우선하는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각종 토너먼트의 발달과 그에 따른 요구가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스낚시용 루어낚싯대에 적용하는 릴시트는 ‘블랭크 터치타입(blank touch type)’의 디자인이 새로 등장했다. 이런 디자인이 릴시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 라이트 지깅의 유행에 따라 감도전달에 더해 손으로 쥐는 데 쾌적함도 중요시한 ‘파밍 서포트시스템(palming support system)’ 디자인도 새로 개발되어 있다.

▲후지공업의 플레이트 타입 릴시트 카탈로그.

▲후지공업의 최신 릴시트.

블랭크 터치 타입, 파밍 서포트 시스템 등 최신 디자인이 적용된 모델이다.

▲후지공업의 각종 릴시트 카탈로그.

감성이냐 감각이냐

릴시트의 진화에 있어서 꼭 인간공학적인 발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낚시라는 행위에서 미학을 추구하는 자기만족의 세계에 빠진 이들은 얼마든지 있어서 불편함이나 비효율적인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사용하고 싶은 것,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 또는 비싼 것만 사용하는 예도 있다. 좋게 말해서 개성미의 추구라고 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런 부류에 속해 있지만.

릴시트에서 개성미를 찾는 부위는 릴시트의 몸통, 정확히는 앞쪽 후드와 나사 후드 사이의 릴시트 스페이서(spacer)에 있다. 이 릴시트 스페이서 재질에서 차이를 준 릴시트 제품이 있다. 산천어나 곤들매기와 같은 연어과 어종을 상대로 하는 루어낚싯대의 릴시트에 고급스러운 무늬목이나 녹각(鹿角), 상아(象牙)로 몸통을 만들어 감성에 호소하는 제품이 제법 있다. 낚싯대의 성능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왠지 앵글러의 눈길을 끄는 건 사실이고, 이런 멋스러움 역시 낚시의 일부임은 틀림없다.

‘마음에 와 닿는 감성’이냐 ‘손끝에 와 닿는 감각’이냐의 선택은 개인 기호겠지만, 그러나 낚싯대에 부착되어 있는 릴시트의 대세는 역시, 블랭크를 직접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접촉한다거나 블랭크에 전해오는 진동을 증폭시키기 위한 작은 노력이 보이는 그런 모델들이 더 많다.

다음 회는 ‘캐스팅 핸들(권총형 손잡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자료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COGYO CO.,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