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왕돌초에 방어만 부글부글

대부시리는 한 물때 뒤에 터진다고요?

박상욱 HDF 필드스탭, 솔트루어린 회원

▲울진 오산항에서 이프로호를 타고 왕돌초 인근 해역으로 출조한 낚시인들이 동이 트는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펜슬 베이트를 날리고 있다.

4월 초는 큰 개체의 부시리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할 시기다. 이때부터는 먹성을 점차 키워 산란을 준비하게 되는데 활동성은 가을보다 떨어지지만 먹성은 좋은 시기라 조건만 잘 맞춘다면 초대형 부시리를 잡을수 있다. 하지만 기온과 수온의 변화가 심한 요즘에는 조황은 거의 일정하지 못한 날이 많기 때문에 자칫 날씨를 맞추지 못하면 펜슬베이트만 바다에 퐁당거리다가 철수하게 된다.

▲울진 오산항에서 출항하는 이프로2호.

선두가 데크 형식으로 평평하게 만들어져 5~6명이 편하게 캐스팅할 수 있다.

▲낚시인들의 빅게임 장비. 부시리 전용 로드에 10000번 내외의 스피닝릴을 사용한다.

폽퍼에 반응을 보인 대상어
지난 4월 10일. 대부시리의 꿈을 안고 울진 오산항에서 이프로2호를 타고 새벽 4시30분에 출항했다. 이프로 2호는 캐스팅게임을 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의 낚싯배로, 9.77톤에 선수가 풀데크(선수 전체가 평평한 데크)라 6명이 뱃머리에서 동시에 캐스팅을 할 수 있고 뒤에서도 3명 정도는 무리 없이 루어를 던질 수 있다.

올해 첫 왕돌초 출조여서 긴장이 되었다. 전날 강풍주의보가 발효가 되어 바다에 너울이 많다. 약 40분이 지나 포인트에 도착했지만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스름한 새벽. 동이 아직 트기 전에 선수에 올라 시각적으로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반사판이 있는 200mm 펜슬베이트를 선택하여 첫 캐스팅을 했다. 캐스팅을 하는 도중에 해가 떠올랐고 열심히 캐스팅을 해보지만 체이스 한 번 받지 못한채 첫 찬스는 그렇게 놓치고 말았다.

바람이 많이 불고 너울이 심해서인가? 해가 떠오르고 난 뒤 바다를 보니 평소 왕돌초에서 볼 수 있는 맑은 물색이 아니었다. 이에 조금 더 어필력을 줄 수 있는 폽퍼로 바꿔 대응하기로 했다. 폽퍼를 사용하자 이내 반응이 왔다. 체이스 이후 숏바이트!
해법을 찾은 듯했다.

▲물칸에 살린 방어.

▲오전 피딩타임에 80cm 방어를 히트한 필자.

갑작스런 라이징에 깜놀
최근에는 캐스팅게임에서 폽퍼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조구사들이 다양한 종류의 폽퍼를 생산해내기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거품을 많이 낼 수 있는 폽퍼와 소리를 조금 더 낼 수 있는 폽퍼를 번갈아가며 사용했고, 물색이 어둡기에 검정색 톤으로 음영을 뚜렷한 폽퍼와 반짝반짝 빛나는 반사판이 들어 있어 폽퍼도 사용했다.

한두 번의 체이스는 있었지만 확실한 입질로는 이어지지 못한 채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물색이 어두워 대상어들의 반응속도가 떨어진다고 가정해도 이 정도로 입질이 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전날 강한 서풍으로 인해 떨어진 수온이 대상어의 활동성까지 같이 떨어뜨린듯 보였다.

해가 완전히 떠올라 따스함이 느껴질 때 쯤 갑자기 부시리가 라이징을 시작했다. 이때는 펜슬베이트는 던져서 라이징이 일어나는 포켓에 떨어지면 바로 받아먹는다. 그래서 아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게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히트가 되고 조금 처진 분위기가 다시 좋아졌다.

라이징을 할 때는 160mm부터 240mm 펜슬베이트까지 사이즈와 형태, 색상을 가리지 않고 받아먹었다. 올라오는 씨알도 대중이 없었다.
하지만 부시리는 거의 없고 방어뿐이었다. 몇 번의 캐스팅과 랜딩이 이어지니 이내 라이징이 사라지고 다시 조용해졌다.

▲큰 부시리를 걸어 파이팅을 하고 있는 낚시인. 아깝게 채비가 터지고 말았다.

▲필자가 사용한 펜슬베이트. 160mm 이상을 사용했으며 반짝이는 효과가 큰 것이 잘 먹혔다.

4월 이후에는 입질하면 1m20cm!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갔고 어딜 봐도 이제 라이징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초속 10m로 계속 불었고 너울도 계속 지속되자 물색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 펜슬베이트를 던지고 간간이 지깅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반응을 보이는 녀석은 없었다.

소강상태는 철수 시각까지 계속되었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항구로 돌아왔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대물이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만약 펜슬베이트(플러그)에 반응을 보인다면 거의 1m20cm가 넘는 부시리를 낚을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기 때문에 한 방을 노린다면 이런 날도 감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4월 초부터 산란이 제일 빠르게 이루어지는 거제 안경섬과 구을비섬을 일대로 출조를 매년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반대로 울진 왕돌초부터 시작을 했다. 올해는 거제와 왕돌초 부근의 수온이 비슷하여 거의 동시에 시즌이 시작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은 거의 적중한 듯 하지만 아직 미터급 부시리를 걸지 못했기에 다음 물때에 더 나은 파이팅을 기대해 본다.

취재협조 HDF, 울진 이프로2호 010-528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