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삽교호 선인대교 밑

산란 특수 제대로 만났다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져,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지난 3월 23일 2박3일 일정으로 찾은 곳은 충남 삽교호 선인대교 하류였다. 지난 3월 초부터 씨알 좋은 붕어들이 마릿수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산에 거주하는 이한구(아래울) 씨는 수시로 출조하며 산란을 준비하는 3월 말에는 많은 붕어가 수초대로 붙을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마침 이틀 뒤 삽교호에서 낚시사랑 모임이 예정돼 있어 출조를 결정했다.

오전 11시에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한구 씨와 청주에서 오셨다는 낚시사랑 회원 두 분이 낚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2박 중 첫날은 입질조차 없었고 그나마 당일에 몇 수의 붕어가 나왔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대를 펼까 말까 하는 갈등이 있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그대로 주저앉기로 했다. 둑 위에 주차하고 갈대밭을 70m 정도 걸어야 하는 극한의 포인트였다.

삽교호는 워낙 넓은 수면적을 가지고 있어 본류권에서는 바람이 초속4m 이상만 불어도 파도가 일어 낚시가 어려운 곳이다. 다행히 이날은 바람이 약해 문제가 없었다.

입질 한 번 없이 저녁 시간으로 가고 있을 즈음, 옆자리의 청주 분이 연속 입질을 받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해가 지기 전인 오후 4시부터 저녁 7시까지가 골든타임이라는 것. 우리 일행은 그 시각에 저녁식사를 했던 터라 후회가 됐다.

▲취재팀이 낚시한 선인대교 상류 연안. 갈대밭 곳곳에 좋은 포인트가 자리하고 있다.

탐색전으로 마무리된 1차 출조
어둠이 내리자 수면은 장판을 깔아 놓은 듯 잔잔해졌다. 찌를 살짝 만건드려도 입질이 파악될 정도였지만 좀처럼 입질은 없었다. 늦은 밤까지 지켜보다가 눈꺼풀이 내려앉기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에 다시 일어나 낚시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 세워둔 4.2칸 대의 찌가 깜박거리더니 서서히 솟았다. 그렇게 첫 붕어를 어렵게 만났다. 거의 16시간 만에 만나는 붕어였고 31.5cm의 월척이었다. 첫 붕어가 나오자 기대를 갖고 낚시를 이어갔지만 날이 새도록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이한구 씨의 말에 의하면 3월 중순쯤 붕어가 붙기 시작해 허리급 이상부터 39cm까지 하루 10여 수 이상은 늘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예 입질도 없었다. 더 이상의 입질 없이 날은 밝았고 기대했던 아침에도 단 한 번의 찌 움직임 없이 오후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틀 동안 낚시한 청주 분들이 철수한다며 그동안 올린 붕어를 보여 주었다. 방생한 잔챙이 2마리를 제외하면 모두 준·월척급이었으며 총 9마리가 들어 있었다. 삽교호 붕어는 힘도 좋고 잘 낚여 청주에서 이곳까지 매주 찾아오고 있다고. 나와 동행한 이한구 씨와 김종선(질꾼) 씨가 그 포인트를 넘겨받았다.

오후 2시쯤 삽교호 대포리에서 낚시 중이던 지인이 삼겹살을 사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좌대로 들어서는 순간, 오른쪽 3.6칸 대의 찌가 살며시 오르고 있었다. 앉을 새도 없이 챔질하니 거세게 저항하며 버티다 뜰채에 담겼다. 벌건 대낮에,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나온 붕어는 28cm의 붕어였다.

▲필자가 올린 마릿수 조과. 월척도 여러 마리 낚았다.

지렁이를 달아 다시 던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정면의 4.2칸 대 찌가 다시 솟고 있었다. 급하게 낚싯대를 내려놓고 챔질하니 이번에도 거세게 저항하며 버텼다. 살살 달래가며 뜰채에 담은 붕어는 34cm에 육박하는 대물 붕어였다.
산란이 임박했는지 나오는 붕어마다 배가 불룩했지만 아직 산란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철수한 청주 분들 자리로 들어갔던 낚시인은 연속으로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씨알도 좋아 나오면 거의 준·월척 붕어였으며 빵이 좋아 나올 때 보면 모두 4짜로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낮에 몇 마리씩 낚고 나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낮에 붕어가 나온 만큼 밤낚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일까? 늦은 밤까지 더 이상의 붕어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은 새벽 4시가 지나서야 28cm 준척 붕어가 한 마리 나왔을 뿐이다. 아침에는 비가, 낮 11시부터는 배수까지 예정돼 있어 서둘러 철수를 준비했다.

그때까지의 조황을 확인해 보니 김종선 씨가 10여 마리의 조과를 올렸고 필자는 7마리의 준·월척 붕어를 낚았다, 낚은 붕어들은 사진 한 장만을 남기고 곱게 살던 곳으로 보내 주었다. 필자는 선인대교에서 철수해 우강면 소반리수로에서 2박을 더 보냈지만 붕어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연속 출조에서 마릿수 조과를 올린 김종선 씨가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청주 낚시인 남영진 씨가 허리급 월척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쌍권총 입질에 하루 30마리 낚기도
집으로 철수했다가 아쉬움이 남아 3월 27일 일요일에 다시 선인대교 포인트를 찾았다.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 낚시인들은 철수했고 지인들만 몇 분 낚시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필자 일행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어 지난번 앉았던 포인트에 앉을 수 있었고 전기훈(쩐프로) 씨 그리고 김종선 씨가 어디서 떠내려 온 것인지 모를 폐냉장고를 좌대 삼아 자리를 잡았다.

이날도 복병은 바람이었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파도 덕에 붕어의 경계심이 풀어졌는지 이날은 찌가 몸통까지 솟는 덕에 입질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이날은 조황은 좋았지만 포인트 편차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중간 지점에 앉은 전기훈 씨와 필자는 그 바람 속에서도 소나기 입질을 받았지만 전기훈 씨 옆자리에 앉은 손기정 씨 자리에서는 입질이 뜸했다.

초저녁에는 입질이 뜸해 일찍 잠이 들었고 새벽 4시가 지나면서 붕어들이 붙기 시작해 동 트기 전에 몇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아침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다시 겨울이 오나 싶을 정도로 추웠고 낚싯대도 하얗게 얼어버렸다.

▲선인대교 상류 연안에서 손맛을 즐기는 낚시인들.

▲전기훈 씨가 1박낚시로 올린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취재일에 소나기 입질을 받았던 청주 낚시인.

▲배터 인근에 자리를 잡은 김종선 씨.

▲선인대교권 낚시에서 위력을 발휘한 토코사의 옥수수 어분글루텐 떡밥.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자 차로 들어갔던 조우들도 모두 나와 오전 낚시를 시작하였다. 오전 10시40분경부터 필자에게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한국낚시방송 통신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전화로 조황속보를 녹화하던 중 쌍권총 입질을 받기도 했다.

오후가 돼 바람이 급격히 잔잔해지자 전기훈 씨 자리에서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철수하려던 손기정 씨가 전기훈씨 자리에 잠시 앉아 30여 분 만에 10여 수가 넘는 붕어를 낚았을 정도였다.

조과를 정리해보니 1박 낚시에 전기훈 씨가 25수 정도를 낚았고 필자 또한 10여 수가 넘는 붕어를 올렸다. 이 정도면 첫 조행 때보다 만족할 만한 조과였다. 필자가 철수한 다음 날에는 더 많은 붕어가 쏟아져 하루 30여 마리는 기본이었으며 허리급 대물붕어까지 마릿수로 낚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봄철 산란 특수가 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는 삽교호는 우리 낚시인들에게는 더 없는 축복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으려 한다는 소문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낚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