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용인 송전지

봄 맞아? 수심 3m에서

솟구치는 월척들

이영규 기자

▲송전지 묘봉리골에 떠 있는 수상좌대들. 수몰 버드나무가 멋진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안성 고삼지와 더불어 수도권 좌대낚시 양대 성지로 꼽히는 송전지가 초봄부터 이름값을 하고 있다.
보통 산란에 임박한 4월 초부터 낚시인들이 대거 몰리지만 올해는 3월 중순부터 성수기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겨울 탓에 붕어의 산란도 예년보다 늦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빨라야 4월 초는 돼야 본격 산란 입질이 붙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3월 27일에 출조한 용인 송전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송전지는 3월 초까지도 곳곳에 얼음이 남아있었다. 본격적인 물낚시가 시작된 것은 3월 중순부터였고 마릿수 조과는 3월 말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그 여건이 특색 있었다. 보통 봄 산란기 낚시는 수심 1m 안팎의 얕은 수초지대가 포인트지만 올해 3월 중순부터 호황을 보인 곳은 2.5~3m 수심의 맨바닥이었다. 게다가 낮에는 입질이 뜸하고 주로 밤에만 입질이 들어왔다. ‘산란기에는 밤보다 낮에 입질이 활발하다’고 알려진 상식과는 반대 양상인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이 무렵이 본격 산란 피크가 아닌, 산란을 앞둔 큰 붕어들이 알자리를 잡기 위해 깊은 수심에서 회유하는 시기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붕어는 연안에 산란에 적합한 수온이 형성되어야만 알을 부화시킬 수 있어 그 이전까지는 얕은 수심으로 붙지 않는다). 여기에 유난히 추웠던 겨울, 예년보다 해빙이 늦게 이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안성 고삼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는데 근소한 차이지만 고삼지보다는 송전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고 마릿수 조과도 뛰어났다. 그러다보니 예년 같으면 4월 초부터나 밀리던 좌대 예약이 올해는 3월 중순, 그것도 평일에도 풀로 차는 기현상을 보였다.

▲밤낚시를 마친 낚시인들의 철수 모습.

온화한 날씨와 잔잔한 수면이 봄이 왔음을 대변하고 있다.

▲묘봉리골 서울좌대에 올라 34.5cm 월척을 올린 정광열 씨.

월척과 준척 포함 7마리를 올렸다.

월척 맛집 서울좌대에 오르다
지난 3월 27일, 전북 부안 사산지 취재가 실패로 끝난 뒤 집으로 올라오던 중 서울의 윤창석 씨로부터 “오늘 송전지로 출조하니 시간이 되면 합류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매년 반복되는 산란 피크 무렵의 ‘수초밭낚시’였다면 정중히 고사했겠지만 수심 3m의 맨바닥에서, 그것도 3월 중순부터 밤에 월척이 마릿수로 낚인다는 소식에 취재를 결정했다. 중부권 낚시터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송전지 배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배를 타고 묘봉리골의 일명 ‘장어집’ 앞에 놓인 서울좌대로 들어갔다. 1시간 전에 도착한 윤창석 씨와 정광열 씨가대편성을 마친 후였다. 정광열 씨는 상류 쪽 버드나무, 윤창석 씨는 중심부 쪽 버드나무를 보고 앉았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버드나무에서 2m 이상 떨어진 곳에 찌를 세우고 있어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수심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나는 장어집 앞에 대를 펴려다가 밑걸림이 우려된다는 총무님의 얘기에 배대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버드나무 같은 은폐물은 없었지만 어차피 맨바닥의 깊은 수심에서 입질이 온다는 얘기에 의외성 입질을 노려보기로 했다.

밤 7시경, 낮케미를 전자케미로 바꾸는 와중에 뒤편에 자리한 김광열 씨의 한탄 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은 케미를 바꾸느라 한 눈 파는 사이에 붕어가 버드나무 속으로 박혀버렸고 방금 입질은 몸통까지 올린 것을 못 봤다고 한다. 낮에 윤창석 씨가 “요즘은 초저녁부터 입질이 들어와 자정 무렵까지 활발하다”고 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연안과 가까운 버드나무 옆에 대를 편 정광열 씨.

▲12시경 월척을 올린 윤창석 씨.

▲윤창석 씨가 사용한 군계일학의 굿바디 히트 낚싯대.

▲취재일 사용한 '와이삼' 글루텐 떡밥. 마루큐사의 와다글루, 이모글루텐, 딸기3번을 섞은 3합이다.

▲묘봉리골 안쪽 곳곳에 박혀있는 수몰 버드나무.

취재 당시는 굳이 버드나무에 붙이지 않고 맨 바닥을 노려도 입질이 활발했다.

불과 30분 뒤 이번에는 내 왼쪽에 앉은 윤창석 씨의 찌가 허공에서 춤을 췄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32cm 월척. 버드나무에서 2m나 떨어진 3m 수심 맨바닥에서 올라왔다. 이후 9시경 두 마리째 월척을 올렸다.

밤 10시경에는 나도 입질을 받았는데 30cm가 약간 넘는 턱걸이 월척이었다.
이런 식으로 드문드문 입질이 들어와 밤 12시까지 정광열 씨가 5마리, 윤창석 씨가 4마리를 추가해 마릿수는 순식간에 10마리로 불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월척이었다. 나에게도 두 번의 입질이 왔으나 촬영 때문에 부산을 떠느라 챔질 타이밍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윤창석 씨는 “요즘은 하절기에도 이렇게 잦은 입질 받기가 힘든데 산란직전 시기에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송전지 서울좌대. 친절하고 뛰어난 가이드로 많은 단골을 확보 중이다.

▲취재팀이 올린 월척 붕어들.

▲윤창석 씨가 수심 3m의 맨바닥을 공략 중이다.

▲밤중에 연속으로 월척을 올린 정광열 씨.

▲취재에 동행한 윤창석(왼쪽) 씨와 정광렬 씨가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 고 있다.

낚은 붕어의 절반 이상이 월척이었다.

변화하는 붕어낚시 시즌 실감
취재일은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그릇에 받아 놓은 물이 얼 정도로 기온이 낮았다. 그 바람에 우리는 새벽 1시경 일찌감치 잠이 들었고, 새벽 3시경 일어난 윤창석 씨가 월척 2마리를 추가해 마릿수는 총 12마리로 불어났다.

반면 기대했던 아침 조황은 부진했다. 전날 서울좌대 총무님으로부터“초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 입질이 활발하고 새벽과 아침낚시는 부진하다”고 들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침 8시경 정광열 씨가 두 마리의 붕어를 끌어낸 것이 이날 오전 묘봉리골 좌대들에서 구경한 유일한 조과였다.

한편 취재일에 경험한 3월 밤낚시 호황은 흔히 ‘영등붕어’ 시즌에 나타나는 짧은 손맛 특수로 볼 수 있다. 바다낚시인들은 음력 2월 한 달을 영등철이라고 부르며 연중 가장 고기 낚기 힘든 시기로 특정하고 있다.

민물에서도 해빙기는 막 지나고, 본격 산란 피크는 한 달 정도 앞둔 2월 말~3월 중순 사이가 이 시기에 해당한다. 이때는 상류보다는 중하류권 깊은 수심에서 덩치 큰 붕어들이 입질한다.

그러나 이번 송전지 사례처럼, 중부권 낚시터에서 3월 중순부터 굵은 월척이 밤에, 마릿수로 꾸준히 낚이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볼 수있다. 해가 갈수록 계절에 변화가 오고 기상이변도 심해지는 영향으로 물속 생태계에도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기사가 실린 낚시춘추 5월호가 발행하는 4월 15일경부터는 취재 당시보다 더 쉽게, 더 많은 월척 붕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연중 최고의 산란 특수가 코앞에 찾아왔다.

문의 송전지 서울좌대 010-2559-3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