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항포낚시터

메가톤급 호황에 강화도가 들썩

이영규 기자

▲“밤새 이만큼 낚았습니다.”인천에서 온 이금용 씨가 부인과 함께 수상좌대에서 올린 마릿수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손아귀에 꽉 차는 준척 붕어. 수상좌대에서는 이 정도 씨알이 기본으로 올라왔다.

▲우안 하류~중류에 배치한 수상좌대. 연안에서 걸어서 진입할 수 있다.

항포낚시터는 작년 2월 중순 경에도 대박 조황이 터져 화제가 됐다. 해빙 직후 물낚시에 준척부터 월척에 이르는 붕어가 떼로 낚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겨울이 길었던 터라 당시의 호황이 재현될 수 있을까 싶었으나 걱정은 기우였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굵고 마릿수도 탁월하다.

항포낚시터(삼산지)는 강화도에서는 소문난 토종붕어 유료낚시터다. 지난 2015년 가뭄 때 배스와 블루길이 거의 퇴치되면서 지금은 토종 물고기만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붕어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이 빠르다. 마릿수 조과만 놓고 본다면 강화도권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항포낚시터에 대한 대다수 낚시인들의 인식은 ‘마릿수는 좋지만 씨알이 아쉬운 낚시터’로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올해부터는 그런 선입견이 해소될 전망이다.
준척에서 월척에 이르는 씨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항포낚시터 단골 낚시인들은 “간척호 특성답게 항포저수지 붕어들은 성장이 빠르다. 가뭄이 거쳐 간 뒤부터 여섯 치 이하 씨알이 떼로 몰려다녔는데 현재는 그 붕어들이 성장해 준척급까지 성장한 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산란을 앞둔 이맘때는 턱걸이급부터 허리급에 이르는 씨알이 많이 낚여 씨알과 손맛을 모두 만족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한 한기덕 선생이 수상좌대에서 올린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관리인 차미자 씨가 손님들이 수상좌대에서 올린 붕어를 관리소 옆 둠벙에 방류하고 있다.

3칸 대 1대로 100수 찍겠는걸~
지난 3월 20일에 항포낚시터를 찾았다.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작년부터 배치한 수상좌대의 등장이다. 수상좌대는 총 10동으로 우안하류부터 중류에 걸쳐 놓여 있으며 연안에서 걸어 들어 갈 수 있어 편리했다. 두 명이 낚시하기에는 넉넉했고 다대편성 대신 서너 대만 편다면 세 명이 낚시해도 충분한 규모다. 좌대 내부는 화려함보다는 실속을 먼저 생각해 만들었다. 적당히 큰 신형 TV와 냉장고, 전기 패널 난방 설비를 갖췄다. 좌대 한쪽 구석에는 큼지막한 테이블도 있어 이곳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취재에는 국내 직접 어탁의 고수 한기덕 선생과 동행했다. 젊은 시절 한기덕 선생은 멀리 가거도까지 낚시 다니며 어탁을 떴을 정도로 민물과 바다낚시에 모두 능통한 분이다. 올해로 연세가 91세이다 보니 힘이 드는 바다낚시보다는 붕어낚시를 즐기고 있다.

한기덕 선생을 모시고 온 이유는 역시나 마릿수 조과가 탁월하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지금도 많이 펴야 2대 이상은 펴지 않는 한기덕 선생은 떡밥낚시를 즐기는데, 배스 유입 후 붕어 자원이 줄며 손맛 기회가 줄자 늘 서운해 하셨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원 없이(?) 손맛을 즐기시도록 모시고 온 것인데 결과적으론 과유불급(?)이 돼버렸다. 선생님은 2.8칸 대 한 대 만으로 낚시 시작 1시간 여 만에 20마리가 넘는 붕어를 올렸기 때문이다.

▲관리소 앞에서 진입하는 일명 섬 포인트.

▲관리소 인근의 둠벙. 평소 붕어 축양장으로 쓰다가 갈수기 때는 낚시터로도 운영한다.

▲수상좌대의 내부. 실내가 넓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의정부에서 온 김진규 씨가 월척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항포낚시터에 도착했을 당시는 북풍이 강하게 불고 날도 추워 낮에는 낚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붕어들이 미친 듯 입질을 했다. 물속에 붕어가 얼마나 많은지 찌가 완전히 내려가기도 전에 다시 솟고, 입질이 없어 걷어보면 입에 바늘에 걸려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내려가는 떡밥을 받아먹는 녀석들도 많았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신이 나서 열심히 낚았는데 열 마리 정도 낚고 나니 흥미가 떨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외대로 밤새 백 마리 낚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듯하다”며 즐거워하셨다. 선생님의 살림망을 살펴보니 20여 마리 중 월척은 2마리뿐이었지만 나머지는 죄다 8~10치로 씨알이 굵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8대의 낚싯대를 세팅하고 채비도 옥수수, 지렁이, 떡밥에 맞춰 다양하게 준비했으나 막상 낚시에 돌입한 뒤로는 3칸 대 2대만 남기고 모두 접어야 했다. 두 대만으로도 찌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소나기 입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편, 봄이니까 아무래도 지렁이가 유리할 듯도 싶었으나 막상 낚시해보니 떡밥만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손에 달라붙지 않는 신장떡밥을 최대한 묽게 개어 사용했는데 신장떡밥에도 붕어들이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신장떡밥은 집어에도 유리하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

▲“그 거센 바람통에도 이만큼 낚았습니다.” 의정부에서 온 낚시인들이 올린 밤낚시 조과.

거의 100마리가 넘는 조과다.

▲8번 좌대에 오른 낚시인들은 저녁과 아침에만 낚시해 살림망을 채웠다.

왼쪽부터 김승민, 한정수, 김용식 씨.

외래어종 사라진 후 붕어 자원 급증
취재일 낚시 상황을 요약하자면, 10동의 좌대 모두에서 호황인 건 아니고 우리가 탄 9번과 좌우 8번, 10번의 조황이 유난히 뛰어났다. 떼로 몰려다니는 붕어들도 주로 세 좌대 주변에서 주로 어슬렁거렸는데 아마도 이 근처의 물속 지형이 붕어들을 꼬이게 만드는 것으로 추측됐다. 그렇다고 나머지 좌대의 조황이 부진한 건 아니었다. 8, 9, 10번의 조황이 너무 좋다보니 상대적으로 비교가 됐을 뿐이다(앞으로 수위에 변동이 오면 이런 군집 패턴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그나저나 5~6치급 잔챙이도 아니고, 걸었다 하면 최하 8치 이상인 이 많은 붕어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궁금했는데 관리인으로부터 자초지정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내용인 즉 2015년 가뭄 당시 배스와 블루길 퇴치와 더불어 큰 저수지의 붕어를 걷어내 관리소 옆 5백평짜리 둠벙에 모두 옮겨 담았다고(그대로 놔두면 완전히 가물어 붕어까지 몰살할 위기였다).

그런 후 다시 수위를 회복한 시점에 소류지 안의 붕어들을 다시 큰 저수지로 방류했고 이후 태어난 새끼 붕어들이 7년간 무럭무럭 성장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현재 낚이고 있는 붕어 씨알이 고른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항포낚시터의 떼고기 조황이 소문나자 문제점도 생겨났다는 게관리인 차미자 씨의 말이다. 쉽게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낚은 붕어로 붕어즙을 내릴 목적으로 ‘싹쓸이’에 나선 낚시인이 많아지는가 하면, 최근 들어 토종붕어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일부 토종붕어터 주인들이 낚시인들로부터 낚은 붕어를 공급(?) 받으려 한다는 소문까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에 항포낚시터는 반출할 수 있는 붕어의 마릿수를 5마리로 제한하고있다. 그 대신 입어료는 인상하지 않고 10년 전 가격인 2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최신식 수상좌대 역시 2인 기준 1박2일 이용료로 입어료 포함 12만원을 받고 있다. 여타 낚시터보다 2~3만원은 저렴한 편이다.

▲10번 좌대에 오른 낚시인들이 붕어를 끌어내는 모습. 밤낮 가리지 않고 붕어가 올라왔다.

▲찌 주변에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붕어들. 마치 양어장낚시터를 방불케 했다.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거품식 화장실.

▲떡밥을 미끼로 달아 쓴 스위벨 외바늘채비.

▲낚시터 한켠에 마련된 캠핑용 데크.

▲취재일 사용한 신장떡밥. 미끼와 집어제로 사용했다.

마릿수는 수상좌대, 씨알은 섬 주변이 앞서
우안 하류에 배치된 수상좌대가 중치급부터 턱걸이 월척을 마릿수로 노리는 포인트라면 관리소 앞 일명 섬(연안과 연결돼 있어 실제로 섬은 아니다) 주변은 씨알 위주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섬 주변 수심은 평균 2.5~3m로 1.5~2m를 유지하는 수상좌대보다 깊은 편이다. 마릿수는 수상좌대에 뒤지지만 주로 월척부터 허리급을 노리는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4짜가 가장 많이 낚이는 구간도 바로 이 섬 주변이다.

촬영 둘째 날 오전에 섬 주변을 들러본 결과 강한 맞바람 탓에 조황은 부진했지만 확실히 기본 씨알에서 수상좌대 포인트와는 차이가 났다.
김포에서 온 낚시인은 오전 9시터 낮 12시까지 총 5마리를 낚았는데 가장 작은 씨알이 9치였고 나머지 3마리는 턱걸이에 약간 못 미치는 일명 ‘열치급’이었다.

마지막으로 촬영한 한 마리는 36cm로 취재일에 구경한 가장 큰 씨알이었다. 5칸 장대로 깊은 수심을 노리던 강화 낚시인은 “수상좌대가 편하지만 우리는 씨알 위주 낚시를 하기 때문에 섬 주변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서 조황이 부진할 뿐 입어료 2만원에 월척 붕어를 마릿수로 올릴 수 있는 곳은 항포낚시터 그 중에서도 섬 포인트 일대가 최고입니다”라고 말했다.

신형 방갈로에서 편하고 아늑하게 마릿수 조과로 재미를 볼 것인지, 경제적인 섬 주변 연안 포인트에서 허리급부터 4짜에 이르는 대물을 노려볼 것인지는 낚시인들의 선택에 달렸다. 여기에 4월 중순경부터는 본격 산란을 앞둔 붕어들이 관리소 주변 얕은 수초밭으로까지 몰려들 것이므로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의 010-4737-3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