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서산 성암지

토종 피크 마감

5짜 대떡 찬스 왔다

이영규 기자

▲서산 낚시인 이명제(왼쪽) 씨와 홍성남 씨가 서산 성암지 도당리 상류에서 올린 45, 47cm 떡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명제 씨는 며칠 후 49cm 떡붕어를 낚기도 했다.

▲수로 형태인 도당리 상류. 좌우 연안으로 포인트가 많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도당교로 최상류에 해당한다.

▲수초 직공낚시로 4짜 떡붕어를 올린 이건장 씨.

제주도에 거주하는 이건장 씨는 매년 산란철마다 육지를 찾아 붕어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서산 성암지가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을 맞았다. 양대 봄붕어 포인트로 꼽히는 도당리와 탑곡리 상류에서 4짜급 토종붕어와 떡붕어가 솟구치는 대호황이 한 달가량 지속됐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토종붕어 씨알 피크는 마감됐지만 바로 이어질 대물 떡붕어 찬스에 낚시인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성암지 봄붕어 특수를 이끈 쌍두마차는 도당리와 탑곡리다.
성암지 좌안 상류에 있는 도당리는 도당천이, 우안 상류인 탑곡리는 가좌천이 흘러든다. 폭발력은 두 곳 모두 비슷하나 올해 관심을 끈 곳은 도당리다.

도당리는 상류 도당교에서 진입할 경우 포인트가 좌안과 우안으로 나뉜다. 그런데 작년 가을 즈음, 철새전염병 예방을 이유로 한쪽 진입로를 철제 펜스로 막았다. 그 바람에 차량 진입은 불가했고 걸어서만 진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철제 펜스도 낚시인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꽁꽁 닫힌 철문 옆으로 진입한 후 카트에 낚시 짐을 싣고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탑곡리 최상류 수로에서 월척을 끌어내는 성남 낚시인 이재열 씨.

▲이명제 씨의 미끼 활용법. 지렁이를 꿴 바늘 위 목줄에 글루텐을 달아 집어 효과를 높였다.

▲취재일 낚인 47cm 떡붕어.

▲이명제 씨가 사용한 강원산업의 록시 붕어 낚싯대.

▲성남의 이재열 씨가 올린 마릿수 조과. 가장 큰 놈이 36cm였다.

5짜 토종붕어로 착각하게 만든 47cm 떡붕어
지난 3월 31일에 찾은 도당리는 낚시인들로 북적였다. 취재에 앞서 전날 서산의 홍성근 씨로부터 “운산에 사는 지인이 3박째 낚시하고 있는데 4짜 토종붕어와 떡붕어를 30마리도 넘게 낚았다. 도당리에서는 매년 봄낚시 호황이 펼쳐지지만 올해는 유난히 씨알이 굵다. 특히 대형급 떡붕어 출몰이 빈번한 상황이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그 자리로 가보기로 했다.

늦게 가면 포인트가 없다는 얘기에 새벽 2시에 현장에 도착해 잠을 잔 뒤 동 틀 무렵 포인트로 진입했다. 굳게 닫힌 철제 펜스 문 옆을 지나 본류 방면으로 내려가자 100m 지점에 운산에서 온 이명제 씨의 파라솔 텐트가 보였다. 살림망 속에는 한눈에 봐도 월척은 훌쩍 넘길만한 붕어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가장 큰 씨알은 토종붕어 40cm와 떡붕어 45cm. 이명제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입질이 활발했는데 오늘은 물이 맑아서인지 입질이 예민하고 오전 입질도 뜸하다”고 말했다.

나는 6년 전 재미를 봤던 포인트가 있어 50m 정도를 더 내려가고 싶었으나 이명제 씨 옆과 건너편 연안에 낚시인들이 대거 포진해 망설여졌다. 붕어를 끌어내는 다이내믹한 모습을 촬영하기에는 지금 이 자리가 낫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제 씨 우측으로 2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이명제 씨가 4짜 토종붕어를 걸어내자 옆 자리의 홍성남 씨가 황급히 뜰채 지원에 나섰다.

▲이명제 씨가 4월 11일에 올린 49cm 떡붕어.

이명제 씨 자리는 수심차가 크지 않은, 마치 운동장처럼 편편한 바닥인 반면 내 포인트는 중심부가 깊은 물골이었다.
중심부로는 물 흐름까지 있어 주로 4칸 대 이상 긴 대들만 꺼내 중앙부 부들 가까이 찌를 세웠다.
낚싯대를 세 대 정도 편성했을까? “왔어요!”하고 외치는 소리에 돌아보니 이명제 씨의 낚싯대가 허리까지 휘어있었다.

끌려나온 놈은 33cm급 토종붕어 월척. 이명제 씨는 이 정도는 기본 씨알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살림망에 바로 넣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다시 대를 편성하는 동안 이명제 씨에게 두 번째 입질이 왔고 이번에도 월척을 갓 넘기는 토종붕어였다. 바로 옆 자리에서 연타로 나오는 월척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재빨리 미끼를 꿰어 수초대에 찌를 세우며 긴장상태로 돌입하는데 이명제 씨가 연달아 세 번째, 네 번째 입질을 받아냈다. 모두 턱걸이를 살짝 넘는 월척이었다. 이후로는 30분 가량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이명제 씨가 도당리 상류에서 3일 간 거둔 조과. 들고 있는 붕어는 4짜와 허리급 토종 붕어이며 4짜급 떡붕어도 여러 마리 섞였다.

어느덧 시간은 오전 9시를 넘기고 있는 상황. 이때까지 가장 많은 붕어를 올린 사람이 이명제 씨였고 그 외에는 거의 입질을 받지 못했다. 9시 30분경 맞은편 연안에 앉은 낚시인이 35cm급 토종붕어 한 마리를 올린 게 전부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최상류에서도 입질이 활발했다는 점에서 토종붕어의 산란 특수가 끝났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밤새 급격하게 맑아진 물빛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오전 10시경이 되자 홍성근 씨의 형님인 홍성남 씨가 뒤늦게 출조해 우리 사이에 앉았는데 대를 편 지 10분도 안 돼 47cm나 되는 떡붕어를 낚아 올렸다. 홍성근 씨는 5짜 토종붕어인 줄 알았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통은 토종붕어 산란이 끝나고 약 열흘 정도 뒤에 떡붕어 산란이 붙는 게 상례. 지금 낚이고 있는 대물 떡붕어들은 알자리를 찾기 위해 어슬렁대는 큰 씨알들로 추측됐다.

▲서로 마주보며 낚시하는 도당리 상류권.

▲도당리 상류 동쪽 연안에 앉은 낚시인이 쌍권총 입질을 받아내는 모습.

▲탑곡리 다리에서 바라본 가좌천. 본류에서 가까운 곳으로, 산란을 앞둔 붕어가 이곳 샛수로까지 올라붙는다.

▲“김치~” 이명제 씨가 올린 4짜 붕어를 촬영 중인 홍성남 씨.

4월 중순 잉어 산란 끝나면 곧바로 떡붕어 산란 돌입

오전 12시가 되자 봄바람이 터지면서 오전낚시가 마감됐다. 이후로는 오후 5시경의 해질녘이 돼야 바람도 자고 입질도 재개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기 지겨워 대를 접었다. 차를 몰고 이번에는 반대편인 탑곡리로 향했다.

도당리에서 탑곡리까지는 고작 5분 거리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탑곡리에 도착하니 최상류 다리 위쪽 수로에 3명의 낚시인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춘추 50주년 기념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어 인사를 하자 정기구독자인 성남의 이재열 씨였다.

이재열 씨는 2박째 낚시 중이었는데 살림망에는 최대36cm 포함 5마리의 붕어가 담겨있었다. 이곳 탑곡리권 역시 어제까지는 입질이 잦았으나 물색이 맑아진 오늘 아침부터 입질이 뜸해졌다고 한다.

같은 시기 두 권역이 비교됐던 점은 도당리권은 철저하게 낮(오전) 입질이 활발했던 반면 탑곡리권에서는 밤에도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성암지의 최근 며칠 조황이 열흘 전에 비해 약간 하락세였다는 감안할 때, 도당리보다는 탑곡리권 물색이 약간 더 맑았던 점이 원인으로 추측됐다.

따라서 낚시터와 포인트를 선정할 때는 단순히 물색의 맑고 탁함만 따지지 말고 물색에 맞춰 밤낚시에 집중할 것인지, 낮낚시에 집중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난 4월 첫째 주 금요일에 홍성근 씨와 전화통화한 결과 취재 이후 토종붕어는 1차 산란을 마치고 완전히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4월 7일경터 잉어 산란이 들어와 붕어낚시는 거의 힘든 상황이라고. 소란 사이에서도 입질은 들어오고 있지만 취재 당시만큼 굵은 씨알은 보기 어렵다고 한다.

잉어 산란이 완전히 끝나면 본격 산란을 앞둔 떡붕어가 연안으로 몰릴 것으로 예측되는데 낚시춘추 5월호가 발행되는 즈음에 피크를 맞을 전망이다. 토종붕어는 대물을 기대할수 없지만 기록급 떡붕어를 원하는 낚시인이라면 4월 중순 이후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10-6505-7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