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영산강 봄 배스 포인트

나주 죽산보·문평천·담양 오례천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담양 대추리에 있는 오례천의 갈대를 공략해 40cm급 배스를 낚은 김경태 씨.

빨간색 4인치 스트레이트 웜으로 만든 노싱커리그에 입질했다.

기자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자신만의 취재 패턴 같은 것이 생긴다. 소위 말하는 ‘고인물’의 습관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좋게 말하면 나름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내 패턴 중에 하나는 겨울에 배스낚시 취재를 하는 것이다. 취재원이 “제발 취재 좀 오지마라”는 그런 시기를 골라 취재에 나선다.

여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배스가 많이 낚일 때 배스를 낚아 보여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들도 다 쉽게 잘 낚는 시기에 취재를 한들 무슨 볼거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엄동설한에 악조건에서 배스를 쫓다보면 나도 모르게 배우는 것들이 많이 생기고 새로운 기삿거리가 생기곤 한다.

▲영산강 죽산보. 죽산보 하류에서 큰 배스가 낚이지만 연안이 대부분 얼어 있었다.

▲문평천 상류에서 갈대가 무성한 연안을 노리고 있다.

본류 공략은 포기하고
지난 2월 16일 광주에서 케이릴샵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태(테일워크필드스탭) 씨와 함께 영산강 나주 죽산보 일대로 배스낚시 취재에 나섰다. 2월의 광주는 한파가 수차례 지나간 이후 저수지는 대부분 얼어붙었고 영산강 본류에는 세찬 북서풍이 불고 있었다. 급기야 취재 이틀전에는 눈이 내려서 추위가 한층 더해졌다.

미리 염두에 둔 죽산보 일대로 가니 수면이 얼어 있었다. 그래서 우선 얼지 않은 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전남이라고 해도 한겨울의 영산강은 본류 연안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라 포인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도착한 곳은 죽산보 바로 아래에 있는 넓은 수로로 바람은 불었지만 수면이 얼지 않아 일단 배스를 노리기로 했다. 이곳은 죽산보 야외공연장 뒤로 본류와 이어지는 수로인데 전체적으로 수심이 얕고 수문으로 수량을 조절해 샛수로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스가 많을까 의심쩍었지만 김경태 씨는 “죽산보 일대에서 가장 큰 배스가 낚이는 곳”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두어 시간을 노렸지만 결과는 꽝. 불과 이틀 전에도 낱마리의 배스가 낚였다는 정보를 듣고 출조했지만 전혀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실패의 원인을 꼽자면 너무 춥고 바람이 불고 물색도 탁했기 때문이다.

김경태 씨는 “이곳은 수심이 얕기 때문에 오늘처럼 춥고 물색이 탁한 날은 배스들이 연안으로 잘 붙지 않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물색이 맑아지면 수로의 중심에 모이거나 일조량이 좋은 연안으로 잘 붙는데 오늘은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김경태 씨의 태클박스. 겨울이라 웜 위주로 채비를 만들어 사용했고 소형 크랭크베이트와 미노우도 사용했다.

▲김경태 씨의 베이트릴 장비. 테일워크 풀레인지 세트를 사용한다.

마법 같은 위력의 4인치 스트레이트웜 노싱커리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영산강 지류인 문평천. 문평천은 상류에 수문이 있는 곳은 얼었지만 하류에 수초가 자란 곳은 빨리 해동이 되어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먼저 4인치 스트레이트웜을 이용해 다운샷리그, 노싱커리그 순으로 채비를 운영했지만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숏바이트가 난다거나 입질이 약한 것이 아니라 전혀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입질이 없는 시간은 한시간 이상 계속되었고 포인트가 넓지 않다보니 노린 자리를 계속 노리는 식의 지루한 낚시가 이어졌다. 김경태 씨는 패턴을 바꿔 크랭크베이트, 스위밍지그로 채비를 바꾸었지만 끝내 입질을 받지 못하고 다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겨울 배스낚시의 어려움이라면 끊임없이 포인트를 옮기며 패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가 배스를 만나면 고진감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연중 가장 최악의 시즌을 타파할 나만의 패턴을 완성할 수있어 더욱 보람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옮긴 곳은 담양 봉산면 대추리의 오례천. 지난 2월호에 김경태 씨가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부유물이 많아 낚시하기가 번거롭지만 갈대 속에 배스들이 숨어 있어서 입질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김경태 씨는 처음과 같은 패턴으로 4인치 스트레이트웜을 이용해 노싱커리그를 사용했다. 갈대 주변에서 폴링 액션을 구사해 입질을 받을 생각이었다. 회심의 첫 캐스팅. 그랬더니 놀랍게도 곧바로 입질이 왔다.

그 후 연속으로 3마리의 배스를 히트했고 씨알도 30~40cm 씨알을 낚을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미노우와 크랭크베이트로 같은 자리를 노렸지만 입질 무.
다시 스트레이트웜으로 바꾸어 노렸더니 입질이 계속되었다. 같은 자리라도 다른 루어나 웜에는 입질이 없었고 스트레이트웜 중에서도 붉은색에만 입질이 들어왔다.

▲죽산보 하류에 있는 수로로 진입하고 있는 김경태 씨. 오른쪽에 있는 수문 주변에서 큰 배스가 낚인다.

▲담양 대추리에 있는 오례천. 영산강 샛수로이며 연안 갈대 속에 배스가 숨어 있었다.

▲오례천에 있는 제일교. 사진을 촬영한 연안에서 배스를 낚았다.

▲취재 다음날 죽산보로 출조해 김경태 씨가 직접 낚은 52cm 배스.

3월 중순 이후엔 본류 노리는 봄 패턴 유리
내가 웜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하니 김경태 씨는 ”웜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배스의 위치입니다“라고 말했다.

“연안을 천천히 훑어보니 배스는 모두 뻘바닥과 갈대의 경계지점에서 입질을 했습니다. 경계지점은 곳곳에 배스들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웜이 정확하게 핀포인트로 들어가야 입질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미노우나 크랭크베이트로 자극해도 소용이 없었고 배스가 다른 웜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왜 빨간색 웜에만 반응하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이트웜은 왜 잘 먹혔을까? 김경태 씨는 “스트레이트웜 자체가 파동이 약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저활성의 조건에서는 먹히는 듯합니다. 배스나 베이트의 활성이 약하니 강하고 빠른 액션이나 파장에는 배스가 반응하지 않다가 약한 움직임에 반응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싱커리그의 경우 웜이 더 천천히 가라앉고 자연스럽게 어필하기 때문에 먹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배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난 후에는 낚시가 쉬워졌다. 갈대 주변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니 스트레이트웜이 아니더라도 입질이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작은 씨알의 배스가 낚였고 더 큰 씨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큰 배스를 낚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자 김경태 씨는 “큰 배스는 노는 장소가 따로 있습니다. 갈대 주변이나 샛수로의 작은 스트럭처 주변에서는 커도 50cm가 최대치입니다. 지금처럼 40cm가 나와 준다면 결코 작은 씨알은 아닙니다. 큰 배스를 노리려면 처음 찾은 죽산보수로와 같이 활동범위가 넓은 곳을 찾아야 합니다. 괜히 영산강 본류 주변을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본류를 찾으려면 언제가 적합할까? 우선은 기온이 풀리는 날에 찾아야하는데, 3월에 기온이 오른다면 이미 봄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겨울낚시라고는 할 수 없으며 초봄 패턴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3월 중순이 지나면 본류에서 미노우나 크랭크베이트를 사용할 수 있고 프리지그 등으로 강 중심을 노려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따뜻한 오후를 노리고 연안에서 피네스피싱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내비 주소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122-4(영산강 나주 죽산보), 나주시 다시면 청정리121-5(문평천), 봉산면 대추리 54-2(담양 오례천)
■취재협조 광주 케이릴샵 010-8380-9940, 유니맥에이테크코리아 www.unima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