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기획_넙치농어를 말하다]

토론

이것이 넙치농어낚시다!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이틀 동안 현장 취재를 마친 후 서귀포항 입구에 있는 ‘카페담아’에 모여 넙치농어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취재팀.

좌측부터 한창민, 이택근, 박승기, 김동진 씨.

2박3일의 현장 취재를 마치고 이택근, 한창민, 김동진, 박승기 씨와 함께 넙치농어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넙치농어가 왜 꿈의 대상어로 불리고 있으며 왜 낚기 어려운 대상어인지 그리고 넙치농어를 낚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생각과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택근 1970년생

루어낚시 전문점 루어테크 대표

인스타그램 @luretech

루어낚시 경력 30년

네이버 루어테크 카페에서 스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마트스토어 루어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농어, 넙치 농어, 빅게임, 에깅 등을 즐기는 바다 루어낚시 마니아로 F-TV ‘L-테크니션’ 메인 진행자다.

주로 서해와 제주, 추자도권에서 농어와 넙치농어낚시를 즐긴다.

넙치농어는 왜 꿈의 대상어라 불리나?
택근 일단 고기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시즌도 딱 정해져 있고 제주도 외엔 낚이지 않기 때문에 포인트도 한정적이다. 존재 자체가 귀하다.

동진 포항과 울진에서 넙치농어가 한두 마리 낚인 적이 있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정상적인 대상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택근 제주도에서도 북쪽에서는 낚이지 않고 남쪽에서만 낚인다. 농어에 대한 지식이나 낚시 테크닉도 필요하지만 고수들도 한 마리를 낚는 것이 쉽지 않다.

창민 제주도 어부 중에서도 아직까지 그냥 농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존재 자체를 모르고 뚱뚱한 농어라고 알고 있다.

택근 한 번은 넙치농어를 낚아서 횟집에 맡겼는데, 요리사가 농어인지 민어인지 물어보더라. 전문적으로 횟감을 취급하지만 한 번도 넙치농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낚시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어종이다.

창민 10년 넘게 시장에서 일하면서 수족관을 유심히 보지만 넙치농어를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물에도 거의 낚이지 않을 정도로 귀한 것이 넙치농어다.

동진 귀한만큼 한 마리를 낚으면 희열이 넘친다. 10년 전엔 개체수가 적어서 매우 낚기 어려웠고 그때 넙치농어를 낚았다면 정말 귀한 대접을 받았다.

승기 현재는 넙치농어의 개체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랜딩 확률이 워낙 낮아서 꿈의 대상어라고 할수 있다. 60~70cm라면 어느 정도 랜딩 확률이 올라가지만 85cm가 넘으면 터지기 일쑤다. 90cm가 넘는 넙치농어는 1년에 한두 마리 볼까 말까 하는 정도다.

넙치농어와 일반농어 차이점은?
택근 일반 농어와 넙치농어는 외형도 다르지만 습성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우선 외형은 꼬리자루가 두껍고 체고가 아주 높다. 눈으로 봐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더 중요한 건 습성이다. 일반 농어는 미노우를 쫓아와서 입질을 하지만 넙치농어는 그렇지 않다. 넙치농어는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미노우를 순식간에 덮친다.

승기 그래서 핀포인트 공략이 중요하고 낚시가 어렵다.

창민 배스낚시처럼 정확하게 스트럭처를 공략해야 한다. 그런데 바다는 항상 조류가 흐르고 수위가 변하며 파도가 치니 더욱 낚기가 어렵다.

동진 외형은 덩치에서 압도적으로 넙치농어가 우세하나 습성은 정말 많은 차이가 난다. 일반 농어는 한 자리에서 수십 마리가 낚이기도 하지만 넙치농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여러 명이서 낚시해도 한두 마리가 낚이는 것이 고작이다. 또 홈통과 같은 곳에 몰리지 않고 저마다 큰 스트럭처 주변에 자리를 잡고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김동진 1990년생

테일워크 필드스탭,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운영진

인스타그램 @d_jin5

루어낚시 경력 12년

루어낚시라면 전 장르를 소화하는 올라운더다.

특히 농어, 삼치, 갈치루어와 빅게임, 에깅에 강하다.

선상낚시보다는 연안낚시를 추구하며 제주도, 대마도, 동해 안전역을 워킹으로 공략한다는 것이 목표.

포인트 형성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택근 일반 농어는 바닥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활성도가 아주 좋지 않은 이상 톱워터 미노우를노리고 상층까지 뜨지 않는다. 하지만 넙치농어는 처음부터 아주 얕은 곳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톱워터게임이 가능하다.

창민 같은 농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넙치농어가 일반 농어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별도의 어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반인들은 부시리와 방어를 비슷한 어종이라고 생각하지만 낚시인들은 완전히 다른 어종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다.

승기 농어는 지깅에 낚이고 그물에도 많이 잡히지만 넙치농어는 그렇지 않다. 얕은 곳에 많아서 조업에 잡히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반 농어와는 사는 곳이 다른 듯하다. 제주에서는 타이라바로 인공어초를 공략해서 농어를 낚는 일도 많았는데 넙치농어를 낚았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 넙치농어가 낚였다면 낚시춘추나 SNS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동진 제주도 남쪽에 주로 살고 남쪽 부속섬에서 주로 낚이지만 포인트의 공통점은 얕은 곳이라는 것 외에는 찾기 힘들다. 수심이 조금만 깊어져도 넙치농어는 낚이지 않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넙치농어 같은 경우는 베이트피시가 항상 있어야 하고 조류 소통도 항상 있어야 낚인다. 그에 비해 일반 농어는 베이트피시가 없어도 무리지어 다니고 조류가 흐르지 않는 홈통에도 많이 모인다.

손맛은 어떻게 다른가?
택근 덩치가 크니 넙치농어의 파워가 훨씬 좋다. 특히 꼬리 힘에 많은 차이가 난다. 두꺼운 꼬리자루로 테일워크(꼬리를 저어 마치 수면 위를 걷는 듯 움직인다)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동진 같은 씨알이라면 일반 농어와 넙치농어는 일이 킬로그램 이상 차이가 난다. 농어는 미터급이 되어야 7~8kg이 되지만 넙치농어는 80cm만 되어도 7~8kg가 넘는다. 그래서 같은 씨알이라도 부시리와 같은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창민 넙치농어는 70cm가 넘으면 10cm만 더 커도 1kg씩 무게가 증가한다. 70cm면 7kg, 80cm면 8kg, 90cm면 9kg이나 10kg이 되기 때문에 손맛을 감당하기 힘들다. 커질수록 극악의 랜딩 확률을 보일 수밖에 없다.

승기 예전에는 넙치농어를 낚기 위해 10호 쇼크리더를 썼다. 수심이 50cm도 안 되는 곳에서 10kg 괴물이 요동을 치면 버텨낼 쇼크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바늘털이까지 하면 대부분 드랙 조절을 할 틈도 없이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손맛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창민 1989년생

쿠로시오 필드스탭, 팀쿠로시오, 팀루어테크 회원

인스타그램 @danakka_changmin

루어낚시 경력 14년

빅게임, 넙치농어, 농어, 에깅, 볼락낚시 등을 즐긴다.

제주도 산남권에서 쇼어빅게임, 에깅을 주력으로 하며 대상어를 꼭 잡아야 한다는 것보단 낚시를 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

제주도에서 정육점을 운영 중.

일반 농어와 넙치농어의 장비 차이는?
택근 일반 농어는 굉장히 라이트한 장비로 낚을 수 있다. 심지어 에깅대로도 낚을 수 있다.

동진 일반 농어 105cm를 에깅대로 낚은 적이 있다. 라인이 합사 0.8호 정도로 가늘어도 된다.
하지만 넙치농어는 장비가 약하면 뽑아 올릴 수가 없다.

택근 로드는 무조건 9ft 이상 헤비급이 필요하다.

동진 넙치농어의 경우 로드가 길면 길수록 유리하다. 항상 바람이 부는 곳에서 낚시를 하기 때문에 여윳줄을 관리하기도 좋고 캐스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창민 제주도 현지인을 기준으로 하면 로드는 10ft 내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피닝릴은 4000~5000번, 라인은 1.5호나 2호를 사용한다. 굉장히 강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동진 예전에는 1.2호 합사를 사용했는데 1.2호는 뽑아낼 수 있을지 간당간당한 느낌이 든다. 겨우 랜딩에 성공할 정도이기 때문에 최소 1.5호를 사용해야 한다.

승기 나는 안전하게 원줄은 합사 2호, 쇼크리더는 30~35lb를 사용한다. 쇼크리더를 굵게 쓰는 이유는 어느 정도 여에 쓸려도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창민 쇼크리더가 너무 굵으면 미노우를 운용하기 힘들지 않나?

동진 그런 점은 있지만 어차피 합사 원줄이 바람에 날려서 미노우의 액션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때문에 굵은 쇼크리더를 쓴다고 해서 큰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승기 결론은 넙치농어 장비는 무조건 헤비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부시리를 상대할 수준으로 맞춰도 되지만 20g 내외의 미노우를 캐스팅해야 하기 때문에 로드의 반발력이나 복원력만큼은 좀 더 유연한 것이 좋다.

창민 MH를 기준으로 10~12ft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넙치농어 포인트는 어떻게 찾나?

택근 일반 농어는 다양한 곳에서 포인트가 형성된다. 그에 비해 넙치농어는 모두 섈로우권이다.

창민 내 기준으로 수심 4m가 넘으면 넙치농어 포인트는 형성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깊은 곳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다.

동진 일반 농어는 수심 30m에서도 낚인다. 하지만 넙치농어는 수심 30cm에서도 낚인다. 극과극이라고 할 수 있다.

택근 파도에 대한 오해가 많다. 파도가 치는 곳에 농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파도가 치는 곳은 수심이 깊은 곳이 많다. 넙치농어는 파도가 아닌 파도가 부서진 포말 아래에 있다. 포말은 얕은 곳에서 형성되며 포말이 시작되는 점부터 끝나는 점까지가 포인트다.

승기 연안에서 멀어도 수중여가 넓게 형성되어 포말이 생기는 곳이라면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멀리 떨어진 곳보단 연안까지 넙치농어가 붙어서 먹이를 사냥하기 때문에 멀리 노리기보단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이 좋다.

동진 처음 넙치농어에 도전했을 때 이런 사실을 몰라서 꽝을 많이 쳤다. 무조건 장타 위주의 낚시를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평생 넙치농어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택근 나도 2년 정도는 꽝을 친 것 같다. 넙치농어가 얕은 곳의 스트럭처 주변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해야 넙치농어를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캐스팅을 멀리하는 것을 말려야 더 빨리 넙치농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승기 1991년생
포토그래퍼, 팀루어테크 회원
인스타그램 @0816.studio
루어낚시 경력 10년
서해권에서 쇼어, 오프쇼어 농어낚시를 주로 즐기며 추자도로 농어낚시 원정을 자주 떠난다. 넙치농어. 에깅을 하기 위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제주도로 출조하고 있다. 전문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제주도와 원도권을 찾을 기회가 많으며 ‘L-테크니션’의 스틸 사진을 담당하고 있다.

제주 넙치농어에 맞는 미노우 특징은?
승기 예전에는 120~140mm 미노우를 많이 사용했다. 무조건 멀리 노리고 일반 농어를 노리던 미노우와 큰 차이가 없었기에 그냥 그대로 큰 미노우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90mm 내외의 작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동진 장타보다는 정타 그리고 높은 파도가 치는 곳에서 액션을 유지할 수 있는 미노우가 필요하다. 파도에 계속 미노우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아예 톱워터로 바꾸어 파도에 태워 수면을 노려도 넙치농어가 낚인다. 립이 있어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미노우는 이제 거의 쓰지 않는다.

창민 넙치농어를 시작하면서 미노우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미노우의 립이 조류의 저항을 받아 액션을 내고 천천히 감아야 입질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소형 미노우로 수면을 제법 빨리 훑어도 넙치농어는 입질을 하며 낮에도 밤에도 슬로우 리트리브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다.

택근 연안에서 파도가 치면 바닥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을 립이 달린 미노우로 날리면 십중팔구 밑걸림으로 끝난다. 그리고 요즘에는 소형 미노우에도 웨이트가 내장되어 멀리 노릴 수 있고 맞바람에도 많은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예전보다 좀 더 다양한 소형 미노우를 사용하고 있다. 루어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용하는 미노우의 패턴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양한 패턴을 경험하고 또 다양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 지귀도에서 넙치농어를 노리고 있는 김동진(좌), 이택근 씨.

넙치농어낚시 입문자에게 할 조언이 있다면?
택근 제주도 낚시인들 중에는 고수가 정말 많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주변 낚시인들과 포인트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너무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낚시를 하더라도 포인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공통이지만 넙치농어처럼 발전 가능성이 큰 낚시의 경우 고수들이 나서서 많은 정보를 공유해주면 좋겠다.

창민 육지에서 오는 낚시인들도 혼자 낚시를 하기보단 SNS 등을 통해 친분을 다지고 꼭 현지인들과 출조를 하길 바란다. 포인트 정보를 공유해도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낚시하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포인트를 공략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행이라면 꼭 제주도 현지인과 함께 출조하는것이 좋다.

동진 넙치농어와 같은 장르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공유되면 좋겠다. 최근에는 넙치농어의 개체가 늘어나서 더 빠르게 대중화될 수 있다고 본다. 정보가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낚시인들이 많다.

승기 전문적인 장르일수록 주변 동호인들과 빨리 친해지고 함께 출조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잡지나 TV를 통해 좀 더 최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얻는 것도 좋다. 경험으로 체득하기엔 제주도 넙치농어낚시는 난이도가 높고 비용도 많기 들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