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기획_넙치농어를 말하다]

제주 서귀포 현장기

전설의 넙치농어가 왜 이리 많아?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취재 이튿날 서귀포 강정 연안 갯바위에서 넙치농어로 마릿수 조과를 거둔 취재팀.

좌측부터 정의권, 이택근, 김동진 씨. 새벽 2~3시 중썰물에 넙치농어가 떼로 들어왔다.

▲취재 첫날, 서귀포 속골에서 넙치농어를 노리고 있는 취재팀.

속골은 큰 돌덩이들로 이뤄진 해안으로 조류가 잘 흐르지 않지만 베이트피시가 들어오면 넙치농어가 붙는다.

지난 3월 4일 이택근(루어테크 대표),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한창민(쿠로시오 필드스탭), 정의권(제주 히트&바이트 회원), 박승기(팀루어테크 회원) 씨와 함께 제주도로 넙치농어낚시 취재에 나섰다. 이번 취재엔 오는 3월 30일 FTV에 첫 방영될 ‘L-테크니션(연출 권순진PD)’ 촬영도 함께 진행됐다.

4일 오후에 공항에서 만나 렌터카를 인수한 후 곧바로 서귀포로 이동, 첫날은 가볍게 숙소 주변의 포인트에서 몸을 풀고 다음날 아침에 지귀도로 가서 본격적으로 넙치농어낚시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취재 이튿날 지귀도에서 웨이딩 장비를 갖추고 기념촬영을 했다.

좌측부터 김동진, 이택근, 한창민 씨.

▲강정에서 75cm 넙치농어를 낚은 김동진(가운데) 씨. 함께 출조한 박승기(좌), 최훈식(우) 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첫날은 가볍게 몸이나 풀려 했더니…
해가 질 무렵이 되어 찾아간 곳은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속골. 올레길 7코스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로 예전부터 농어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속골에서 주변으로 이어지는 공물, 돔베낭골 역시 유명한 농어 포인트인데 주로 큰 씨알의 일반 농어가 잘 낚인다. 돔베낭골에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농어가 낚인 적도 있다.

조류가 잘 흐르지 않는 홈통 지역이라 넙치농어 포인트는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첫날은 일반 농어를 대상어로 워밍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포인트 진입 후 곧바로 입질을 받았고 이택근 대표가 70cm가 넘는 넙치농어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갤러리로 이번 촬영에 동행한 포항에서 온 최훈식 씨가 65cm 넙치농어 한 마리를 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연타 입질을 받았지만 엄청나게 격한 대물의 바늘털이를 제압하지 못해 랜딩에 실패하고 말았다. 박승기 씨가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매우 큰 넙치농어였다고 한다.

최훈식 씨는 미터급 농어라면 포항에서도 여러 마리를 상대해본 베테랑인데 대형 넙치농어의 바늘털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놓쳤지만 환상적인 바늘털이를 만끽한 것으로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엔 입질이 뜸해졌다. 얕은 연안까지 붙은 넙치농어가 한 번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각지도 못한 넙치농어의 환대(?)에 모두가 얼떨떨한 상태. 포인트를 소개해준 한창민 씨가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주로 일반 농어가 낚이지만 베이트피시가 붙으면 넙치농어도 곧잘 낚입니다. 자잘한 멸치들이 연안에 붙으면 그것을 노리고 넙치농어가 붙는데, 아주 예민해서 포인트에 바짝 접근하지 말고 멀찌감치 떨어져 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게 파도가 치지 않아도 넙치농어가 붙고, 조류가 잘 흐르지 않아도 낚입니다. 단, 만조 전후에 잠깐 입질을 하고 그 외 물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더군요.”

넙치농어를 낚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한창민 씨는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꿰고 있었고 정확한 시간에 핀포인트를 공략해 보기좋게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만족하고 철수를 했어야 했는데,아쉬운 마음에 낚시를 조금 더 한다는 것이 지체되어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고 다음날 지귀도 출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수중여에 부딪혀 포말로 바뀐 파도.

사진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아래에 넙치농어가 있다.

▲낚은 넙치농어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신경처리를 하는 모습.

머리에 철사를 꽂아 척추를 관통한 후 피를 뺀다.

파도 없는 날엔 밤낚시 올인
다음날 일찍 지귀도로 향했다. 서귀포 남쪽에 있는 지귀도는 넙치농어를 낚을 확률로 따진다면 제주도에서도 베스트로 꼽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기대가 컸다.

서귀포 위미항에서 삼양호를 타고 등대자리에 하선, 지귀도 서쪽의 덤장 일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파도가 전혀 치지않는 상황이라 입질이 전혀 없었다. 지귀도는 주변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빠르기 때문에 파도만 쳐 준다면 높은 확률로 입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꽝이 많다. 제주도 현지인들도 지귀도 출조를 딱히 고집하지 않는 이유가 꽝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전 내내 영혼 없는 캐스팅을 했고 전날 밤의 피로가 누적되어 결국 입질이 없어 일찍 철수를 했다. 철수 후엔 모두 지쳐서 잠이 들었고 밤 8시가 넘어 재정비 후 출조에 나섰다.

제주 본섬을 타깃으로 출조에 나섰지만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바람이 약하게 부니 파도가 치는 곳이 드물었고 마냥 이곳저곳을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 바람이 더 강하게 불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얄궂게도 북풍만 강하게 불다보니 남쪽인 서귀포 일대는 파도도 치지 않고 거의 장판 수준으로 조용했다.

하는 수 없이 전날 갔던 속골에 물때를 맞춰 갔는데 이곳도 전혀 입질을 하지 않았다. 넙치농어가 신출귀몰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다른 어종과는 달리 한 번 손이 탄 자리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는 습성이 있다.

▲취재 당일 넙치농어에게 잘 먹힌 루어테크의 고블린 95SF.

잠행수심 0~50cm로 거의 표층을 노리는 미노우다.

▲낮에 넙치농어를 노리고 캐스팅하고 있는 김동진 씨.

넙치농어를 노릴 때는 멀리 캐스팅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핀포인트를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새벽 3시에 만난 넙치농어 떼
다음날 역시 오전은 날씨가 더 화창하다고 하니 파도가 높게 치지 않을 것이므로 취재팀은 밤에 승부를 내야 했다. 넙치농어도 일반 농어처럼 낮보단 밤에 잘 낚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밤이 되자 서풍이 불기 시작했고 남서풍에 비해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강정마을 일대로 가서 승부를 내기로 했다.

강정의 포인트도 올레길 7코스에 있는 명소다. 인터넷 지도에서 제주힐링돼지를 검색하면 나오는 곳으로 건물 앞 갯바위가 포인트다. 이곳에서 조금 더 우측으로 가면 강정의 선녀코지라는 유명한 포인트가 나오는데 이 주변이 모두 넙치농어 포인트가 되며 에깅, 벵에돔낚시도 잘된다.

모두 장비를 갖추고 포인트로 진입. 하지만 입질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는 다시 속골, 법환 등으로 포인트를 옮겨가며 낚시를 했고 김동진, 이택근, 정의권 씨 일행은 강정에서 계속 낚시를 했다.

새벽 1시. 속골로 이동한 박승기 씨가 정의권 씨와 통화를 하는 도중에 정의권 씨가 갑자기 “히트! 히트!”라고 외치며 전화를 끊었다. 급하게 강정으로 가보니 김동진 씨가 70cm가 넘는 넙치농어를 한 마리 낚은 것을 확인했다.

김동진 씨는 “입질이 없어서 계속 갯바위를 따라 다른 곳을 찾아 걷다가 조류가 받히는 발 앞에서 입질을 받았습니다. 넙치농어가 멀리 있는게 아니라 발 앞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넙치농어의 입 안에는 자잘한 멸치가 잔뜩 들어 있었고 그것을 보아 아주 얕은 곳까지 들어와 먹이활동을 한 것으로 짐작되었다.

▲김동진(좌), 이택 근 씨가 강정 연안을 걸으며 포인트를 탐색하고 있다.

낚시할 지형과 포말의 형태를 살펴 마음에 드는 곳으로 진입한다.

▲FTV L-루어테크니션 촬영을 위해 취재를 함께한 FTV 권순진(좌측) PD와 한상우(우측 두번째) 드론 감독.

이택근, 한창민 씨와 함게 포인트 공략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진 씨의 히트 소식에 일행들은 고무되어 더 열심히 강정 일대를 노렸다. 연타는 바로 오지 않았지만 중썰물이 시작될 무렵인 새벽 3시에 사건이 터졌다. 김동진 씨가 두 마리를 연속으로 히트해서 랜딩에 성공했고, 이택근 씨가 한 마리, 정의권 씨가 또 한 마리를 추가해 총 5마리의 넙치농어를 낚아낸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낚은 것보다 털리고 터진 것이 많다는 것. 랜딩에 성공한 씨알은 60~70cm로 작은 편이지만 나머지는 굉장한 바늘털이를 보였고 너무 가까운 곳에서 뿜어내는 괴력을 감당하지 못해 놓친 것이 많았다고 했다.

이택근 씨는 “넙치농어가 떼로 들어왔어요. 어찌나 바늘털이를 해대는지 털린 것만 몇 마리나 됩니다. 이렇게 넙치농어가 떼로 들어오는 건 들어보지도 겪어보지도 못했는데 정말 희귀한 광경입니다. 의아한 점이라면 떼 농어가 들어왔는데 일반 농어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제주도로 대여섯 번을 출조했지만 일반 농어를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어요. 어쩌면 서귀포권의 경우 일반 농어보다 넙치농어의 세력이 더 강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낚으면 전부 넙치농어고 예전보다 낚는 확률도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다른 낚시인들도 이택근 씨의 말에 모두 동의하며 이제는 “일반 농어를 보기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넙치농어가 더 많이 낚인다면 더 화끈한 낚시를 즐길 수 있고 넙치농어낚시 대중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일이다.

▲75cm 넙치농어를 낚은 김동진 씨. 이것 외에 두 마리를 더 낚았다.

▲강정에서 낚은 넙치농어.

털린 것이 더 많을 정도로 많은 양의 넙치농어가 들어와 보기 드문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다.

▲강정에서 넙치농어 두 마리를 낚은 이택근 씨.

넙치농어 시즌은 5~6월까지 계속
취재당일 히트루어는 루어테크의 고블린SF95였다. SF는 슬로우플로팅이란 뜻이며 95는 보디의 길이가 95mm임을 의미한다. 최근 유행하는 미노우로 얕은 곳을 공략하기 좋고 연안의 수심 얕은 곳에서 높은 파도를 만나도 안정적인 액션을 내는 것이 장점이다. 속골처럼 넓은 구간을 탐색할 때는 110mm 내외의 긴 타입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표층과 상층을 노리는 작은 사이즈의 미노우에 입질이 잦았다.

제주도의 넙치농어 시즌은 5~6월까지 계속된다. 산란 후에도 연안으로 붙는 넙치농어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90cm가 넘는 큰 씨알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넙치농어 마니아들의 원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취재협조 테일워크 유니맥에이테크코리아, 루어테크, 쿠로시오, F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