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거제 홍도 먼 바다 배낚시

살오징어가 주렁주렁

허수회 야마시타 필드스탭·유튜브 낚시요물

▲“한 방에 왕창 걸었습니다.”

필자와 함께 오징어 출조에 나선 포항 인스타호 한상기 선장이 스틱 채비로 한 번에 7마리를 낚아 올렸다.

매년 12월과 1월은 우리나라 동해의 동한난류를 거슬러 온 살오징어가 만으로 이동해 산란을 시작하는 시기다. 여러 산란터 중 남해는 1월부터 4월까지 어장이 형성되어 거제권과 통영권 먼 바다를 중심으로 손맛과 마릿수 매력이 넘치는 낚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가을 무늬오징어 호황과는 동떨어지듯 이번 겨울 살오징어 황은 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개체수가 적고 이미 성체가 어 먼 바다로 나온 작은 살오징어(일명 화살촉오징어)만 잡히고 있다. 산란기가 대체로 일정했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수시로 바뀌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보이다.

이렇게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거제 홍도 먼 바다에서 살오징어가 잘 낚인다는 소식을 들었고, 몇 마리만 잡아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출조를 하게 되었다.

▲늦은 밤, 조상기를 이용해 오징어잡이에 여념이 없는 낚시인들.

▲오징어 조상기낚시 고수로 유명한 포항 인스타호 한상기 선장. 계속해서 조과를 올렸다.

▲텐야와 스틱채비를 사용해 오징어 3마리를 올린 필자.

엥? 조상기를 쓰라고?
지난 2월 19일. 경남 진해에 있는 수도항에서 뉴월드호를 타고 출조를 했다. 지인에게 살오징어 조황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나선 것인데 제대로 낚시 준비를 하진 못했다. 출항 후 3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포인트는 통영의 원도권 포인트 중 하나인 홍도. 선장님이 방송을 통해 생각하지 못한 얘기를 했다.

“본인 자리에 있는 조상기에 채비를 준비하시고 낚시 시작 하십시오.”

“엥?! 조상기? 텐야로 살오징어를 잡는 낚로 알고 왔는데 뭔 소리지?”

당황스런 선장님 안내방송에 순간적으로 이국에 온 것 같았고 텐야채비나 메탈채비로만 낚시를 한다고 알려준 지인의 멱살을 한 번 흔들어주고 싶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으니 준비한 채비로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이날 필자가 준비한 채비는 매년 멋진 결과를 얻었던 믿음의 무기이자 겨울 시즌 살오징어·갈치낚시 병행 채비로 유명한 야마시타의 ‘맹광갈치텐야’다. 그리고 4지 이상 씨알이 큰 갈치와 덩치가 큰 살오징어가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몇 년간 함께 사용해 온 야마시타 ‘타마고11cm BB(일명 LP달걀바늘)’ 제품을 텐야 고정핀에 묶어 낚시를 시작했다.

야마시타의 맹광갈치텐야는 갈치가 설치는 환경에서 오징어를 병행 공략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필자가 애용하는 오징어낚시 단골채비기다. 또 W 형태의 미끼 고정핀에 다양한 생미끼(키비나고(샛줄멸치))를 써도 좋고 잘게 썰어 놓은 여러 개의 꽁치를 스텐와이어로 묶어 사용하기도 좋아 오징어낚시에는 매우 효과가 좋다.

▲필자가 사용한 텐야와 스틱채비. 모두 야마시타 제품이다.

▲필자가 랜딩 시 무거운 오징어를 떨어트리지 않도록 로드의 팁을 숙여서 랜딩을 하고 있다.

▲텐야에 묶인 꽁치를 노리다가 걸려든 오징어.

▲텐야에 꽁치를 묶은 모습. 오징어에게 효과가 좋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살오징어 어군

낚시를 시작한 지 두 시간, 세 시간… 안 하던 멀미를 할 정도로 바닥부터 수면까지 전층을 탐색했지만 수확물은 살오징어 새끼 몇 마리가 전부였다. 조상기로 뱃머리에서 낚시를 한 낚시인들도 별반 차이가 없는 듯했다.

“편하게 낚싯대로 하면 될 걸 조상기로 왜저런 수고를 하는지 모르겠네. 조과 차이도 없구만…”

조상기로 채비를 감아올리는 시간에 릴로 더 잡아보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선장님이 안내방송을 했다.

“수심 40m권에 보이는 게 살오징어의 어군입니다!”

실로 엄청난 크기의 살오징어 무리를보고 뭔가 뒤통수가 뻐근해지는 느낌은 들었지만 설마 많이 물겠냐는 생각으로 선미에서 이삭줍기만 하고 있었다. 그때 가운데 자리에서 다양한 오징어스틱을 연결해 조상기로 채비를 운용한 한상기(포항 인스타호선장) 씨가 갑자기 채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10단채비에 7마리가 줄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필자가 5시간 동안 잡은 15마리를 낚았는데 한상기 씨는 조상기를 두 번 감아올리니 15마리가 되었다.

허무 그 자체를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왜 어업을 할 때 조상기에 채비를 걸어 사용하는지 알았다. 부러움과 허무함을 가득안고 남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야먀시타의 오징어스틱으로 중무장한 조상기는 필자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조상기 채비에 완전히 밀린 것은 아니었다. 텐야채비로 씨알이 큰 살오징어를 만날 수 있었고 다단채비를 사용하면 한번에 3마리의 살오징어를 올릴 수 있었다. 비록 조상기에 밀려서 기대한 만큼의 마릿수 조과를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해도 살오징어가 잘 자라서 먼 바다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분 좋은 출조였다.

출조문의 진해 뉴월드호 010-8857-9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