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완도 여서도 타이라바
참돔부터 홍어까지
어시장이 따로 없구나!
이영규 기자
▲취재일 참돔을 낚기 위해 여서도 동쪽 해상으로 출조한 낚싯배들.
남해 타이라바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통영, 거제, 여수, 고흥은 물론 완도 여서도 앞바다까지 타이라바필드로 사랑받고 있다. 그중 여서도 앞바다는 참돔 외에 다양한 어종이 낚이는 어시장급 필드로 자리 잡으며 인기 상승 중이다.
여서도는 전통적으로 갯바위낚시터로 유명한 곳이다. 선상낚시로는 겨울철 부시리 흘림낚시, 열기 외줄낚시 정도가 주요 상품이었다. 그러나 타이라바낚시가 보급되면서 지금은 다양한 어종을 내세워 국내 최고의 배낚시 필드로 자리 잡았다.
우선 타이라바의 주 대상인 참돔 자원이 풍부하고 쏨뱅이, 열기, 볼락 같은 고급 어종들이 지천이다. 여서도는 행정구역은 전남이지만 ‘제주 바다’와 비슷한 여건을 갖춘 것이 요인이다.
겨울에는 황해 한류의 영향을 받아 물색이 탁하지만 여름에는 난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물색이 맑게 유지된다. 그런 이유로 남해 고기와 제주 고기가 두루 서식하는 곳이 바로 여서도다.
▲취재에 동행한 제이에스
컴퍼니 이은석 씨가 철수를 앞두고 올린 54.5cm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여서도 참돔 조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에 황급히 팀을 꾸려 취재에 나섰다. 지난 겨울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날궂이가 지속되는 바람에 출조일을 잡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겨울 배낚시는 가급적 조금 물때가 출조 적기이다보니 출조 확률은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4물때를 맞은 취재일은 좋은 날씨가 예보돼 제이에스컴퍼니 이은석 사원, 워터맨 패밀리스탭 노희중 씨와 함께 출조할 수 있었다.
취재일 취재팀이 타고 나간 배는 완도항에서 출항하는 에이스호. 2018년까지 제이에스컴퍼니 바다스탭으로 활동하던 김기성 씨가 선장인 배다. 올해로 완도 생활 3년째인 김기성 선장은 완도권 선상 루어낚시 전문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꿩 대신 닭인가요?” 김천에서 온 이원동 씨는 타이라바로 굵은 갑오징어를 낚았다.
▲“광어인 줄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워터맨 패밀리스탭 노희중 씨가 올린 살홍어.
흔히 볼 수 있는 참홍어와는 다른 고기로 매우 귀한 어종에 속한다.
생타이에 걸려든 괴어의 정체는?
월요일임에도 출조 정원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우리는 일주일 전부터 예약을 걸어놓은 터라 다행히(?) 배를 탈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에이스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은 지역도 다양했다.
경북 김천, 충남 보령, 경기 평택 등 거의 전국구. 그만큼 완도 타이라바가 대중적인 낚시장르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너울이 심하고 바람도 강했으나 취재일 바다는 완전 장판으로 변했다. 오후 늦게 비바람이 잡혀 있었지만 점심 무렵까지는 양호한 조건에서 낚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새벽 5시에 완도항을 출발한 에이스호가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무렵. 여서도와 거문도 사이 수심 70m 여밭이었다. 이은석 씨는 100g짜리 텅스텐 헤드에 길고 슬림한 스커트를 조합해 낚시를 시작했다. 에이스호에서는 각 낚시자리마다 청갯지렁이를 지급했는데 이은석 씨는 지렁이는 달지 않은 일명 ‘생타이’로 낚시를 시작했다.
한때 갯지렁이를 달면 생타이에는 입질이 안 온다거나 참돔 씨알이 잘아진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그런 주장은 이제는 쏙 들어가 버렸다. 낚시인의 기량만 뛰어나면 얼마든지 생타이로도 생미끼 채비 못지않은 조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으로 끌려온 참돔이 뜰채에 담기고 있다.
물색도 좋고 바람도 거의 없는, 올 겨울 들어 보기 드문 좋은 날씨 속에 기대가 컸지만 오전 조황은 썩 좋지 못했다. 낚시 시작 후 1시간여 동안 잔챙이 참돔과 성대 같은 고기만 몇 수 올라왔을 뿐 앵글에 담을 만한 씨알은 보기 힘들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이제 막 썰물로 돌아설 시점이라 조류 흐름이 약한 게 원인 같았다.
김기성 선장이 포인트를 여서도 북쪽 해상으로 옮긴 후부터 본격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이은석 씨가 45cm짜리 참돔을 올렸는데 그때까지 올라온 참돔 중 가장 큰 씨알이었다.
이은석 씨가 오전에 사용한 장비는 제이에스컴퍼니의 참에어S652 MT-RSC 스피닝로드와 2500번 스피닝릴. 티타늄 톱을 탑재한 스피닝로드는 올해 4월 출시 예정작으로 서해의 얕은 수심에서 산란기 참돔을 노리기 위해 설계된 제품이다.
평소 포인트를 빠르게 압박수색하는 걸 좋아하는 이은석 씨는 필드테스트를 겸해 참에어 S652 MT-RSC를 들고 나왔고, 이날도 스피닝 장비의 유연성을 잘 살려 꾸준한 조과를 이어나갔다.
오전 9시 무렵에는 깜짝 놀랄만한 고기가 올라와 뱃전이 소란해졌다. 워터맨 패밀리스탭 노희중 씨가 역시 생타이로 히트한 고기로, 올라오는 내내 꾸역꾸역 처박기만 해 대형 광어로 예상된고기다. 그러나 수면 위로 떠오른 고기는 다름 아닌 몸통 길이만 50cm에 육박하는 살홍어였다(살홍어는 흔히 볼 수 있는 참홍어보다 귀한 종이다). 타이라바에는 거의 모든 고기들이 걸려드는데 참홍어가 걸려든 것은 나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동시에 올라온 달고기(왼쪽)와 참돔을
보여주는 이은석(좌) 씨와 노희중 씨.
▲천안에서 온 유종수는 오후 썰물에 쓸
만한 씨알의 참돔을 올렸다.
▲완도의 루어낚시 전문선 에이스호. 타이라바 외에도 빅게임, 에깅, 지깅 등
다양한 바다루어낚시를 출조한다.
▲이은석 씨가 사용한 타이라바. 수온이
낮아 지렁이가 잘 먹히는 상황을 감안해 길고 가는 스커트를 사용했다.
3월 말부터는 참돔 씨알 일취월장
오후 12시경 점심을 먹고 나자 “오후 두 시 무렵부터 입질이 살아날 것 같다” 김기성 선장의 예상대로 선두와 선미에서 고른 입질이 들어왔다. 다만 낚이는 씨알이 죄다 30~40cm급인 점이 아쉬웠지만 사실 남해안에서는 50cm만 되도 ‘준수한’ 씨알로 대우 받는다.
60~70cm는 돼야 참돔다운 참돔으로 대접받는 서해, 제주도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씨알의 아쉬움을 풍족한 마릿수가 채워주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게 남해안 타이라바의 매력이다.
오후 3시를 넘기자 조류는 더욱 힘을 얻었고 입질도 잦아졌다.
씨알도 점점 커져 커야 30cm 중반에 머물던 씨알이 40cm 이상으로 굵어졌다. 오전 내내 입질을 못 받던 초보자들도 이 끝썰물 타이밍에 모두 손맛을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반가운 손님고기는 열기와 쏨뱅이였는데 확실히 생미끼를 꿴 외줄낚시에 걸려드는 놈보다 타이라바에 걸려드는 씨알이 굵어 인상적이었다.
이은석 씨는 “30센티미터에 가까운 열기와 쏨뱅이는 4짜 참돔과도 안 바꿉니다. 구이와 매운탕 모두 참돔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이죠.
특히 여서도는 쏨뱅이와 열기 같은 고급 손님고기가 자주 낚여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철수를 앞둔 오후 4시 무렵이 되자 바람이 강해지고 하늘도 흐려졌다. 예보대로 날씨가 흐려지며 빗방울도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이에 촬영 장비를 정리하고 선실로 들어가 쉬는데 갑자기 뱃전이 소란스러워졌다.
서둘러 나가보니 이은석 씨의 참에어 블랙라벨 타이라바 로드가 멋지게 휘어져 있었다. 제법 크다 싶었더니 예상대로 54.5cm 참돔.
이날 에이스호에서 올라온 가장 큰 씨알이었다. 이은석 씨는 취재일 참돔 최대어와 더불어 마릿수에서도 최고의 조과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완도권 참돔 타이라바낚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김기성 선장은 “저수온기인 3월 한 달까지는 더딘 입질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월 말부터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참돔 씨알과 마릿수 모두 좋아지게 된다. 그때는 여서도뿐 아니라 거문도, 초도, 장도 등 전남권 근해권과 먼 바다에서 고른 호황을 보인다. 그때가 따뜻한 봄 날씨 속에 크고 다양한 고기를 낚을 수 있는 최고의 시즌이다”라고 설명했다. 에이스호의 여서도 타이라바 선비는 13만원이다.
▲“이 정도 씨알은 그냥 들어뽕으로!” 후미에서 참돔을 건 낚시인이 로드의 탄력으로 참돔을 들어내고 있다.
▲이은석 씨가 거둔 조과. 참돔 외에도 열기, 쏨뱅이 등 다양한 손님고기가 올라왔다.
▲평택에서 온 황인봉 씨가 철수 직전 올린 50cm급 참돔을 자랑하고 있다.
▲남편 유종수 씨와 함께 출조한
김영희 씨도 어렵지 않게 참돔
손맛을 즐길 수 있었다.
문의 완도 에이스호 010-7516-3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