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완도 청산도

영등 부진 탈출

벚꽃감생이 만개 조짐

이영규 기자

▲40m 가까이 던지는 원투 찌낚시로 감성돔을 히트한 유튜브 테크니션 진행자 김종호 씨.

시야가 극도로 나쁜 뻘물 악조건 속에서도 입질을 받아냈다.

▲감성돔을 히트한 김종호 씨가 서둘러 고기를 갈무리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완도 감성돔 메카 청산도가 긴 영등 부진을 딛고 일어서고 있다. 청산도는 보통 3월 중순부터 조황이 회복돼 4월중순 무렵까지 호황을 보이는데 이맘때가 씨알과 마릿수 모든 면에서 연중 최고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부진한 영등 조황이 지속되던 지난 2월 중순. 유튜브 테크니션 진행자 김종호 씨로부터 청산도 동행 제의가 들어왔다.
근해부터 원도까지 거의 전 필드를 출조하는 김종호 씨는 표현 그대로 올라운더다. 이맘때면 으레 대물을 노리기 위해 가거도로 향할 시기임에도 김종호 씨는 청산도를 택했다. 이맘때부터가 청산도 최고 씨알의 감성돔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출조 전날 완도항에서 합류한 김종호 씨는 “2월 초까지 극성을 부리던 뻥치기도 끝나고 서서히 청산도에 굵은 감성돔이 붙을 시기가 됐습니다. 이맘때의 특징은 산란을 앞둔 큰 씨알들이 내만으로 향하기 직전에 뭉친다는 점이죠. 이런 움직임을 잘 파악한다면 원도권 못지않은 조과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라고말했다.

원래 청산도는 초겨울인 12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 감성돔 조황이 꾸준한 곳이다(3월 중순~4월 중순 사이를 일명 벚꽃감생이 시즌이라고 부르며 연중 최고의 씨알 피크를 맞는다). 그러나 1월 중순부터 ‘인재’ 탓에 잠시 주춤거린다. 청산도 전역에서 뻥치기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많고 많은 섬중 유독 청산도가 뻥치기 배들의 타깃이 되는 것은 그만큼 섬 전체에 감성돔이 많이 붙어있다는 방증이다.

구정 특수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이 뻥치기는 보통 2월 초순이 되면 막을 내리지만 이후로도 감성돔 조황이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뻥치기가 성행하는 게 문제다.

▲청산도 동쪽 갯바위. 왼쪽 작은 여가 작은 여, 맨 우측 끝이 소나무 밑 포인트다.

3월 중순~4월 중순 사이의 벚꽃감생이 시즌에 두각을 나타내는 구간이다.

저수온, 뻘물 속에서 악전고투
지난 2월 25일 완도항 태광레져호를 타고 청산도로 향했다.
이날 출조에는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이자 원도 현지 낚시인인 곽영준 씨 그리고 서울에서 온 유대영 씨와 김완준 씨가 동행했다. 곽영준 씨는 어민들의 뻥치기가 막 끝난 2월 초, 청산도 남쪽 일명 아홉수 포인트에 내려 53.2cm와 49cm 감성돔을 낚아내 올 겨울 자신의 청산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곽영준 씨의 가이드로 김종호 씨와 내가 내린 곳은 시커리 홈통. 포인트가 남쪽에 있어 북서풍에 의지되는 곳이다. 예상대로 시커리 안통 포인트는 북서풍에 뒷바람이라 포근했다. 다만 대사리 직후라 그런지 3물때임에도 물색이 썩 좋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발밑 그리고 바닥층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게 유리할 듯했지만 김종호 씨는 특유의 원투 찌낚시로 먼 거리를 노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나는 근거리, 김종호 씨는 원거리를 공략하며 입질을 기다리는데… 낚시 시작 2시간이 지나도 볼락, 노래미만 올라올 뿐 감성돔은 보이지 않았다. 9.5도에 머무는 낮은 수온, 탁한 물색 영향이 컸다. 오히려 끝썰물로 갈수록 물색은 더 탁해졌고 강풍이 수면을 할퀴면서 기분 나쁜 물보라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고수는 역시 고수였다. 오전 11시 무렵, 40m 가까이 채비를 원투하던 김종호 씨가 36cm 정도 되는 감성돔을 걸어내는 게 아닌가. 워낙 기량이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지만 오늘 같은 악조건에서 감성돔 입질을 받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고 우리자리에선 이 고기가 마지막이었다.

철수길에 살펴보니 예상대로 조황은 썩 좋지 못했다. 시커리 홈통 왼쪽의 일명 깡패자리에 내린 김경록 씨가 43cm와 38cm급 2마리를 올린 게 전부. 그 외에는 전멸이었다. 아직까지도 영등의 긴 터널을 벗어나려면 적어도 두 물때는 지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중순부터는 북쪽 국화리 인근 딴여, 촛대바위, 곰보바위 등수심 5~6m 내외의 여밭이 주요 포인트로 각광받을 것이다.

▲깡패자리 포인트에 내렸던 김경록 씨는 두 마리의 굵은 감성돔을 낚아냈다.

▲지난 2월 초 아홉수 포인트에서 올린 52.3cm 감성돔을 보여주는 완도의 곽영준 씨.

▲김종호 씨가 감성돔을 낚아낼 때 사용한 테크니션 JH24 구멍찌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초 김영준 씨가 아홉수 포인트에서 올린 조과.

▲태광낚시호를 타고 철수 중인 낚시인들. 태광낚시호는 완도에서 청산도를 전문으로 출조한다.

▲김종호 씨가 감성돔을 히트한 시커리 홈통 포인트. 멀리 치면 15m 가까이 수심이 나온다.

여유 넘치는 청산도게스트하우스 출조 코스
한편 완도로 철수한 우리는 곧바로 여객선을 타고 청산도 본섬으로 들어가 현지에서 민박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조황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곽영준 씨로부터 편하고 재미난 출조 코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여행 삼아 일정을 바꿔본것이다.

오후 5시30분에 청산도로 가는 마지막 페리호에 차를 싣고 들어가 지리에 있는 청산도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펜션형 게스트하우스는 방 하나당 2인 침대 또는 4인침대가 들어가 있었는데 성수기 기준 1인당 2만5천원(비수기 2만원)만 내면 숙박이 가능했다.
게스트하우스 안에 조리도구가 준비돼 있어 직접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구조. 게스트하우스 뒤쪽에는 몽돌해수욕장이 있었는데 봄이 되면 볼락루어 포인트로 적당해 보였다.

첫날 밤을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 후 다음날 오전 7시에 5분 거리의 진산포구로 이동해 낚싯배를 타고 갯바위로 나갔다.
타고 나간 낚싯배는 아리울호라는 선외기였는데 주로 청산도 북동쪽 포인트로 데려다준다. 선비는 1인당 3만원. 대체로 완도에서 출조하는 배들은 잘 들어가지 않는 구간이다.

취재일에는 여전히 수온이 낮고 물색도 탁해 비록 입질은 못 받았지만 완도에서 출조한 낚싯배들도 조황은 별 차이가없었다. 어차피 3월 중순을 넘기면 조황은 살아날 것이므로 이날은 북쪽의 여러 포인트를 돌며 포인트 여건을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본섬 민박낚시의 장점은 오전 7시 무렵 느지막이 출조해 역시 느지막이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오후 5시 무렵에도 철수할 수 있으니 완도에서 낚싯배로 들어갈 때보다 서너 시간 이상 낚시 시간이 긴 셈이다. 차량 도선료가 약간 비쌌지만 3~4명이 나눠 내고 낚싯배 선비도 1인당 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완도에서 낚싯배로 들어갈 때와 별 반차이가 안 났다. 촬영에 동행한 일행들은 3월 중순 이후 다시한 번 청산도 본섬낚시를 즐겨보기로 했다.

▲청산도 지리에 있는 청산도게스트하우스. 시설이 깨끗하고 아늑하다.

▲완도항-청산도를 왕래하는 철부선.

▲청산도게스트하우스의 실내. 주방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해먹을 수도 있다.

▲청산도 진산포구의 아리울호를 이용해 갯바위로 출조할 수 있다.

▲아리울호를 타고 노적도 포인트에 상륙하고 있다.

문의 완도 태광낚시 010-3610-2909, 청산도게스트하우스 061-5500190, 청산도 진산항 아리울호 010-4633-9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