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도다리 요리를 부탁해]

쉽게 잡는 방법

고급 카드채비를 써보세요

박경식 프리라이터·솔트루어린 회원

도다리낚시는 참 쉽다. 어느 정도 쉽냐면 채비를 던져놓고 기다리고만 있어도 알아서 입질하기 때문에 채비만 거둬들이면 도다리를 올릴 수있다. 도다리낚시가 쉬운 이유는 도다리의 강력한 먹성 때문이다. 쥐노래미도 먹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같은 장소에 도다리와 쥐노래미가 있다면 쥐노래미가 밀릴 정도로 도다리의 탐식성이 강하다. 도다리는 항상 바늘을 통째로 삼키며 아무리 큰 지렁이를 꿰어도 한 번에 다 먹어치우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괴팍한 녀석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도다리낚시가 쉽다면 테크닉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낚시가 쉬워도 기본은 익혀야 한다. 그리고 도다리낚시에도 요즘에는 최신 트렌드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알아야 남만큼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채비를 흔들어 진흙먼지를 일으켜라
도다리를 많이 낚으려면 우선 도다리의 생태를 알아야 한다. 도다리는 의외로 무리를 짓지 않고 여러 곳에 듬성듬성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마릿수 조과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도다리에게 미끼를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항상 채비를 움직여야 한다. 정확하게는 채비나 미끼를 움직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움직이는 채비로 인해 바닥에서 진흙먼지가 일어나야 한다.

도다리는 광어와 같은 방식으로 모래에 묻힌 상태로 위를 보고 있지만 광어와 달리 눈 위로 지나가는 먹이를 덮치는 것이 아니라 모래 속에 숨은 지렁이나 조개 등을 찾아먹는다. 그래서 도다리가 먹이를 사냥할 때는 모래나 진흙을 헤집기 때문에 진흙먼지가 일어나게 되며 이때 주변의 도다리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진흙먼지 주변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채비를 운영할 때도 항상 채비를 들썩여서 진흙먼지가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 요령이며 이 점은 원투낚시나 배낚시 할 것 없이 모두 공통이다.

주의할 것은 손으로 슬쩍슬쩍 채비를 당기면 흙먼지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거운 봉돌이 바닥에 세게 부딪혀야 진흙먼지가 일어난다. 그리도 바다 속은 조류가 흐르고 찬물의 경우 비중이 높아 진흙먼지가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채비를 강하게 자주 들썩여야 한다.

▲도다리 카드채비에 사용한 야광 봉돌. 진흙먼지를 일으키기도 좋고 야광이라 잘 보인다.

바늘 2~3개 달린 고급 카드채비가 좋다
다음은 채비의 선택이 중요하다. 도다리는 다른 가자미와 달리 한꺼번에 많은 양이 물지 않으며 낚이는 양도 적다. 그래서 바늘을 많이 달아도 소용없다. 동해 어구가자미낚시의 경우 개체수가 많으므로 바늘이 10개 달린 카드채비를 써도 몽땅걸이를 할 수 있지만 도다리는 바늘을 아무리 많이 달아도 2~3마리가 입질하는 것이 끝이다. 그래서 카드채비를 선택할 때는 최대 3단을 쓰고 채비가 엉키는 것이 두렵거나 조과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바늘이 2개 달린 카드채비를 쓰는 것이 좋다.

카드채비를 선택할 때는 단순하게 바늘만 달려있는 것보다 편대가 달려있거나 반짝이, 구슬 등이 달린 것을 추천한다. 도다리는 의외로 반짝이는 색상에 잘 반응한다. 특히 탁한 물색에서는 반짝이나 색상이 화려한 구슬이 효과가 좋다. 최근에는 2~3개 바늘에 액세서리가 달린 카드채비가 여러 종류 판매되고 있으므로 취향에 맞게 구비할 수 있다.

저렴한 것은 3천원, 비싼 것은 1만원 내외인데 고급품을 추천한다. 비싸지만 채비 꼬임이 적고 내구성과 유인력이 좋아 더 나은 조과를 거둘수 있다.

▲한치낚시용 로드에 도다리 카드채비를 달아 거치했다. 초리가 예민해서 도다리의 입질을 잘 잡아 낸다.

낚싯대 거치할 때는 원줄 팽팽하게 유지
배에서 낚싯대를 사용할 경우에는 입질 파악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미끼를 단 채비를 멀리 던진 후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낚싯대를 받침대에 거치해두고 입질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입질을 느끼기 힘들며 낚싯줄이 느슨하게 늘어지지 않게 긴장감을 유지해주고 시간이 지나면 릴을 감아 채비를 움직여 준다.

낚싯대를 거치할 때 낚싯대를 치켜세우면 원줄이 긴장감을 잃고 아래로 늘어지므로 낚싯대를 거치할 때는 낚싯대를 낮추는 것이 좋다. 거의 수면과 수평으로 맞추거나 수면을 바라보게 하는 것도 좋다. 최근에 배낚시를 하면 개인 받침대를 사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개인 받침대의 경우 높이와 좌우 각도 조절이 쉽게 되므로 원하는 대로 낚싯대를 거치할 수 있어 좋다.

날씨가 좋아 바다가 잔잔한 날이라면 도다리가 입질이 시원하기 때문에 초리에 어신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럴 때는 초리만 유심히 보고 있으면 입질을 놓칠 일이 없다. 원줄이 조금 느슨한 상태라도 초리가 움직일정도로 입질이 강하게 들어온다. 입질 후 초리가 몇 번 움직이다가 멈추었다면 미끼를 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도다리는 미끼만 먹고 달아날 정도로 재주가 좋지 못하므로 입질이 오면 대부분 바늘에 걸려들었다고 보면 된다.

▲2단 카드채비에 걸려 나오는 도다리. 도다리는 한 번에 낚이는 양이 많지 않으므로 카드채비의 바늘은 2~3개 면 충분하다.

저활성 땐 지렁이 짧게 잘라 써야
도다리가 왕성하게 입질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봄에도 가끔 도다리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말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오거나 연안에 비가 많이 내려서 수온이 떨어지면 도다리의 활성도 약해진다.

이럴 때는 우선 미끼로 쓰는 청갯지렁이를 3~4cm로 잘라 쓸 것을 추천한다. 청갯지렁이는 머리와 몸통이 너무 굵어서 도다리처럼 입이 작은 고기가 한 번에 흡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청갯지렁이를가위로 자른 후 바늘 크기보다 조금 길게 써주면 약한 입질도 빨리 잡아낼 수 있다.

도다리를 유인하는 방법은 채비를 움직여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미끼를 길게 써서 도다리의 눈에 띄게 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도다리의 활성이 나쁠 때엔 청갯지렁이를 길게 쓰기도 하는데 이때는 물색이 맑은 경우다. 물색이 맑은 경우 도다리에게 직접적으로 미끼를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테크닉이 된다. 반대로 물색이 탁한 경우에는 어차피 미끼가 잘 보이지 않으므로 미끼를 일부러 크게 꿸 필요가 없다.

가끔은 채비를 흔들어도 입질이 없을 때가 있다. 포인트를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매번 닻을 올렸다가 내리면 그만큼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은 아니다. 입질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미끼가 바닥에 묻혀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닥이 진창이거나 계속 진흙먼지가 일어나는 곳은 금방 미끼가 묻히게 되는데, 이럴 경우에는 채비를 천천히 들었다가 놓는 동작을 반복하면 입질을 유인할 수 있다. 미끼 역시 길게 꿰어야 잘 보인다.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이렇게 현장 상황에 맞추어 미끼의 길이를 조절하고 봉돌로 바닥을 두드리는 속도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도다리낚시 고수가 될 수 있다.

FISHING GUIDE

도다리가 바늘을 삼켰을 땐?
도다리를 낚다보면 도다리가 바늘을 몽땅 삼키는 경우가 많다. 도다리는 입이 작은 데 비해 먹성이 좋아서 챔질 타이밍이 늦으면 십중팔구 바늘을 삼킨다.
도다리가 바늘을 완전히 삼켰을 때는 도다리를 쥐고 바늘이 달린 줄을 잡은 후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당기면 의외로 쉽게 바늘이 빠진다. 잘 빠지지 않으면나무젓가락을 도다리의 입에 넣고 도다리를 빙빙 돌리면 뺄 수 있다. 많은 낚시인들이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바늘을 뺀다.

도다리가 바늘을 삼키면 대부분 죽기 때문에 방생이 별 의미가 없다. 바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아가미나 목구멍을 다치기 마련이며 도다리가 바늘을 삼켜 피를 흘린다면 방생할 것 없이 우선 물칸에 넣었다가 철수할 때 상태를 확인하고 작은 것은 살려주고 죽었다면 먹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