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80]

환경유전자(eDNA)

PCR로 수생태계를 조사한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DNA의 두 가닥이 풀어지고 각각 복제되는 PCR 모식도.

한 번 복제할 때마다 2배로 증가하므로 30회 반복하면 10억배 이상 증가한다(사진 Wikipedia).

코로나 검사로 인하여 전 국민이 PCR 검사라는 용어에 친숙해졌다. 요즘은 병원균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인식되지만, 사람의 신원확인이나 생물종 조사에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지금은 PCR 검사라는 용어가 널리 확산되었지만 원래는 유전자 검사 또는 DNA 검사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PCR은 미량의 유전자를 복제 증폭하여 검사를 가능케 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고 결국은 DNA를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여러 가지 유전자들이 혼재하여 있을 때 미량의 특정 유전자(DNA)만을 증폭하여 검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PCR이다.

DNA는 두 가닥이 붙어 있는 형태를 가지고있는데 복제할 때는 이것이 풀어지고 각각의 DNA 가닥에 동일한 짝을 만들어 붙여 두 배로 증식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데 신기하게 세포가 살아있지 않아도 특정의 DNA와 필요한 효소를 첨가하면 시험관 내에서 DNA의 복제가 가능하다. 한 번에 두 배로 증가하는것이니 이 과정을 30회 반복하면 DNA를 10억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을 PCR이라 부르며 1983년에 개발되어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으니까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PCR 증폭기(사진 Thermofisher Scientific).

PCR은 유전자·DNA 검사 기술
모든 생물은 고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여러 생물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있는가 하면 특정 종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도 있고, 각 개체 고유의 유전자도 있다. 이를 연구하면 우리가 원하는 종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염기 서열을 찾아낼 수 있고, 이것이 성공하면 해당 유전자 부분만 PCR로

증폭하여 그 유전자가 존재하는지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DNA 조각을 확인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DNA를 가진 세포가 살아있다는 뜻은 아니다. 세포가 죽었더라도 유전자의 파편은 잔류하면서 PCR로 증폭될 수있고 DNA 조각이 검출되기 때문이다. 즉,죽은 세포의 파편에서도 DNA는 검출될 수있으며, 코로나 검사에서도 PCR 검사만으로는 위양성 판정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이다.

DNA 검사가 생태계 조사에 사용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0여 년 전부터 생태계 조사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더니 근래 들어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태계 조사에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생태계 조사에서 유전자 분석을 사용하는 첫째 분야는 종의 감별이다. 유사하게 보이는 생물이나 미생물의 종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 유전자 분석으로 종을 찾아내거나 유사한 종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전자를 이용한 신원확인이라고 볼 수있다. 특히 플랑크톤과 같이 작은 생물은 현미경 관찰만으로는 유사하게 보이므로 종을 확인하기 불가능한 예가 많이 있는데 이때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큰 도움이 되는 분야는 희귀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희귀하여 채집하고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생물의 존재를 유전자로 검사하는 것이다. 이때는 물속이나 토양 중의 유전자를 검사에 사용한다. 생물은 늘 주변에 자신의 DNA를 흘리면서 흔적을 남긴다. 체표면의 세포들이 떨어져 나오고, 배설물에도 DNA가 들어 있다. 생물 세포에는 핵,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등 DNA를 가진 소기관들이 있다. 핵은 세포마다 하나이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여러 개이므로 DNA의 양이 더 많아서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주로 생태계 조사에 사용된다.

생물체 외부로 배출되는 DNA를 생태학에서는 환경유전자(environmental DNA)라고 부르며 흔히 간단히 줄여서 eDNA라고 부른다. eDNA를 조사하면 특정 생물이 살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데 이 방법은 관찰이 어려운 희귀생물을 조사하는 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굳이 생물을 채집하지 않더라도 물이나 토양의 eDNA를 검출하여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돗토리현에 사는 자이언트 도롱뇽.

희귀종인데다가 돌 밑에 은신하고 야행성이어서 조사가 어려워 하천 물 속의 eDNA로 생존을 확인한다(사진 Wikipedia).

▲접근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 하천에서 멸종위기종 버들가지의 서식이 eDNA 조사법으로 확인되었다(사진 국립생태원).

생태계 PCR 검사 역사와 사례
수년 전 일본 돗토리현을 방문하여 하천의 자이언트 도롱뇽을 조사하는 생태학자를 만났는데 이 종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데 바로 eDNA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도롱뇽은 크기가 1.5m에 이르는 거대한 종이며 과거 식용으로 잡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멸종위기에 처하여 보호대상 종이 되었다. 수족관에서 사육하면서 전시도 하고, 여러 하천에 방류하면서 종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구자로부터 이 종이 생존하고있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 있었다. 희귀한데다가 바위 밑에 숨어 살며 야행성이어서 관찰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수중의 eDNA를 분석하여 생존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하천의 물을 채취하여 수중의 eDNA를 조사해보면 그 하천의 상류에 해당 생물이 생존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

일본에서 유해 외래어종인 블루길의 유입을 확인하는 데에 사용한 사례도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블루길에 의한 생태계교란을 겪고 있는데 육안 관찰로는 블루길이 확인되지 않는 호수에서도 eDNA를 사용한 검사에서는 블루길이 검출되어 존재 확인율이 2배로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에서는 위험한 상어가 해안에 접근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육상에서는 동물 발자국의 DNA 흔적을 조사하여 서식하는 동물을 추정할 수 있으며, 배설물을 조사하여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조사하는 데에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접 조사가 어려운 지역에서 eDNA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접근이 불가능한 비무장지대 하천에서 어류 eDNA 조사가 있었는데 이 조사에서 멸종위기종인 버들가지와 다묵장어의 서식을 확인하였다고 보고되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의 고유종과 희귀종을 비롯하여 어류군집을 조사하는 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수중 어류의 조사 분야에서는 더욱 발전하여 eDNA의 양을 측정하여 해당 종의 개체수를 추정하는 데에까지 연구가 발전하고 있다. 어획량을 지속 가능하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류 개체군의 크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해양에서 조사하기 어려운 어류 수를 eDNA로부터 추정하여 수산업 어획량 관리에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자연의 관리에도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