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대호 대산수로

산란 피크 카운트다운 돌입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드론으로 촬영한 대호 대산1번수로 전경. 멀리 보이는 수면이 본류다.

2월 말이 되어 얼음이 풀려가던 어느 날, 염승길(부천신바람) 씨가 대호 대산수로에서 많은 붕어가 나왔었다며 동행출조를 청해왔다. 망설임 없이 바로 계획을 세웠고 함께 출조할 조우를 모집하니 곧바로 몇 명의 조우가 동출을 희망해왔다.

지난 2월 24일, 출조길에 나섰다. 이른 아침에 동창생 낚시친구 박희설과 대호 하류권에서 만나 대산1번수로 상류로 올라갔다. 대산수로는 대호방조제에서 가장 가까운 하류권에 있으며 0번수로부터 5번수로로 나뉜다. 그중 1번수로가 가장 넓고 길며 이 물줄기 상류는 명지지(물안지) 퇴수로와 연결돼 있다. 다만 수로가 넓고 길기는 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늪지대가 많아 포인트가 적은 게 단점이다.

0번수로와 1번수로 사이의 좁은 가지수로는 0.5번수로라고도 부르는데 상류가 화곡지 퇴수로와 연결돼 산란기 때 많은 붕어가 올라오기도 한다. 2번수로부터 5번수로까지는 작은 가지수로 형태를 띠고 있다.

친구 희설과 함께 최하류 0번수로부터 둘러보았다. 이곳은 아직 얼음이 두꺼워 부들 사이에서 얼음낚시가 가능할 정도였다. 좀 더 상류로 올라오니 1번수로 하류로 연결됐다.

0.5번수로와 인접한 이곳 역시 얼음이 두껍게 남아 있어 봄은 먼 곳에 있는 듯했다.
도이리수로 쪽까지 갔다가 다시 대산수로로 돌아와 보니 그새 얼음이 녹아 물낚시가 가능해졌다. 마침 조우 전광원 씨가 도착해 있었고 현지 낚시인 두 분은 철수하고 없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좌대 편성 후 텐트까지 올려 ‘진지’를 구축했다.

▲취재일에 함께 낚시한 염승길 씨가 39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해빙과 결빙 반복 속에 올라온 월척
저녁이 되자 강풍이 잦아들면서 낚시하기 좋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잔뜩 기대를 하며 케미에 불을 밝히고 밤낚시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입질은 없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밤 10시가 되었을 즈음, 찌가 잘 서지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불을 켜고 살펴보니 연안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있었다. 얼음이 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채비를 걷어 ‘거총’해 놓고 푹 쉬었다.

날이 밝은 후 텐트를 열고 밖을 보니 수로 전체가 얼어있어 낚시는 물 건너 간 듯 보였다. 아침식사 후에도 얼음이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 도선용 고무보트를 띄워 얼음을 깨보기로 했다. 의외로 얼음이 약해 쉽게 깨졌고 바람이 불면서 오전 11시쯤 얼음은 모두 녹았다.

오후가 되어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전광원 씨가 첫수로 8치 붕어를 낚아냈다. 하지만 그 붕어가 낮에 나온 유일한 붕어였고 그 이후로는 누구도 입질을 보지 못했다.

밤 9시가 지날 즈음 오른쪽 짧은 대의 찌가 옆으로 끌려가는 것이 보였다. 챔질에 걸려든 붕어는 턱걸이급 월척. 거의 30시간 만에 만나는 첫 붕어였다. 이후 추가 입질을 기대했지만 연타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약간 더 상류 쪽 갈대 앞에 자리 잡은 전광원 씨만 5수의 붕어를 더 낚았다고 알려왔다.

날이 밝고 살펴보니 연안으로는 약간 얼음이 잡혔지만 큰 추위가 없었던 터라 낚시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오전 9시가 지날 즈음부터 시작된 강풍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초속 10m가 넘는 강풍에 텐트가 날아갈 듯 흔들렸다. 손으로 채비를 잡지 못할 정도의 강풍이라 낚시는 애초에 포기했다.

그럴 때는 대호방조제 인근 삼길포항에서 어부들이 직접 잡아온 우럭과 광어, 그리고 간재미 등의 횟감을 사다 먹으면 더 없는 즐거움이 된다. 가격 또한 저렴해서 낚시 도중 가끔씩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이 되어서야 바람이 약간 약해졌고 그때 몇 수의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7~8치의 작은 붕어 일색이라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월척을 끌어내고 있는 낚시인(닉네임 자유낚시인).

3월 중순 이후 본격 산란 피크 맞을 듯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바람이 약하게 불어 아침 낚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예상대로 동이 트기 전에 몇 수의 붕어를 낚으며 3박 동안의 낚시를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하필 이날부터 낮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높게 올라가는 바람에 일행은 하루나 이틀 더 머물기로 했다.

시간도 남고 해서 하류권인 다리 부근에서 보트낚시를 한 염승길(부천신바람) 씨의 조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해 보았다. 마침 염승길 씨는 철수 중이었는데 그의 살림망에는 최대 39cm를 비롯 월척 이상 붕어만 20여 수가 들어 있었다. 갈대밭을 직공채비로 노린 조과였다. 아쉽게도 수초를 감는 바람에 놓친 대물 붕어도 여러 마리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염승길 씨는 “대물 붕어가 다리 아래까지는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리에서 500m 정도 상류에 있는 우리 포인트에도 붕어가 올라붙을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예상대로 이날 오후에 붕어가 라이징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살치들도 입질하며 바늘에 걸려 나오는 등 수온에 변화가 있는 듯 했다.

상류를 찾았던 박경식(텐텐) 씨는 그래도 몇 수의 붕어를 만났고 큰 씨알도 걸었지만 붕어가 뗏장수초를 감는 바람에 터뜨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날 오후에는 바람도 약하고 입질도 자주 올 것만 같았는데 그동안 붕어를 잡지 못했던 닉네임 ‘자유낚시인’ 님이 씨알 좋은 붕어를 낚아냈다. 이때 나온 붕어 중에는 배가 빵빵하게 부푼 놈도 있어 조만간 산란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날 밤은 낮에 기온도 높았고 바람도 약했던 터라 좋은 느낌이 들었는데 예상대로 이번 출조의 최대어인 32.5cm의 붕어가 올라왔다. 평소 같으면 잔챙이 취급을 받을 씨알이지만 이때만큼은 대어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별다른 입질이 없었고 수달 3마리가 물속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별 소득 없이 아침을 맞았다.

그렇게 6박7일의 긴 일정은 마무리됐다. 3월 초 현재는 여전히 새벽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중이지만 낚시춘추 4월호가 발행되는 3월 15일 이후로는 본격적인 산란 피크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으로 촬영한 필자 일행의 낚시 자리.

▲필자 일행(닉네임 포도월척)의 낚시 자리.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어 편했다.

▲취재일에는 밤 사이 얼음이 어는 바람에 소형 보트를 타고 살얼음을 깨야 했다.

▲인근 삼길포에서 떠온 횟감들.

▲방류하기 전 촬영한 붕어 조과.

▲계측대에 올린 월척 붕어. 산란을 앞둔 터라 몸이 빵빵했다.

▲취재 기간 중 올린 월척 두 마리를 자랑하는 필자.

내비 주소 대산읍 화곡리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