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추천]

해남의 생자리 월척 둠벙촌

용암둠벙

손 안 탄 둠벙과 수로 수두룩

김현 아피스 인스트럭터

▲지난 2월 24일 필자와 함께 해남 용암둠벙으로 출조한 정성훈 고문이 오전에 직공채비로 둠벙 주변의 수로를 공략해 붕어를 낚아내고 있다.

지난 2월은 한파와 강풍이 매주 이어져 출조를 포기하는 날이 많았다.
또 출조해도 몰황을 면치 못하기 일쑤였다. 날이 풀렸다고 하더라도 낮에만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 밤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서리가 내리는 등 낚시인을 어렵게 만들었다. 필자는 일기예보를 보고 바람이 약하게 부는 날을 골라 출조일을 잡았다. 화창한 햇살이 비치던 지난 2월24일 오전, 광주에서 1시간30여 분을 달려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에 있는 용암둠벙을 찾았다.

▲해남목장 일부 구간은 움푹 꺼지거나 진흙으로 형성되어 진입이 어려운 곳도 있었다.

▲철수 당일 아침에 낚은 월척 붕어를 들어 보이는 필자. 이정도 씨알의 월척은 둠벙 곳곳에 숨어 있다.

금호호 간척공사 때 생긴 대규모 둠벙촌
용암둠벙은 해남목장 인근의 간척지에 있다. 해남목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말을 방목해 키우던 곳으로 금호호 남쪽에 있다. 1996년 금호방조제 준공 후 문내면 곳곳에 간척사업이 이뤄졌고 그때 문내면에 많은 간척지가 생겨났다. 동쪽은 논농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서쪽은 땅이 질고 물러서 버려지다시피 했다. 용암둠벙은 서쪽 간척지에있으며 크고 작은 수로와 둠벙이 곳곳에 있다.

용암둠벙은 10년 전부터 낚시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곳이다. 그동안 많은 낚시인들이 다녀갔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땅이 질어서 웬만한 차로는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오거나 간척지의 수문을 열어 수로의 수량이 증가하면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포장이지만 진입로가 개선되고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일부 구간은 걸어서라도 갈 수 있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용암둠벙의 낚시터는 둠벙과 수로로 구분된다. 여러 갈래로 형성된 폭이 좁은 수로와 크고 작은 둠벙들이 곳곳에 있다. 둠벙의 크기를 모두 합하면 3만평 정도? 수로 역시 폭은 좁지만 수 킬로미터에 이어지고 여러 갈래로 뻗어 있어 낚시할 곳이 많다.

▲둠벙 건너편 수초를 공략하기 위해 찌를 세울 위치를 신중하게 살피는 필자.

수로는 낮 직공낚시, 둠벙은 새우 밤낚시
수로는 잔 씨알부터 준척급까지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고 월척 붕어도 곧잘 낚이며 주로 동절기에 동이 튼 이후부터 해질녘까지 직공채비를 사용해 포인트를 돌아다니며 낚시를 한다. 둠벙은 주로 월척 이상 붕어로 손맛을 볼 수 있는데 밤낚시에 입질이 잦다. 수로와 둠벙은 토종붕어만 서식하고 있으며 일부 둠벙에서는 가물치, 장어, 숭어가 낚이기도 한다.

미끼는 수로에선 지렁이, 둠벙에선 새우가 유리하다. 수초는 갈대와 부들이 아주 잘 발달해 있으며 수초 주변의 수심은 수로는 약 1m 이내, 둠벙은 2m를 넘지 않는다. 수년 동안 낚시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일부 둠벙은 수초로 매워진 곳들도 더러 있다.

진입로는 예전엔 진흙으로 형성된 비포장이라 움푹 꺼진 곳이 많아서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진입하는 데 문제는 없다.

필자와 함께 출조한 정성훈 고문은 산란철을 앞두고 굵은 씨알의 붕어를 기대하며 둠벙을 둘러보았다. 정 고문이 찾은 곳은 해남목장 북쪽에 있는 2만3천평 크기의 둠벙. 용암둠벙에서 가장 큰 둠벙이다.

▲해남목장 내에는 사진과 같이 폭이 좁은 수로가 여러 갈래로 형성되어 있다.

▲정성훈 고문이 오전에 수로에서 직공채비로 낚은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수로에서 직공채비로 낚은 붕어 조과. 마릿수는 수로가 좋다.

35cm 월척으로 스타트
1m~1m20cm의 수심을 보이는 둠벙은 상층의 물색은 맑고 하층 물색은 탁했다. 앉을 자리를 정한 뒤 간단하게 수초제거 작업을 마친 후 수초 언저리에 찌를 세웠다. 해질녘까지 입질이 없었고 저녁을 먹은 후 찌불을 밝혔다.

세차게 불던 바람은 해가 지면서 멈췄다. 긴장감이 고조된 밤. 예민하리라 여겼던 찌올림은 정반대로 묵지하게 하염없이 올라왔다. 확실한 찌올림을 보고 챔질하니 35cm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체고가 높고 강한 체색을 띄고 있었다.

이후 정성훈 고문도 확실한 찌올림을 만끽하면서 허리급 월척 붕어를 낚았다.
자정 무렵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혹시 결빙이 될까 연안을 자주 살피면서 찌를 주시했다. 새벽에 잔 갈대 언저리에 세워둔 5칸 대 찌불이 두 번째 입질을 알려왔다. 서리 덮인 낚싯대를 부여잡고 옆으로 강하게 저항하는 33cm월척 붕어를 제압했다.

동이 서서히 터 오르는 시간에 피로와 추위를 풀어줄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실 시간도 없이 입질이 왔다. 정성훈 고문은 붕어를 낚아내는 도중에 입질을 받는 행운도 따랐다. 간헐적 입질을 받은 아침이 지나자 입질은 뚝 끊겼다.

▲해남목장으로 진입하는 주 도로. 비포장이지만 길이 고르게 닦여있다.

▲둠벙에서 밤에 월척으로 손맛을 보고 오전에는 수로에서 준척으로 손맛을 본 필자.

마릿수 조과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듯했다.

▲높은 체고와 강렬한 체색을 띠고 있는 용암둠벙의 월척 붕어.

▲용암둠벙의 밤. 밤에는 낚시가 잘 되지 않아 쉬었고 아침과 해질녘에 조과가 집중되었다.

풍부한 붕어 자원과 손 안 닿은 생자리 둠벙 확인 수확
둠벙을 빠르게 빠져나와 수로로 향했다. 물색과 수심을 살핀 후 지렁이를 꿰어 직공채비로 수초와 연안을 공략했다. 오전에만 잔 씨알부터 준척급까지 10여 수의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수로와 둠벙을 오가며 여러 형태의 낚시기법을 구사 할 수 있었다.

낚시인이 진입 여건 때문에 오랜 기간 등한시 했던 용암둠벙은 이번 탐사를 통해 붕어 자원이 잘 보존되어 낚시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어급 붕어와 가물치 자원이 풍부할 것으로 보이는 일부 둠벙은 수초로 덮여 낚시하기 어려웠다.

이제 곧 설레는 봄이 온다. 수년간 꾼들의 발길이 끊긴 용암둠벙을 찾아 찌를 세우면 월척이 넘는 대물 붕어를 마릿수로 낚는 대박 조황도 기대해볼 만하다. 다가오는 산란 특수를 이곳 용암둠벙에서 누리는 부푼 기대를 안고 철수길에 올랐다.

내비 주소 문내면 용암리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