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무안 유당수로

월척은 귀해도

손맛은 100% 보장

이영규 기자

▲유당수로 제방 남쪽 곶부리에 자리한 장성의 박경원 씨가 붕어를 끌어내는 모습. 긴 4칸 이상 긴 장대로 재미를 봤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과 무안읍 사이를 흐르는 유당수로는 호남권 수로 중 손맛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얼지만 않으면 겨우내 붕어가 잘 낚여 낚시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꽃샘추위에 출조지 잡기 어려운 초봄에도 유당수로는 훌륭한 대안이다.

유당수로는 무안 읍내에서 발원해 서해 바다로 흘러가는 태봉천 줄기를 말한다. 북쪽에 비슷한 규모의 하천인 학계천이 나란히 서쪽으로 흐르다 합류하는데 학계천은 수심이 너무 얕아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당수로라고 하면 태봉천 줄기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태봉천의 길이는 약 6km. 무안읍에서 가까운 최상류 사마교 부근부터 포인트가 시작된다. 최상류는 좁고 수심이 얕지만 만수 때는 충분히 낚시가 가능하다. 보통은 중류권 시멘트 다리 부근부터 수심이 1m 정도로 깊어지기 때문에 이 구간부터를 본격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변수가 생겼다. 겨우내 수위가 낮게 유지되면서 수로에서는 낚시가 어려워진 것. 그래서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는 하류권 제방 남쪽에서만 낚시가 가능했다.

▲제방 우안 하류의 연 안 포인트. 약 200m 길이의 연안 곳곳에 앉을 자리가 많았다.

▲광주에서 온 구복우 씨가 제방 중앙에서 올린 9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유당수로에서는 큰 축에 속하는 씨알이다.

겨울 수위 낮아져 수로권 조황은 부진
마지막 겨울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3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월악리에 있는 소류지로 밤낚시를 갔다가 밤새 얼어드는 수면 때문에 촬영을 실패하고 무안 유당수로로 이동했다.

물 흐름이 있는 유당수로는 겨울에도 결빙이 덜 되고 살얼음만 깨면 어김없이 붕어가 입질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 초, 이곳을 잘 아는 낚시인들로부터 ‘포인트마다 쓰레기가 넘쳐나 좋은 그림이 안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돌아 우선 취재 순위에서 밀려났던 곳이다.

그러나 2월 말의 강추위에 마땅히 조황 좋은 곳도 없고,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소문의 실체도 확인해볼 겸 무안읍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 유당수로로 향했다.

무안읍에서 고작 1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자 유당수로의 최상류 물줄기가 나왔다. 이 중 내비가 안내한 중간 지점의 시멘트 다리 부근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수로 양 연안 모두 낚시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조황이 나빠도 이럴 수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보다 30cm 이상 내려간 수위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 저수위가 원인이었다. 그나마 시멘트 다리 밑은 수심이 1m 전후로 나오는 곳이라 여전히 깊어보였지만 그 외의 얕은 구간은 바닥이 희끗희끗 보일 정도로 얕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많다던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에서 나와 청소를 한 건지, 낚시인들 스스로 정화활동에 나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유당수로를 취재한 2015년 겨울과는 딴판일 정도로 쓰레기를 발견할 수 없었다.

▲박경원 씨가 거둔 푸짐한 조과. 좌대 우측에 걸어 놓은 살림망에도 이만큼의 붕어가 담겨 있었다.

▲우안 하류 연안에서 붕어를 끌어내는 낚시인.

수심 깊은 제방 남쪽 연안으로 낚시인 몰려

텅 빈 유당수로의 황량함에 맥이 빠져 되돌아나갈까 하다가 기왕 온 김에 하류까지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이참에 유당수로 전체를 감잡아보려는 목적에서다.

5분 정도 하류로 달리자 저 멀리 제방 위로 몇 대의 차량이 보였다. 이 시기에 이곳을 찾은 차량이라면 분명 낚시인들일 것이라는 판단에 서둘러 가보니 그곳은 완전 딴 세상이었다. 제방과 양쪽 연안에 줄지어 자리 잡은 낚시인들이 한창 손맛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방 남쪽 초입에서 장박 중이던 장성의 박경원 씨는“올해는 겨울 초입부터 수위가 내려가 있어 상류 쪽 수로는 조황이 부진했다. 그래서 낚시인들이 대거 하류 제방권으로 몰린 상황이다. 이곳은 겨우내 낚시인들이 몰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근황을 설명했다(지금 설명하는 곳은 지도상에 표기한 지점으로 더 하류 본류권은 연안에 갈대가 밀생해 포인트 여건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본류권은 주로 보트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본류권 물줄기가 마지막으로 바다와 만나는 곳은 톱머리방조제다).

내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무렵. 그때도 막 현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는 낚시인들이 보였다. 제방 중간에 앉은 광주의 구복우 씨는 “어젯밤 강추위 때문에 오늘은 그나마 앉을 자리가 있는 것이다. 내일부터 날씨가 풀린다니 또 다시 포인트 쟁탈전 벌어질 것이다” 라고 말했다.

제방에서 하류를 보고 4칸 대를 펴보니 1.2m 정도의 수심이 나왔다.
대체로 3.5칸 이상의 긴 대를 펼수록 입질이 잦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조황은 어떨까 싶어 살림망을 살피니 역시 유명세만큼이나 마릿수 조과는 여전히 탁월했다. 박경원 씨는 살림망을 두 개나 걸어놓고있었는데 살림망 하나당 50마리 가량의 붕어가 들어 있었다. 씨알은 6~9치까지 다양했다. 강추위가 몰아치기 전에는 8치 미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최근 며칠 추워지면서 씨알이 잘아졌다는 게 박경원씨의 설명이었다.

이날 만난 낚시인들은 모두 취재일 아침에 광주, 함평, 장성 등지에서 온 당일치기 낚시인들로 오전 10시 무렵까지 3~10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살림망 가득 찬 붕어들. 7~9치가 주종이었다.

▲유당수로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들.

마릿수는 최고, 월척 귀한 게 옥의 티
취재일에 아쉬웠던 것은 월척 이상급 붕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7년 전 취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유당수로에서 월척 낚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배스도 서식하는데 왜 붕어 씨알이 커지지 않는지는 미스터리다. 아무튼 유당수로의 변함없는 마릿수 조과를 확인한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아울러 낮아진 수위 탓에 수로 본류권은 낚시가 어렵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소득이었다. 3월 초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올봄에 큰 비가 오지 않는 한 붕어낚시는 하류권인 제방 남쪽일대에서만 가능할 전망이다.

▲유당수로 하류 제방. 제방 너머로 보이는 수면이 유당수로 상류 쪽 물줄기다.

▲장성에서 온 박동식 씨가 올린 푸짐한 조과.

▲박경원 씨가 방금 올린 9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FISHING GUIDE

지렁이 미끼에 긴목줄채비 잘 먹혀
현재 유당수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끼는 지렁이다. 글루텐도 종종 쓰이지만 이번 겨울에는 거의 지렁이 일색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긴목줄채비가 꼽힌다. 대다수가 25cm 이상 되는 긴목줄채비(외바늘과 쌍바늘 모두 사용 중)를 쓰고 있는데 대략적인 형태는 ‘지내림’과 유사하다. 봉돌을 바닥에서 띄우지는않지만 확실히 유당수로 동절기낚시에는 긴목줄채비가 유리하다는 게 단골낚시인들의 말이었다.

가는 길
내비에 ‘유당수로’를 입력하면 수로 중류권 시멘트 다리로 안내한다. 여기서 5분 정도 하류로 내려가면 제방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