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로드 컴포넌트]
가이드 3
가이드는 몇 개나 될까?
조홍식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9.6피트 농어 루어대에서 뜯어낸 구형 가이드 7개(좌)와
새로 부착해 볼 신형 가이드 9개(우).
20년 전의 루어낚싯대와 요즘 루어낚싯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1990년대 이전이나 혹은 2000년대 초반까지의 루어낚싯대와 올해 나온 2022년의 루어낚싯대를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달라진 부분이 바로 가이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드의 크기는 작아졌고 설치하는 개수는 확연하게 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낚시도구라는 게 진화와 변화는 있을지언정 퇴화는 없을테니 가이드가 작을수록 또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일 거 같다. 아마도 당시에도 이렇게 하면 좋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으리라. 이상적인 제품이 상품화되지 못했을 뿐이고 이제는 그 이상적인 제품이 현실화하여 우리 손에 들려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거와 비교해서 얼마나 좋아진 것인지 실제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가이드 교체 후 무게 측정. 천칭을 이용해 개량해 보니 실제로 신형 가이드 9개가 구형 가이드 7개보다 가벼웠다. 더군다나 구형 Y가이드는 티타늄 프레임이고 신형 K가이드는 버트가이드 빼고는 일반 스테인리스 프레임이다. 신형 K가이드를 모두 티타늄 프레임을 사용했다면 더 가벼웠을 것이다.
가이드 개수를 늘리는 이유는?
그 대답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낚싯대의 근본인 블랭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이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챔질 강도나 끌어들이는 힘의 손실이 적어진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이드와 가이드의 사이가 넓으면(가이드 수가 적으면) 파워 로스(power loss), 즉, 힘의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휘어진 블랭크의 힘(반발력)이 낚싯줄 끝단에 있는 낚싯바늘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림1>이 나타내주고 있는 것은, 같은 힘으로 낚싯대를 당기더라도 가이드를 촘촘히 많이 단 것에 비해 듬성듬성 적게 달아놓으면 당기는 힘이 줄어드는 걸 보여준다.
실례로, 가이드가 많이 붙어있는 베이트캐스팅대와 가이드 개수가 적은 스피닝대를 비교할 때, 서로 똑같은 블랭크로 만들어진 낚싯대라 할지라도 베이트캐스팅대의 챔질 강도가 더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은 가이드를 촘촘히 배치한 베이트캐스팅대가 힘 손실이 적다는 말이다. 실전에서라면 ‘스피닝대를 사용할 때 더 힘차게 챔질을 해야 한다’라는 말이 된다.
두 번째 대답은, 낚싯줄 늘어짐이 크고 작고의 문제다. 가이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낚싯줄이 늘어지기 어려우므로 라인트러블이 생길 확률이 낮아져서 좋다는 의미이다.
<그림2>를 보면, 가이드가 촘촘히 배치된 낚싯대는 낚싯줄이 별로 늘어지지 않으므로 낚싯대를 흔들었을 때 낚싯줄도 블랭크의 흔들림과 별 차이 없이 움직이는 반면, 가이드와 가이드 사이가 넓은 낚싯대는 낚싯줄 늘어짐이 크기 때문에 낚싯대를 흔들었을 때 점선과 같은 궤적으로 낚싯줄이 출렁이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늘어진 낚싯줄이 캐스팅할 때 나 챔질할 때, 가이드에 엉키기 쉽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구형 Y가이드 제거 전(위)와 신형 K가이드 설치 후 비교.
가이드 수 증가는 만능일까?
가이드 개수를 늘리면 좋은 점만을 말하고 있지만, 원래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 그럼 나빠지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이드 개수를 늘리면 여러모로 좋다는 건 알겠는데, 먼저 문제가 되는게 있으니 무게다. 가이드를 여러 개 달면 당연히 무거워진다. 무거운 낚싯대는 당연히 NG, 더군다나 앞 쏠림이 생겨 낚싯대 밸런스가 나빠지면 최악이다.
1995년에 후지공업(富士工業)이 창안해 낸 ‘뉴 가이드 콘셉트(newguide concept)’가 가이드를 여러 개 부착하는 시초가 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가이드의 소구경화와 더불어 티타늄합금으로 만든 프레임이 가벼워지는 데 한몫을 했다. 가이드 개수를 늘려도 가이드 하나하나가 작아지고 가벼워진 덕분에 무게나 앞 쏠림 문제는 해결되었다.
다음으로,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자. 가이드 개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좋다면, 인터라인 낚싯대가 가장 좋은 낚싯대가 되어야 한다. 낚싯줄이 블랭크 몸속으로 통과하는 인터라인 낚싯대가 이상적인 낚싯대인가?
모두 알다시피 인터라인대는 힘의 손실과 라인트러블을 없애는 데 충실한 바람에 캐스팅 성능과 관리 및 사용 편리성 등을 잃어버렸다. 인터라인 낚싯대가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가이드의 개수는 캐스팅 비거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가이드가 너무 많으면 낚싯줄과의 마찰이 커지므로 캐스팅 거리가 줄어든다. 가느다란 PE라인을 사용할 때는 그나마 덜하지만, 과거와 같이 나일론라인이 당연하던 시대에는 비거리가 줄어드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다.
20년 전의 루어낚싯대는 요즘 루어낚싯대와 비교하면 가이드가 듬성듬성 붙어있었다. <그림3>의 가운데 모습이 그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같은 7피트 길이의 루어낚싯대의 가이드 개수가 과거에는 6~7개였지만 요즘은 보통 10개를 설치한다.
낚싯대를 직접 만드는 로드빌더도 무작정 가이드 개수를 늘리지는 않는다. 고탄성 블랭크로 만드는 낚싯대라면 아주 빳빳하므로 1~2개 더 줄일 수 있다. 훌렁거리는 소위, ‘낭창대’에는 개수를 늘리는 게 블랭크의 힘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으므로 1~2개 더 늘리는 게 좋다. 이때, 무거워져서 앞 쏠림이 생기는 밸런스 붕괴와 힘의 손실 사이, 캐스팅거리(비거리)의 손실과 힘의 손실 사이에서 절묘한 교차점을 찾아야 하는 게 문제다.
▲가이드 개수와 블랭크의 힘 손실 관계. 가이드 설치 수가 적으면 힘의
손실이 크다.
▲가이드 수가 미치는 영향. 가이드 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낚싯줄의 늘어짐이 커서 라인트러블을 초래하기 쉽다.
▲여러 형태의 가이드 배열. 똑같은 7피트 길이의 블랭크지만, 가이드 세팅은 만드는 사람에 의해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위에서 3번째 가운
데는 20여 년 전의 가이드 세팅으로 요즘에 비해 가이드의 수는 적고
크기는 컸다.
실험_가이드 개수를 늘린 후 변화 파악
가이드 개수를 늘리면 ①힘의 전달, ②라인트러블, ③무게(앞 쏠림 밸런스)에 영향을 준다. 그밖에도 낚싯대의 ④감도에도 영향을 주는 등 찾아보면 더 다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는지 기존의 낚싯대에서 구형 가이드를 제거하고 신형 가이드로 교체해 가이드 개수를 늘려보기로 했다.
대상은 9.6피트 길이의 갯바위 농어대. 후지공업 제품인 구형 Y형 가이드를 전부 제거하고 마찬가지로 후지공업의 신형 K형 가이드로 교체설치해 보았다. 교체 내역은 다음과 같다.
■일단, 8mm 구경 톱가이드는 그대로 두고 교체하지 않았다.
■가이드 개수는 7개(톱가이드 제외)였던 것이 9개(톱가이드 제외)로 2개 늘어났다.
■크기는 구형 가이드가 8-10-10-12-16-25-30, 신형이 6-77-7-8-8-10-20-30로 버트가이드는 동일한 크기이고 나머지 가이드는 한두 치수씩 작아졌다.
교체 부착 전에 실제로 가이드의 무게를 천칭을 이용해 계량해 보았더니,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신형 가이드 9개가 구형 가이드 7개보다 가벼웠다. 4.5g이나. 더욱이 구형 가이드는 모두 티타늄 합금 프레임 제품이지만 신형 가이드는 버트가이드만 티타늄 프레임이고 나머지는 일반스테인리스 프레임이었기에 전부 티타늄 고급제품을 사용했다면 더 가벼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교체 부착이 완료된 이후에는 래핑과 에폭시 코팅이 있으므로 무게의 차이가 미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낚싯대를 손에 들고 흔들어 보았을 때 흔들리는 진폭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더 좋은 낚싯대로 거듭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똑같은 블랭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탄성이 더 높아진 듯 빳빳해진 느낌과 팁이 훨씬 가뿐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다른 사람이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자료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COGYO CO.,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