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쇼트트랙 결승보다 더 짜릿

살얼음 배스와

쫓고 쫓기는 공방전

유철무 바낙스, 배스랜드, 아미고, 디퍼 필드스탭

▲이른 아침, 목천포천 익산하수처리장 북쪽 배 출구 주변을 공략 중인 권순배 회원.

가장 그럴 듯한 포인트였으나 피싱 프레셔의 영향인지 이곳에서는 입질을 받지 못했다.

▲석탄1교에서 바라본 익산 동산수로 전경. 건너편에 보이는 것이 전라선 철길이다.

하류 쪽 넓어지는 구간에 물골이 있어서 연중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전주천 비비정 포인트를 찾은 회원들. 이곳은 루어낚시만 가능한 곳이다.

배스 앵글러의 입장에서 보면 겨울은 참 힘든 계절이다. 추운 것은 극복할 수 있지만 물이 어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얼지 않은 곳을 찾으러 다녔다. 낙점된 취재 장소는 전북의 익산하수처리장이었다. 파이널캐스팅 회원들과 함께 입춘이 하루 지난 2월 5일에 이곳을 찾았다. 새벽에 눈이 내려 온통 눈밭이었다.

익산 하수처리장의 배수구는 총 두 곳이다. 하수처리장을 기준으로 한곳은 서쪽에 있고, 다른 하나는 북쪽에 있다. 두 곳 모두 목천포천으로 유입되고 익산 배스 앵글러들의 겨울 포인트로 사랑받는 옛뚝교를 지나 만경강으로 합류된다.

우리가 공략할 곳은 하수처리장 주변의 목천포천. 런커가 있다고는 하지만 몇 번이나 사전 답사를 진행했어도 큰 배스는 만나지는 못했다.

▲해 뜰 무렵, 익산하수처리장 북쪽 배출구 주변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회원들.

물이 맑고 수심은 얕았는데, 이곳에서 최대 45cm가량의 배스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보았다.

▲저녁 무렵, 익산 하수처리장 북쪽 배출구 근방에서 지그헤드리그로 80cm급 잉어를 낚아 올린 권순배 회원.

해 뜬 후 등장한 4짜 중반 배스 무리
포인트는 따뜻한 물이 흘러 나오는 덕분에 물이 얼지 않았고 배스들의 활성도도 좋아 보였다. 사전답사에서 확인한 최대 크기의 배스는 약 37cm로 4짜가 채 못 되는 개체였다. 다행히 마릿수는 했었으니 나름의 기대감도 있었다.

해가 뜬 후 권순배 회원이 취재 전날 급하게 구매했다는 버너에 물을 끓여 회원들과 따뜻한 커피를 한잔했다. 그리고 바로 하수처리장 북단의 배출구 주변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파일럿 루어로 게리야마모토 3인치글럽을 1/32온스 지그헤드에 꿰어 운용했다.

근처에 낮은 다리가 있어 그곳에 올라서서 낚시를 했는데, 4짜 중반의 배스들이 무리를 이뤄 다니는 게 보였다. 사전 답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크기였다. 순간 기대감이 엄청나게 커졌다. 하지만 물이 맑고 수심은 50~60cm 밖에 되지 않아 내가 다리에 올라선 순간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낚시 시작 후 약 5분 여, 드디어 지그헤드에 반응이 왔다. 살짝 묵직해지는 느낌이었는데 바로 훅셋을 해서 잡아 올렸다. 올라온 배스는 30cm가 되지 않은 씨알.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마수걸이를 한 것이라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좀전에 확인했던 비슷한 씨알의 배스가 곧 나와줄 것이라 상상을 했다.

내비 주소 익산시 금강동 1078

▲오전 10시 무렵에 익산하수처리장 서쪽 배출구를 공략 중인 회원들.

이곳에서 회원들은 몇 번의 입질을 받긴 했지만 유일한 조과는 지그헤드 스위밍에 나온 작은 배스였다.

▲손현아 회원의 태클 구성.

바낙스 COMPASS SV NANO C691MH, APOLLO TITAN LIMITED 111SHRL, 다운샷리그(게리야마모토 컷테일웜 3.5인치), 카본라인 12파운드.

▲이날 필자가 사용한 주력 태클.

바낙스 COMPASS THE RED S672ML, HADES PRO 2000(출시 예정), 아미고 PREMIUM FC 6lb, 지그헤드리그(배스랜드 섀드테일 2인치 + 1/32온스 지그헤 드리그).

맑은 물색과 얕은 수심이 변수
물이 맑은 탓에 연안에 서 있는 앵글러를 배스가 인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좁은 수로여서 어떻게든 연안의 앵글러는 배스의 눈에 띌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상류나 하류 방향으로 롱 캐스팅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어둠이 완전히 걷히자 배스들은 이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도 수로 연안에 있는 뗏장수초 아래로 숨었을 것 같았다. 배출구 주변은 수면에 거품도 있었고 물살도 있어서 배스가 나올만하다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입질이 없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아마도 극심한 피싱프레셔를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3시간가량 시간을 보냈지만 내가 잡은 작은 배스가 조과의 전부였다.
하는 수 없이 하수처리장 서쪽 배출구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곳은 일주일 전까지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던 곳이다. 지난주에 배스가 나왔던 자리는 손현아, 신정훈 회원에게 양보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피싱프레셔를 받은 듯 보였다. 드물게 입질을 받긴 했지만 훅셋이 되질않았다. 나는 배출구 주변 돌바닥에서 지그헤드 스위밍을 운용했는데 거기에서 운 좋게 작은 배스 한 마리를 잡은 게 전부였다. 고민이 깊어졌다. 배스는 사람을 피해 다니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사람들은 배스를 쫒고 있었다.

내비 주소 익산시 금강동 958-24

▲수심이 얕고 물이 맑은 익산하수처리장 북쪽 배출구 주변을 공략하기 위해 어두워지길 기다렸는데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루어는 배스랜드 섀드테일 2인치와 1/16온스 지그헤드.

▲늦은 오후에 찾았 던 만경강 탑천 수문 포인트에서 강준치를 만난 신정훈 회원.

먼 곳에서 받은 입질이었는데 다운샷리그를 사용했다.

▲전주천 비비정 포인트에서는 프리리그와 스푼을 운용했다. 그중 프리리그에 사용했던 게리야마모토 컷테일웜 3.5인치.

▲이번 취재에는 바이아트 신정훈 대표(우)가 권순배(좌) 회원과 필자에게 파스텔 컬러의 배스가 새겨진 ‘바이아트 파스텔 배스 후드티’ 를 선물했다.

목천포천에서 전주천으로 만경강으로
어느덧 오전시간 다 지나고 있었다. 식사도 해야 했고 조과도 올려야하는데 시간은 너무 빠르게 가버리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준비해온 2차 3차 동선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가보니 하수처리장에서 거리가 먼곳은 모조리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을 깨어가며 낚시를 해보기도 했지만 입질을 받지 못했다. 수위가 너무 낮았고 물도 너무 맑았다.

늦은 오후에 파이널캐스팅 회원이자 전북배스원탑 운영자인 신현태 씨가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따뜻한 커피를 들고 물가로 달려와 주었다. 전주천으로 이동해서 비비정 포인트를 공략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곳은 축산하수처리장이 있는 곳인데 하필 이날 처리된 하수가 배출구에서 나오지 않았다. 포인트로 가치가 없어 보였다. 결국 신현태 회원과 상의해서 만경강 탑천 수문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석축이 참 그럴듯해 보였지만 강준치 몇 마리만을 만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내비 주소 대야면 광교리 890-5

▲눈 내린 포인트로 조심스레 내려서고 있는 손현아, 신정훈 씨 부부.

익산에는 새벽에 적지 않은 눈이 내려서 포인트 진입과 차량 이동이 힘들었다.

▲일행의 마수걸이 사진.

해가 뜬 직후 익산하수처리장 북쪽 배 출구 주변의 낮은 다리에서 지그헤드 스위밍을 하던 중 텁! 하는 입질을 받았다.

▲전북배스원탑의 운영자인 신현태 회원이 비비정 포인트로 따뜻한 커피를 들고 달려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왼쪽부터 필자, 신현태, 손현아, 권순배, 신정훈 회원.

▲해가 질 무렵에 익산 하수처리장 북쪽 배 출구 주변에서 잉어를 랜딩 중인 권순배 회원.

저녁이 되자 확실히 활성도가 올 랐고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어둑해지자 들어오기 시작한 입질
저녁 6시 무렵, 다시 익산하수처리장 북단의 배출구로 이동했다. 이날 배스를 확인한 곳은 이곳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두워졌으니 맑은 물색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 권순배 회원의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로드가 휘어지고 드랙이 풀리고 있었다. 배스라면 무조건 런커라는 생각이었다. 한참을 씨름 끝에 확인한 개체는 80cm에 달하는 잉어였다. 잉어가 지그헤드를 흡입했던 것이었다.

곧 나의 지그헤드에도 배스가 나와 주었다. 그러나 역시 작은 개체였다. 더 큰 녀석을 눈으로 아침에 확인했기 때문에 나는 그 녀석들을 잡기 위해 물가에 내려서서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지그헤드 스위밍을 반복했다.

그러다 텁! 하는 묵직한 입질이 들어왔다. 오늘 처음 받는 그럴듯한 입질이었다. 훅셋! 나 역시 묵직하게 응대했다. 스피닝릴의 드랙이 풀리고 ML의 스피닝 로드가 휘어졌다. 6파운드 카본라인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랜딩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힘을 쓰는 것을 보니 잉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잠시 후 연안으로 나온 녀석은 배스였다. 아침에 확인했던 45cm급은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의 상황으로 볼 때 충분히 기억될만한 녀석임에 분명했다.

그때서야 긴장이 풀리고 추위가 느껴졌다. 익산 하늘에 보이는 오리온별자리를 보며 겨울인 것을 재차 실감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 추위를 뒤로 하고 조행을 마감했다. 종일 함께 고생해주신 파이널캐스팅 회원님들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