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참돔 타이라바의 재정립]

제주 현장기

비행기 당일치기에

픽업 서비스까지

이영규 기자

▲킹덤호의 픽업용 승합차. 공항에서 출항지까지 많은 짐을 싣고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제주도에서 즐기는 타이라바는 수도권에서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바다낚시 장르 중 하나다. 첫 비행기로 갔다가 막 비행기로 돌아오는 당일치기도 가능해 바쁜 직장 낚시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타이라바낚시가 자리를 잡으면서 생겨난 가장 눈에 띄는 풍속도 중 하나가 제주도 당일치기다. 말 그대로 첫 비행기로 갔다가 막 비행기로 돌아오는 출조 패턴이다. 출조 비용도 서해나 남해로 갈 때보다 절약되거나 오히려 쌀 수 있다. 평일의 경우 쌀 때는 5만원 미만의 편도 요금으로도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운이 좋으면 2~3만원대 티켓도 나온다).

비행기 당일치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보편화됐지만 여기에 더해 인기가 높아진 것이 픽업 서비스다. 제주공항에서 출항지까지는 보통 렌터카를 이용하지만 최근 들어 낚시인들에게 렌터카를 빌려주지 않는 곳들이 늘자 선장의 픽업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서귀포 사계항에서 출항하는 킹덤호가 대표적이다.

킹덤호 양성욱 선장은 예약 손님이 공항에 도착하면 전용 승합차로 픽업해 출항지까지 안내한다. 이후 낚시가 끝나면 다시 공항까지 배웅하고 있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렌터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데다가 짐이 많아도 걱정이 없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킹덤호 양성욱 선장은 “픽업 서비스는 원래 짐이 많은 갈치낚시인들 때문에 실시했던 것이다. 그에 반해 타이라바 낚시인들은 짐이 간소하기 때문에 아무리 짐이 많아도 여유가 있다. 특히 낚시 후 낚은 고기를 손질해서 싣고 갈 때 무척 편리하다고 한다. 선장과 낚시인이 일체가 돼 종일 움직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도 큰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킹덤호를 타고 가파도 해상에서 참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취재일 가장 큰 씨알인 72cm를 올린 제주 낚시인 천정갑 씨.

▲취재일 올라온 참돔을 비롯한 다양한 고기들.

첫 비행기와 막 비행기 예약하면 편리해
현재 제주공항에서 출항지까지 픽업 서비스를 실시 중인 낚싯배들은 5척 정도로 알려진다. 모두 하절기에 갈치낚시를 출조하는 배들이다.
구체적인 픽업 일정은 다음과 같다. 김포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등 어느 곳에서나 첫 비행기나 두 번째 비행기를 이용하면 제주공항에 7시10분경 도착한다. 보통은 오전 7시40분경 픽업하며 곧바로 출항지인 사계항(또는 모슬포항)으로 이동해 오전 8시30분~9시경 출조한다.

낚시는 오후 5시경까지 할 수 있으며 철수 후 고기를 손질해 포장하고 공항으로 이동하면 오후 7시30분~8시경이 되므로 넉넉잡고 9시 무렵 비행기를 예약하면 된다.

픽업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는 낚싯배들은 주로 전날 여유 있게 제주도로 넘어온 손님들이 이용하는데 보통은 오전 7시경 출항한다. 따라서 픽업 차량 출조 상품을 이용하면 1시간 30분가량 늦게 출조 하지만 그만큼 늦게 철수하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다는 게 낚시인들의 얘기다.

킹덤호를 자주 이용하는 서울 낚시인 김승호 씨는 “조황이 좋은 날은 어느 낚싯배든지 철수 시간을 앞당기고 반대로 부진하면 철수 시간을 늦춘다. 이처럼 철수 시간은 조황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에 어떤 출조 패턴이 꼭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참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주승호 씨.

▲타이라바를 물고 올라온 참돔.

▲ 제주 낚시인 강승미 씨가 직접 올린 6짜 참돔을 자랑하고 있다.

▲55cm 달하는 쏨뱅이를 올린 주승호 씨.

올해도 가파도, 마라도가 최고의 명당
올 겨울 제주 타이라바는 유례없는 참돔 호황을 맞았으나 역시 유례없는 나쁜 기상 탓에 출조일 잡기가 어려웠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핫플레이스 자리한 모슬포 앞바다의 가파도, 마라도 해상이 최고의 낚시터로 떠올랐는데 이 구간은 조류가 강하고 제주도의 어느 곳보다 여밭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북서풍 영향을 바로 받기 때문에 약간만 날씨가 나빠도 진입이 어려운 게 단점. 그럴 때마다 킹덤호는 북서풍 영향이 덜한 남쪽의 범섬 해상으로 출조 코스를 이동하고 있다.

기사에 실린 낚시 사진은 지난 2월 8일 킹덤호 양성욱 선장이 직접 촬영해 보내온 것으로 낚시 장소는 가파도 해상이다. 이날도 바다 날씨가 좋지 못해 6명만 출조 했으며 이 중 여성 낚시인은 3명이었다.

가파도 악근여에서 마라도 방면으로 나 있는 일명 ‘안걸’ 포인트로 출조한 낚시인들은 이날 총 30마리 가량의 참돔을 낚아냈다. 씨알은 40~60cm까지 다양했으며 가장 큰 씨알은 72cm. 물때가 무시라 조류가 센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 물골도 자주 왕래하며 조과를 올렸다고 한다.

양성욱 선장은 “나쁜 기상 탓에 예약이 많이 펑크 나 출조를 강행한 여섯 분만 모시고 나갔다. 초보 여성 낚시인이 절반이라 마릿수 조과는 어렵다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참돔이 올라와 놀랐다. 올해는 참돔 조황이 좋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2월 중순 현재 서귀포 사계항에 정박 중인 킹덤호는 날씨와 조황에 맞춰 출항지를 수시로 옮기고 있다. 가파도와 마라도로 갈 때는 사계항, 영락리, 신도 앞바다로 갈 때는 모슬포항에서 출항하며 봄에 서쪽에서 참돔이 잘 낚일 때는 신창항에서도 출항하고 있다.

제주도의 동절기 참돔 타이라바는 겨울부터 봄까지 지속되며 보통은 4월까지도 씨알과 마릿수가 출중하다. 킹덤호의 출조비는 1인당 12만원. 공항 픽업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출조문의 010-7589-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