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제주 지귀도

5짜 어찌와 대물 벵에돔

제대로 붙었다

이영규 기자

▲해창의 혈투. 쯔리겐FG, 팀블랙홀 회원 한태현 씨가 철수 직전 벵에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영등벵에돔낚시 명소 지귀도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귀도에서는 매년 1월 중순~2월 말 사이 5짜에 달하는 대물 벵에돔이 잘 낚이는데 최근에는 어찌로 불리는 굵은 황절깜정이까지 가세하고 있다. 황절깜정이는 맛은 없지만 힘만큼은 벵에돔에 한 수 위라 낚시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귀도는 제주도 여밭 벵에돔낚시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섬이다. 섬 자체가 낮아서 멀리서 보면 마치 챙 넓은 중절모가 바다 위에 내려와 떠있는 형상이다. 몇몇 포인트는 갯바위접안 40~50m 전부터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다.

제주도 벵에돔낚시가 처음인 낚시인들은 ‘이렇게 물이 맑고 얕은데 과연 벵에돔이 물까?’하며 신기해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바로 지귀도의 매력이다. 먼 거리까지 얕은 여밭과 물골이 산재해 이곳을 은신처 삼아 숨어 사는벵에돔들이 우글거린다.

이처럼 물때에 맞춰 은신처를 벗어나 입질하는 벵에돔, 조류에 맞춰 먼 바다에서 들어오는 벵에돔까지 더해지면서 폭발력은 더욱 커진다.

보통은 수온이 내려가면 고기들이 깊은 곳에서 입질할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은 다분히 감성돔낚시에서 기인한 착오다.
일단 기본 수온만 받쳐준다면 제주도의 한겨울 벵에돔은 급심보다는 얕은 여밭에서 더 잘 낚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밭은 늘 벵에돔이 은신 중이라 ‘물때’만 잘 맞으면 떼고기 조과도 빈번해진다.
실제로 한겨울에는 지역 자체가 수온이 낮아 벵에돔낚시가 덜 되는 우도에서도 수심 얕은 작은동산 안통에서는 올해도 꾸준하게 조과가 확인되는 상황이다.

▲낚시문화연구회 강복진 회원이 연달아 벵에돔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긴꼬리벵에돔을 닮은 황줄깜정이. 일명 어찌로도 불린다.

40cm 이상급은 벵에돔보다 힘이 세고 히트와 동시에 난바다로 차고 나가는 게 특징이다.

▲“입질이 너무 예민합니다.” 엔에스 프로스탭 원성조 씨가 덤장에서 올린 38cm 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들쭉날쭉 수온에 민감해진 벵에돔들
지난 1월 25일 엔에스 프로스탭 원성조 씨와 함께 미리 예약해둔 덤장 포인트로 들어갔다. 지귀도의 명당 중 한 곳인 덤장은 4명 정도 내리면 딱 좋은데 이날은 아침에 먼저 들어온 4명 포함 총 6명이 내렸다. 모두 쯔리겐FG와 팀블랙홀 회원으로 활동 중인 지인들이라 서로서로 포인트를 돌아가며 낚시하기로했다.

취재일 당시 제주도 벵에돔 조황은 썩 좋지못했다. 저수온도 저수온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했던 문제는 불안정한 수온이었다. 원성조씨는 “예년 같으면 1월 중순이면 한창 굵은 벵에돔들이 잘 낚여야 할 시기인데 올해는 조황 변덕이 너무 심하다. 벵에돔은 중층에 분명 있다. 그러나 입질이 약해 원줄을 슬쩍 당겼다가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나와 원성조 씨는 오전 11시에 배를 타고 들어가 늦게 합류했는데 우려는 현실이었다. 아침에 들어왔던 4명의 낚시인이 그때까지도 쓸만한 씨알을 만나지 못했던 것. 이날은 오후 2시경부터 썰물이 시작되기 때문에 썰물 낚시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덤장 포인트에서 바라본 높은덤장(왼쪽 높은 곳)과 어랭이통(낚시인들이 올라선 곳) 포인트.

동풍이 불 때 의지되는 곳으로 많은 인원이 동시에 낚시할 수 있다.

▲취재일 덤장 포인트에서 올라온 굵은 벵에돔들.

낚싯대는 원성조 프로가 사용 중인 NS의 알바 트로스 VIP PRO 1.2-500 릴대다.

▲해창 무렵 35cm 급을 올린 쯔리겐FG, 팀블랙홀 회원 김창범 씨.

벵에돔이 원줄 당길 때까지 기다리면 불리해
오전에 들어온 강복진, 김창범, 한태현 씨가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 사이 원성조 씨가 밑밥을 주면서 낚시를 시작했다. 원성조 씨의 채비가 평소와 약간 달라 살펴보니 변형 천조법에 02번(투제로와 제로알파 사이 부력. 찌 자체만으로는 수면 아래 살짝 떠 있는 부력) 구멍찌를 쓰고 있었다. 목줄은 총 8m였고 찌멈춤봉을 바늘 위 3m 지점에 고정시켰다.

카본 목줄을 8m나 썼다는 건 그만큼 채비를 빨리 내리려는 의도. 그렇다면 왜 찌는 부력이 약간 센 02번을 썼을까? 차라리 투제로(00)를 쓰면 좀 더 자연스럽게 하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문에 원성조 씨가 해답을 내놓았다.

“저기 벵에돔 라이징 보이시죠. 벵에돔들이 중상층에 떠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도 입질이 미약한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벵에돔이 원줄을 당길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찌에 전달되는 미약한 어신을 먼저 잡아내야죠. 그래서 봉돌 없이도 채비가 원만하게 가라앉도록 카본 목줄을 8미터로 길게 쓰는 겁니다. 동시에 02번 찌를 쓰는 것은 긴 목줄 채비가 완전히 정렬돼 무게가 걸려야만 가라앉는 부력이므로 최대한 늦게까지 찌를 통해 어신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원성조 씨의 벵에돔낚시 테크닉은 실전적이면서 현실적이다. 요즘 낚시인들은 찌가 수면에 떠 있으면 문제가 있고 일단은 수면 아래로 잠겨야 유리한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선입견이다. 오히려 내가 만난 고수들은 벵에돔 활성이 약할수록 상층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중 한 명이 원 성조 씨였다.

▲낚시문화연구회 강복진 회원이 중썰물경 올린 42cm 벵에돔을 자랑하고 있다.

▲위미항에서 출항하는 낚싯배.

▲원성조 프로가 준비한 밑밥과 미끼.

▲입질이 예민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강복진 회원이 사용한 4호 벵에돔바늘(왼쪽)과 6호 벵에돔바늘의 크기 비교.

▲부산에서 온 이광준 씨는 취재일 최대어인 44cm 벵에돔을 낚아냈다.

5짜 황줄깜정이의 습격
물때가 썰물로 돌아서자마자 원성조 씨가 30cm가 갓 넘는 씨알을 올리며 오후낚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3연타로 벵에돔을 히트했는데 오후 썰물이 되면서 벵에돔의 활성이 살아나는 듯했다.

이후 강복진(낚시문회원구회 회원) 씨가 33cm, 이광준 씨가 44cm급을 올렸고 김창범, 한태현 씨도 번갈아 벵에돔을 히트했다.
평균 씨알은 35cm 내외였지만 최근의 변덕조황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한편 이날 부시리 2마리와 42cm 벵에돔 등 가장 푸짐한 손맛을 본 강복진 씨는 예상대로 상층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멀리 40m 가까이 장타를 치되 채비가 수면에 떨어지면 뒷줄을 팽팽히 잡아 가라앉는 시간을 최대한 늦춰줬다고. 상층과 하층 수온 차이로 수면 가까이로 뜬 벵에돔을 집중적인 견제로 노린 것이 먹혀든 결과였다.

해창(해 질 무렵) 무렵에는 한태현 씨와 이광준 씨에게 5짜 긴꼬리벵에돔으로 예상되는 대물이 걸려들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뜰채에 담긴 녀석은 50cm가 훨씬 넘는 황줄깜정이었다. 흔히 어찌로 불리는 황줄깜정이는 제주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출현했지만 요즘처럼 5짜가 넘는 큰 씨알이 흔하게 낚이기 시작한 건 불과 5~6년 전부터다.

그만큼 제주도 바다가 변화를 맞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귀도의 한겨울 대물 벵에돔 피크는 2월 말까지므로 출조를 서두르는 게 좋을 듯싶다.

문의 서귀포 원프로피싱 010-3698-4118

▲“어찌나 힘이 좋던지 혼났습니다.” 50cm가 넘는 대형 황줄깜정이를 올린 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한태현 씨.

▲중치급 부시리로 손맛을 본 강복진 회원.

▲위미항으로 철수 후 조과를 자랑하는 낚시인들. 왼쪽부터 한태현, 강복진, 원성조 씨.

지귀도 출조 패턴
종일낚시 예약제, 포인트마다 정원 정해져 있어
지귀도는 서귀포 위미항에서 출조한다. 매일 오전 7시경 첫 배가 뜨고 오후 6시(2월 말 기준)에 철수한다.

각 포인트마다 적정 인원이 정해져 있어 정원이 차면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포인트 예약이 필수이며, 예약만 완료되면 오전 11시경에 천천히 출조해도 상관없다. 특히 홍합여, 작은 홍합여, 넙데기, 동모 간출여 같은 여치기 포인트로 들어갈 때는 여가 드러나는 물때에 맞춰 출조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포인트에 관계없이 선비는 1인당 4만원을 받는다(참고로 낚시 정원이 4명인 포인트라 하더라도 지인들끼리 내린다면 그 이상 인원이 내려도 상관은 없다. 다만 요금은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