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앗 뜨거! 가평 달전천

영하 13도에서 즐기는 온천 손맛

이영규 기자

▲가평 달전천 하수종말처리장 배수구 주변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영하 10도의 기온에도 온수 영향을 받는 2백여 평은 물낚시가 가능하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 낮에는 낚시가 어렵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에 있는 ‘가평군하수도사업소’ 하수종말처리장 배수구 주변은 연중 따뜻한 온수가 배출되는 곳이다. 그 영향으로 주변 북한강 줄기는 꽁꽁 얼어도 배수구 주변은 겨우내 물낚시가 가능하다. 올해도 씨알 굵은 붕어를 배출하고 있는데 얼음이 풀리는 해빙기까지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세대넥스빌 아파트 담 옆에 주차한 후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면 배수구 주변에 도착할 수 있다.

▲취재일 올린 월척과 준척 붕어를 자랑하는 노성현 씨. 죽림의 하늘 바라기라는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호에 한 차례 소개한 가평군하수도사업소 ‘배수구 포인트’가 올해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온수 영향으로 얼지 않는 구간은 고작 200여 평 수준. 포인트라곤 많아야 5~6군데 밖에 안 될정도로 협소하지만 조황만큼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배수구 주변에 손을 담가보면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수온이 높다보니 외부 기온이 영하로 크게 떨어져도 얼지 않는다. 그 덕에 겨울에도 노지 물낚시를 즐기고 싶어 하는 낚시인들의 발길이 겨우내 끊이지 않는다.

배수구 포인트는 씨알도 만만치 않다. 가장 흔한 씨알은 8~9치이며 큰 월척은 허리급도 종종 낚인다. 조황이 좋은 날은 보통 하룻밤에 5마리 정도를 낚을 수 있다. 이중 1~2마리는 꼭 월척이 섞인다. 지난 1월 30일, 마루큐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노성현 씨와 함께 현장을 찾아가 봤다.

▲배수구 포인트에서의 밤낚시 모습. 맞은편의 화려한 불빛은 자라섬 캠핑장을 찾은 캠퍼들의 동계 캠핑 모습이다.

▲밤낚시 준비를 마친 노성현 씨가 미끼를 던져 넣고 있다.

▲노성현 씨 맞은편에 앉은 이성욱 씨의 낚시자리.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자리는 살얼음이 얼어있었다.

▲달전천은 청평댐의 방류로 낮에는 수위 가 낮아졌다가 밤에 다시 회복된다. 낮에 수위가 내려가자 연안에 얼었던 얼음이 바닥에서 떠 있는 모습.

▲취재일 노성현 씨가 사용한 64플러스 레져다오의 스페셜 파워 붕어대. 4칸 대 이상의 긴 대룰 주로 사용했다.

▲배수구 포인트에서 바라본 세대넥스빌 아파트.

▲수면을 돌아다니고 있는 물닭들. 낮낚시의 방해꾼들이다.

밤 8시경부터 입질, 밤새 입질 지속돼

오후 4시경 배수구 포인트의 기점이 되는 가평 ‘세대넥스빌’ 아파트 담 옆에 주차 후 100m 정도 산책로를 걸어 강가로 내려가니 노성현 씨가 낚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노성현 씨는 현지 낚시인 이남진 씨의 제보를 듣고 올해 처음 배수구 포인트를 찾았다.

노성현 씨는 “영하에도 얼지 않는다는 이남진 씨의 얘기에 그래도 영하 10도를 넘으면 얼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정말 배수구 주변만 물이라 신기했다. 게다가 하수종말처리장 배수구라고 해서 수질이 나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겨울인지 몰라도 물이 맑아 깜짝 놀랐다. 조황까지 꾸준하다고 하니 오늘 밤 밤낚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곳에는 이남진 씨의 후배 낚시인 3명도 함께 자리했다. 모두 인근 남양주에 거주하는 낚시인들로 평소에는 전국 각지로 낚시를 다니지만 겨울만 되면 배수구 포인트에서 손맛을 즐기고 있었다.

노성현 씨가 자리한 곳은 배수구에서 먼 자라섬 방향. 노성현 씨 우측에 한 자리가 더 있었고 바로 그 우측부터는 얼음이 꽁꽁 얼어있었다.

노성현 씨 건너편에 또 한 자리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이성욱 씨가 대좌를 설치하고 자리를 잡았다.

해질녘에 찾아온 이남진 씨는 “이곳은 물이 맑아 밤이 돼야 붕어가 입질한다. 요즘은 밤 8시경부터 입질이 들어와 밤새 꾸준하다. 많은 마릿수는 아니지만 월척 한두 마리씩은 꼭 섞이기 때문에 밤을 지샐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최근의 입질 패턴을 설명했다.

어두워지면서 추위가 엄습해 왔다. 해가 있는 낮에는 그나마 따뜻했는데 어두워지니 난로 없이는 물가에 설 수 없을 정도였다. 동시에 강 건너 자라섬 캠핑장에도 알록달록한 캠핑등이 켜졌다. 강 하나를 사이에두고 한쪽은 밤낚시, 한쪽은 캠핑으로 밤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보였다.

노성현 씨는 대형 파라솔 텐트 안에 등유난로를 설치해 난방을 했다.

확실히 기름을 때는 난로가 화력이 대단해 파라솔 텐트의 전면을 개방했는데도 온기가 충분했다.

뜨거운 난로 위에 알루미늄 호일에 싼 고구마를 올려놓자 20여 분 뒤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건너편 자라섬 캠핑장만큼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케미를 바라보는 낭만은 이색적이었다.

이날 나는 늦게 현장에 도착한 터라 대를 펴지 않고 노성현 씨의 파라솔 텐트 안에서 함께 입질을 보며 수다를 떨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낚시를 못해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노성현 씨의 낚시텐트안은 너무 아늑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취재일에 배수구 포 인트를 찾은 남양주 낚시인들이 취재 전날 올린 붕어들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뻐끔뻐끔 조우회 이정호, 이성욱, 전영민 회원.

▲마루큐 필드스탭인 노성현 씨가 사용한 떡밥들. 딸기글루텐3번, 단토쯔 글루텐, 콘글루텐을 3합으로 배합한 일명 삼단콘을 사용했다.

8치만 되도 체고는 월척급

밤 9시경 첫 입질이 들어왔다. 4.5칸 외바늘채비에 단 글루텐 미끼에 8치급이 올라왔다. 찌를 서너 마디 정도 올린 후 둥둥 떠 있는 시원한 입질이었다. 겨울이라 입질이 예민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첫 붕어를 올린 노성현 씨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붕어를 보여주었다. 분명 씨알은 8치가 조금 넘는데 체고가 월척이 넘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랜턴을 켜보니 정말 호떡을 눌러 놓은 듯 위로 ‘빵’이 좋은 녀석이었다. 두 번째 입질은 밤 10시 20분경 4.7칸 대에 들어왔는데 역시 이놈도 체구가 좋은 9치급이었다.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가 이어지더니 새벽 2시경 드디어 월척이 올라왔다. 4.4칸 대의 찌를 몸통까지 올린 녀석의 저항에 엄청난 물보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허리급은 넘을만한 녀석이라는 생각에 카메라를 집어 들었는데 실제로 올라온 녀석은 31.5cm에 불과한(?) 월척이었다. 체구들이 좋다보니 비슷한 씨알의 붕어들보다 더 힘을 쓰는 듯했고 90cm 정도 되는 얕은 수심도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이후 새벽에는 조용하다가 아침 6시와 7시경 8치급 2마리가 연달아 올라오며 이날 낚시를 마쳤다.

취재일에는 유튜브 촬영을 병행한 노성현 씨만이 밤새 열심히 낚시했고 나머지 낚시인들은 모처럼의 만남인 터라 밤새 회포를 풀며 시간을 보냈다. 취재일 붕어들의 활성을 감안할 경우 일행 모두 열심히 낚시했다면 훨씬 많은 붕어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취재일 배수구 포인트에서 올라온 붕어들.

▲낮에 찌 주변을 배회하는 물닭들.

▲노성현 씨가 낚시텐트 안에 설치한 등유난로. 보온력도 뛰어나고 운치도 있었다.

▲하수종말처리장 배수구에서 온수가 배출되는 모습.

해빙기 직전까지 인기 지속

그렇다면 배수구 포인트는 과연 언제까지 물낚시가 호황을 보일 것인가? 이남진 씨는 “배수구 포인트는 언제 해빙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는 얼음 때문에 낚시할 곳이 없어 이곳을 찾는 것일 뿐 완전 해빙이되면 발길이 뚝 끊긴다. 옹색한 이곳보다 좋은 낚시터가 전국에 널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겨울 추위가 오래 지속되고 있어 2월 말일까지는 인기를 끌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 배수구 포인트는 도심에서 가깝다보니 평소에도 많은 낚시인이 찾는다. 따라서 낚시 후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본인이 챙겨올 필요가 있다. 특히 낚시터로 진입하는 길은 현지 주민들의 산책로이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 현장은 노성현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죽림의 하늘바라기 184편’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가는 길

내비에 ‘세대넥스빌’ 아파트를 입력한 후 아파트 담 옆 또는 산책로 초입 공터에 주차 후강가로 내려가면 된다.

▲낚시 후 주변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이성욱 씨.

▲노성현 씨가 새벽 2시경 올린 8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유난히 체고가 높아 눈길을 끌었다.

가평 달전천 배수구 포인트 낚시 여건

미끼는 글루텐이 최고,

아침 8시까지도 입질

배수구 포인트에서 가장 잘 먹히는 미끼는 글루텐이다. 종류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 낮에는 입질이 없다가 밤이 돼 8시경을 넘기면서 활발한 입질이 들어온다. 이후 밤새 입질이 오다가 오전 8시경을 넘기면서 입질이 종료된다. 물색이 맑은 탓인지 낮에는 입질이 거의 없고 배스낚시인들이 루어낚시를 오기 때문에 대낚시를 하기 힘들다. 여기에 20여 마리의 물닭 무리가 요란스럽게 수면을 헤집고 다니는 것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