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결빙에 쫓겨 여기까지 왔는데…

부안하수종말처리장의 배신

유철무 바낙스, 배스랜드, 아미고, 디퍼 필드스탭

▲부안하수종말처리장 포인트 전경. 이곳은 한겨울에도 11도 정도의 미온수가 나오기 때문에 물이 얼지 않는다.

겨울철 배스낚시터로 유명하다.

▲필자가 사용했던 장비와 동키리그.

2022년 출시 예정인 바낙스 COMPASS THE BLACK C692MH, 아이오닉스 SV 110BL(기어비 5.3:1), 아미고 프리미엄 FC 14lb, 게리야 마모토 4인치 Shad

▲새해 첫날은 몹시 추웠다. 그 추위는 이렇게 가이드에 고드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손도 시린데 가이드에 맺히는 얼음을 제거하는 것은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필자가 주력으로 사용한 소프트베이트, 게리야마모토 3인치 Super Grub이다.

크기도 작은 편이라 배스가 입안에 넣기에도 부담이 적고, 테일 액션도 잘 나오기 때문에 겨울철에 쓰기에 아주 좋다.

매년 이 무렵이면 포인트 선정에 신중해진다. 물이 얼기 때문이다. 좀처럼 얼지 않는 큰 강이나 댐을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12월25일 금강을 찾은 파이널캐스팅 회원들은 40cm 중후반의 배스를 몇 마리 만날 수 있었으나 마릿수가 적었다.

일주일 후인 1월 1일, 충남을 벗어나 전북으로 내려갔다. 부안, 익산, 김제의 여러 포인트를 둘러보았는데 한파 탓에 작은 규모의 강들은 모두 얼어붙은 상태였다. 결국 우리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하수종말처리장 포인트를 찾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취재지로 택한 곳이 전북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에 있는 부안하수종말처리장이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첫 채비인 동키리그로 입질을 받아냈다.

동키리그는 2개의 소프트 베이트를 쓰는데, 한 개는 채비를 깊숙이 삼켜서 입안에 걸려 있다.

나머지 채비 1개를 입안에 살짝 걸쳐놓고 촬영했다.

▲오후 4시 무렵, 디퍼 처프플러스2로 물 속 활성도를 체크한 후 그 지점을 두드려 많은 입질을 받았다.

그 무렵, 권순배 회원이 가물치 입질을 받고 랜딩하고 있다.

▲미온수가 흘러드는 구간에서 다운샷리그로 배스를 만난 손현아 회원.

소프트베이트는 게리야 마모토 2인치 YamaSenko, 장비는 바낙스 COMPASS SV NANO C702H, APOLLO TITAN LIMITED 111SHRL이다.

겨울 맞아? 수면에 보이는 많은 동심원들
이맘때면 얼지 않는 낚시터를 찾아 전국의 하수종말처리장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몰린다. 부안종말하수처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전답사를 한 일주일 전과 비교해 지형이 바뀌어 있을 정도였다. 이곳은 규모가 작아 포인트 선점이 중요하다. 취재팀은 해가 뜨기 전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포인트엔 아무도 없었다. 채비를 마치고 물가에 서니 이제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수면에는 많은 동심원들이 보였다. 나는 배스의 먹이활동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 온 동키리그를 캐스팅했다.

‘동키리그(Donkey rig)’란 두 개의 소프트 저크베이트를 이용해 만든 채비로 두 개의 루어가 서로 교차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액션이 특징이다. 당나귀를 뜻하는 동키란 이름처럼 불규칙적이고 돌발적인 액션으로 배스의 공격 본능을 자극한다.

동키리그의 선택이 빛을 발했다. 낚시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마수걸이를 기록했다. 4짜 초반의 배스였다. 뒤를 이어 신정훈 회원과 권순배 회원이 입질을 받았는데 아쉽게 둘 다 털리고 말았다. 배스는 그래도 활발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정오 무렵, 입질이 소강 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신정훈, 손현아 회원이 수문 앞을 공략 중이다.

포말이 보이는 곳에서 가장 많은 입질을 받았다.

▲네드리그를 잘 쓰는 권순배 회원은 이날에도 같은 채비로 4짜급 배스를 랜딩했다.

동키리그와 네드리그
마수걸이까지는 좋았는데 일행은 두 번째 배스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파이널캐스팅에서는 누군가 배스를 잡으면 그 사람은 뒤로 물러나고 잡지 못한 사람에게 포인트를 양보한다. 그렇게 내 뒤로 신정훈, 손현아, 권순배 회원 순서로 포인트에 섰으나 조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입질 빈도는 거짓말처럼 줄어들었다. 다행히 이 무렵 네드리그를 운용했던 권순배 회원이 4짜 초반의 배스를 랜딩하는 데 성공했다. ‘네드리그(Ned rig)’란 물에 뜨는 플로팅 타입의 웜을 꿴 지그헤드리그로서 미국의 프리리그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채비다. 현지에서 사용하던 채비 이름이 그대로 건너온 셈인데 지그헤드가 바닥에 닿으면 웜 꼬리가 바짝 선 형태를 띠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네드리그의 조과는 그게 전부였다. 그 후로 입질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연안의 모양이 바뀔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낮에도 꾸준히 입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신정훈, 손현아 회원이 그 자리에서 나와서 다른 곳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배스의 포지션이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순번인 내가 그 자리로 들어섰다. 난 이제 배스의 먹이활동이 둔화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텍사스리그로 채비를 바꿨다. 바닥을 아주 천천히 두들링 기법으로 운용하면서 자극할 생각이었다. 멀리 캐스팅해 바닥을 읽어오던 중 입질을 받았다. 라인을 쭉 가져가는 것을 확인하고 훅셋! 그렇게 또 한 마리의 배스를 추가했다.

▲필자(아래)와 손현아 회원의 사용 장비.

필자는 바낙스 COMPASS THE BLACK C692MH, 아이오닉스 SV 110BL(기어비 5.3:1)을, 손현아 회원은 COMPASS SV NANO C702H, APOLLO TITAN LIMITED 111SHRL를 사용했다.

▲디퍼 처프플러스2를 띄운 후 연결된 휴대폰 어플로 물속을 스캔 중인 필자.

3시50분 무렵에 물속 바닥에 많은 어군이 포착되었다.

어군이 포착된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 어군은 배스보다는 가물치와 잉어인 듯 보였다. 배스 입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낚시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피싱을 실천한 파이널캐스팅 회원들. 왼쪽부터 권순배, 필자, 신정훈, 손현아 회원.

▲바낙스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핫팩, 핫하데이핫팩이다. 핫팩을 사용해야 할 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핫팩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고 훈훈했다.

베이트 장비가 유리하다
신정훈 회원은 4lb 카본라인을 감은 스피닝 장비를 쓰고 있었다. 취재팀을 이끌고 있는 나로서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지난주 답사 때에 나 역시 스피닝 장비를 사용했고(6lb 카본라인 사용) 다섯 번이나 훅셋에 실패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권유로 베이트 장비를 썼던 신정훈 회원은 이내 밑걸림으로 채비가 끊어지자 다시 스피닝 장비로 돌아섰다.

그 순간 “왔어요!” 신정훈 회원의 낮은 외침이 들려왔다. 다운샷리그에 입질을 받았다. 나는 빠르게 채비를 회수한 후 미리 준비해두었던 뜰채를 들고 다가섰다. 바로 그때, “아…”라는 짧은 탄식이 들려왔다. 배스가 연안 콘크리트 철근 구조물로 파고들어 라인이 쓸리고 만 것이다.
이곳의 물속 환경까지 고려해서 베이트 장비를 권한 것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숏바이트가 반복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게 잉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입질을 받았는데 기다리면 채비를 뱉어버리고 있었다. 손현아 회원은 게리야마모토 2인치 야마센코를 세팅한 다운샷리그를 사용했다. 자기 차례가 되어 낚시를 이어갔는데 숏바이트가 반복된다 싶더니 바로 훅셋에 성공했다. 숏바이트의 주인공은 배스였다.

▲사전답사에 이어 또 다시 가물치를 랜딩한 권순배 회원. 가물치는 연안보다는 건너편 석축에서 입질을 자주 받았다.

디퍼 처프플러스2로 물속 활성도를 체크했던 곳이 바로 가물치가 입질했던 포인트다.

낚시하며 쓰레기 줍는 플로피싱
우리는 낚시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피싱(plofishing)’을 했다. 각자 준비해 온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채워나갔다. 그러고 보니 시각이 벌써 오후 3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휴대용 어군 탐지기인 디퍼 처프플러스2를 띄워 물속 상황을 스캔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감지가 안 되더니 오후 3시50분경 드디어 물속 활성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때를 맞춰 그곳을 집중 공략했다. 그러나 배스는 너무 많은 프레셔를 받은 듯했다. 잉어와 가물치가 걸려 나오긴 했어도 배스는 한 마리가 나온 게 전부였다.

어느새 해가 졌다. 일행은 주변 쓰레기를 한 번 더 주워 담은 후 철수길에 올랐다. 새해 첫날을 파이널캐스팅 회원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내비 주소 동진면 하장리 17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