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도전! 넙치농어]

파도만 높으면 능사?

가장 중요한 것은

포말지대 형성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넙치농어는 일반 농어와는 달리 기수역을 오가며 살지 않는다. 일반 농어는 강을 거슬러 올랐다가 외해로 빠지기를 반복하지만 넙치농어는 외해에 살다가 겨울에 연안으로 붙는다. 강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알 수 없으나 다른 농어에 비해 연안으로 접근하는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확실하다.

넙치농어 고수가 말하는 넙치농어가 붙는 조건은 딱 하나다. 바로 포말지대가 형성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수온, 물때, 조류, 베이트피시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최우선으로 따져야 할 것이 포말지대다. 넙치농어는 파도가 부서져서 수면에 사이다처럼 넓게 퍼지는 포말지대 아래로 숨어 연안으로 접근하는 것이 확실하며 포말지대 주변의 수중여나 물골이 공략 스팟이 된다.

▲파도 쳐서 포말이 일어나는 넙치 농어 포인트.

예전에는 무작정 A를 노렸으나 넙치농어는 주변 여에 파도가 부딪혀서 포말이 생기는 B와 같은 자리에 숨어 있다.

C처럼 발 앞에 포말이 생기는 곳도 포인트. 포인트에 조심스레 접근해서 발앞부터 노리는 것이 정석이다.

파도와 수위 변화를 감지하라
많은 낚시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파도와 포말이다. 파도가 일어야 간출여나 수중여에 부딪혀서 포말이 형성된다. 즉 파도는 포말이 아니며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파도가 높은 곳은 파도가 그대로 들이쳐서 낚시를 할 수 없고 파도가 높으면 얕은 곳의 경우 거의 바닥까지 물결이 요동쳐 뻘물이 생기기 때문에 넙치농어가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넙치농어가 매복해서 지나가는 베이트피시를 노린다면 수심이 얕아야 하고 포말에 흩어지는 베이트피시가 있을 법한 장소라야 한다.

가장 좋은 포인트는 캐스팅이 가능한 곳에 수중여나 간출여가 있고 파도가 그곳에 부딪혀서 포말이 넓게 생기는 곳이다. 넙치농어낚시는 그런 자리를 찾아다니는 낚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인트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수중여를 찾고 수위나 파도의 높이가 변함에 따라 포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지켜보면 된다.

포인트를 지켜보면 만조에는 전혀 포말이 없던 곳이라도 간조가 되어 수중여가 드러나면 포말이 생기는 곳이 있고, 간조에는 큰 간출여만 있는 자리라도 만조 전후가 되어간 출여 주변으로 포말이 형성되는 곳이 있다. 그래서 낚시를 하면서 포인트의 변화를 지켜보고 파도의 세기와 수위에 따라 어느 시점에 공략하면 좋을지 알아챈다면 나만의 넙치농어 포인트 개발이 가능하다.

▲포말이 넓게 형성된 포인트. 높은 파도로 인해 뻘물만 생기지 않는다면 좋은 포인트가 된다.

▲포말이 없는 포인트. 파도가 높게 쳐서 포말이 생길 때를 노리며 연안 끝에 있는 여 주변을 공략한다.

첫 루어는 싱킹 펜슬베이트
포말지대를 찾았다면 루어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까지 인기를 끈 것은 바로 싱킹 펜슬베이트다. 예전에는 120~140mm 미노우를 즐겨 사용했지만 넙치농어가 낚이는 곳은 수심이 1~2m로 아주 얕고 파도가 높아서 부피가 큰 미노우는 액션을 유지하지 못해 인기가 없다.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포말이 생겨 부력이 상쇄되는 곳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서 잘 쓰지 않는다.

반대로 싱킹 펜슬베이트는 펜처럼 가느다란 모양의 루어로 착수하면 천천히 가라앉는다. 릴링을 해서 루어를 감아보면 아주 느긋하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같은 액션을 내는데, 조금 과장하면 물위를 헤엄처가는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것 외에 특별한 액션은 없으며 릴링의 속도와 로드 액션을 통해 톱워터 형식으로 운영을 하거나 거의 수면 아래를 유영하게 만든다.

그 외에 장점도 많다. 우선 싱킹 펜슬베이트는 비거리가 뛰어나다. 미노우 중에 아무리 멀리 날아가는 것이 있다고 해도 맞바람이나 옆바람이 불면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만 싱킹 펜슬베이트는 바람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날아간다. 무게는 22~30g으로 미노우와 큰 차이가 없지만 비거리는 월등하게 길다. 싱킹 펜슬베이트가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캐스팅할 때 저항을 받는 립이 없으며 보디에 내장되어 있는 웨이트를 캐스팅에 가장 적합하게 배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싱킹 펜슬베이트가 밑걸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심 1~2m의 얕은 곳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살짝 릴링해도 급부상하는 덕분에 조금만 요령이 생기면 얕은 곳에서도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

▲톱워터 루어 포포펜 95F를 체결 한 넙치농어 장비.

수면에서 파장을 내어 수심이 얕은 곳에서 입질을 빨리 유도할 수 있지만 미스바이트가 잦은 것이 단점이다.

▲잠행수심 30cm 내외의 고블린 95SF.

수면 바로 아래를 S자 형태로 유영하며 슬로우 플로팅(SF) 타입이라 액션을 멈추면 거의 서스펜드 상태를 유지한다.

미스바이트가 적은 것이 장점.

▲헤드가 납작해서 물속으로 가라 앉으며 헤드의 튀어나온 부분이 조류와 파도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싱킹 펜슬베이트 운용법
싱킹 펜슬베이트는 톱워터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많은 낚시인들이 즐겨 하는 방법으로 상층에서 입질을 받으면 넙치농어의 폭발적인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톱워터 액션은 스톱앤고가 기본이지만 포말이 이는 넓은 바다에서는 더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말로 설명하자면 고고고고고스톱 정도로 살짝 빠르게 릴링을 시켜 상층을 훑어준 후 수심이 깊은 곳이나 특정 스팟이 나타나면 멈추어준다.

사실 현장에서는 파도가 치고 포말이 넓게 일기 때문에 특정 스팟을 눈으로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오로지 감의 의존해서 액션을 주어야 한다. 특히 낮에 넙치농어를 노릴 때는 넙치농어가 루어를 가짜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설에는 농어가 눈이 나빠서 무조건 루어를 천천히 감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이다. 농어는 눈이 좋다.

로드 액션도 중요하다. 루어가 멀리 있을 때는 로드의 초리를 위로 들어서 릴링을 하고 가까이 왔을 때는 로드의 초리를 아래로 내려 액션을 준다. 중요한 점은 루어가 수면 위로 튀어나오지 않게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루어가 연안 가까이 왔을 때 초릿대가 위를 향해 있으면 루어가 수면 위로 튀어나올 수 있고, 농어의 미스바이트를 오히려 유도하게 되므로 거리에 따라 로드 초리의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반대로 루어가 멀리 있을 때 초리를 아래로 향하면 루어가 먹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미노우라면 상관없지만 톱워터라면 이 점을 잘 구분해서 액션을 해야 한다.

▲루어테크 이택근 대표가 낚은 넙치농어. 로드는 제낙 PA9이며 히트 루어는 고블린 95SF.

최근에는 완전 톱워터 루어보다는 수면에 살짝 잠기는 타입을 선호한다.

▲정의권 씨가 추천하는 넙치농어 히트 루어. 립이 긴 타입으로 수심이 깊은 포말지대에서 사용한다.

미스바이트가 잦다면 미노우로 교체
넙치농어는 사냥 습성이 일반 농어와는 다르다. 일반 농어는 미노우의 뒤를 쫓으며 일명 체이스를 하지만 넙치농어는 배스와 같이 매복 사냥을 주로 한다. 넙치농어를 노리고 톱워터 루어를 사용해보면 멀리서 넙치농어가 루어에 헤딩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특히 톱워터 루어를 사용했을 때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넙치농어 역시 포말 아래에서 톱워터 루어를 단숨에 덮치는 것이 쉽지 않는 탓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노우로 교체한다. 일반 미노우가 아닌 잠행수심이 30cm 내외인 거의 톱워터와 같은 수심을 노리는 미노우를 사용한다. 미노우는 작지만 립이 있기 때문에 릴링을 빨리 하거나 저킹을 하면 물속으로 순식간에 파고들기 때문에 잠행수심이 50cm 이상인 미노우는 거의 쓰지 않고 그것보다 얕은 수심을 노릴 수 있는 것을 쓴다. 최근에는 싱킹 펜슬베이트와 비슷한 비거리를 가진 소형 미노우들이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미노우 액션 중 가장 기본은 릴을 천천히 감는 리트리브다. 하지만 단순한 리트리브보다는 저킹(트위칭)을 함께 해주면 그 위력이 배가 된다. 라인을 팽팽하게 한 상태에서 릴을 감으면서 로드의 초리를 50~60cm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간단하게 저킹 액션을 연출할 수 있다. 파도가 높거나 포말에 미노우가 밀린다면 저킹 동작을 2~3회 한 후에 릴을 감는 식으로 운용해도 좋다. 주로 저킹 액션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입질이 들어오기 때문에 액션을 주는 시점부터 긴장을 해야 한다.

저킹용 미노우의 단점이라면 라인의 텐션으로 인해 똑바로 헤엄치지 못하고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미노우가 비틀어지는 과정을 잘 살핀 후에 미노우가 비틀어지는 방향에 맞춰 로드를 움직여서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미노우라고 해도 2~3m 파도에서 완벽한 액션을 구사할 수는 없으므로 나머지 밸런스 유지는 낚시인의 몫이다.

▲민물이 흘러드는 연안. 이 주변도 넙치농어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바람은 피하기보단 정면승부
넙치농어낚시를 해보면 바람을 맞는 것이 제일 고역이다. 캐스팅도 어렵고 파도도 높아서 강한 바람은 쉽게 낚시를 포기하게 만든다. 하지만 바람을 두려워해서는 넙치농어를 만날 수 없다. 파도가 치지 않는 제주도 남쪽은 넙치농어가 낚이지 않는다.

현지인들은 바람을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한다. 북서풍이 불 때 북서쪽으로 가서 바람이 덜 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렇지 않으면 맞바람을 정면으로 뚫어서 캐스팅을시도한다. 그 이유는 넙치농어는 생각보다 연안으로 가까이 붙어서 멀리 캐스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 농어와 달리 넙치농어는 연안을 회유하지 않고 최대한 얕고 가까운 곳으로 붙어서 가만히 있기 때문에 원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비거리가 좋은 최신형 루어로 30~40m 주변만 훑어본다는 느낌으로 낚시하면 의외의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넙치농어는 많은 낚시인들의 도전으로 점점 신비의 베일을 벗고 있다. 요즘에는 일반농어보다 넙치농어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할 정도로 넙치농어가 흔한 고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단, 포인트를 찾지 못한다면 여전히 낚기 어려운 어종임에는 틀림없으므로 남은 시즌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넙치농어는 12월과 1월이 피크며 3~4월에도 잘 낚인다. 2월은 수온이 너무 낮아서 확률이 떨어지므로 제주도 원정을 고민하고 있다면 3월 이후를 추천한다.

▲간조 때 드러난 연안. 만조 때 보면 전혀 포인트로 보이지 않지만 간조 때 찾아가면 아주 멀리 포인트가 형성되는 곳이다.

Fishing information

넙치농어를 노릴 수 있는 의외의 장소들

넙치농어의 위치를 전혀 파악할 수 없을 때라고 해서 막무가내로 노리려서는 안된다. 의외의 장소에서도 넙치농어는 출현하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 좋다.

우선은 눈에 쉽게 띄고 진입하기 편해서 노리기 좋은 수중여나 간출여 주변을 공략한다. 연안에서 멀리있는 베이트피시가 수중여나 간출여 주변으로 자주 모이며 그것을 노린 넙치농어가 따라 붙는 곳이 수중여나 간출여이기 때문이다. 조류가 약한 물돌이(특히 만조 물돌이)때는 아예 수중여 주변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넙치농어도 있다고 하므로 지나치지 말고 노리는 것이 좋다.

파도가 없는 날이라면 본류와 지류의 합수지점 혹은 농어가 붙기 좋은 브레이크라인을 직접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곳을 공략할 수 있다면 농어가 수중여로 붙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농어가 지나가는 길목을 노려서 더 높은 확률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주로 콧부리 앞, 방파제 콧부리, 배가 지나다니는 항 입구의 깊어지는 구간에 브레이크라인이 많다.

마지막으로 양식장 일대는 꼭 노려볼 곳이다. 수심이 50cm 이하로 얕아도 상관이 없으며 파도가 다소 낮은 날에도 밤에 노린다면 승산이 있다. 농어는 등지느러미가 드러나는 곳까지 과감하게 들어오기도 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면 순식간에 빠지기 때문에 포인트에 조심스레 접근하는 것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