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도전! 넙치농어]

국내 농어 루어낚시의 흐름과

농어·점농어·넙치농어 비교

박경식 프리라이터·솔트루어린 회원

각 농어의 특성을 알기 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농어 루어낚시의 흐름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어 루어낚시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곳은 어디일까? 제주도? 부산? 동해? 다 틀렸고 바로 서해다.

서해는 예전부터 농어의 메카로 불려왔다. 낚싯배를 타고 단순하게 생긴 바이브레이션을 이용해 연안을 훑으면 봄부터 초겨울까지 큰 씨알의 농어(일반 농어, 점농어)가 낚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1세대 루어낚시인들이 주로 서해에서 농어 루어낚시를 즐겼고 2000년에는 그 영역이 확대되어 서해의 섬 전역으로 포인트가 확대되었다. 어청도, 외연도, 격렬비열도를 비롯해 군산권 전역이 농어 루어낚시 포인트가 되었고 서해 남쪽으로는 목포, 진도까지 포인트가 확대되었다.

2000년 당시 동해와 남해의 농어낚시 수준을 보면 루어낚시는 극소수였고 지렁이를 미끼로 한 릴찌낚시가 대부분이었다. 일명 ‘로케트찌’라는 4~5호 고부력찌를 사용해 최대한 멀리 채비를 날려서 농어를 잡는 식이었다.

▲서해에서 즐겨하는 선상 농어 루어낚시. 일반 농어와 점농어가 타깃이다. 점농어는 주로 서해에서 낚인다.

기수역 미터 농어가 흥행 도화선
남해에 농어 루어낚시의 바람이 분 건 2000년 중반 이후다. 배스 루어낚시의 붐과 더불어 다양한 미노우가 수입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농어 루어낚시도 흘러들어가게 됐다. 부산, 울산, 대구 등의 대도시 낚시인들이 농어 루어낚시를 즐겼으며 주로 연안의 방파제나 몽돌밭, 갯바위를 노렸다. 그러다가 농어 루어낚시의 흐름에 획을 긋는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바로 부산과 울산의 낚시인들이 바다와 강이 접하는 기수역에서 미터급 농어(일반 농어)를 여러 마리 낚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기수역 농어낚시는 일본에서나 가능한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구현되면서 낚시인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고 동시에 제주도 낚시인들이 연안에서 큰 씨알의 농어(일반 농어·넙치농어)를 낚아내며 부산 일대와 제주도에서 본격적으로 농어 루어낚시 붐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큰 씨알의 농어가 4계절 낚이고, 겨울에 더 큰 씨알이 낚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농어 루어낚시 패턴이 완전히 뒤집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농어 루어낚시는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했다. 겨울에 파도를 맞으며 10시간 이상 캐스팅을 해도 꽝을 치기 일쑤인데다 농어 루어낚시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힘, 체력은 물론 포인트, 물때에 대한 상세한 지식까지 필요했기에 입문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게 되었다. 반면 2010년 이후에는 에깅, 지깅, 타이라바, 주꾸미, 문어 등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농어 루어낚시는 삽시간에 마니아 색채가 진한 장르로 폭이 좁아지고 말았다.

▲포항과 제주도에서 주로 하는 연안 농어 루어낚시. 포항에서는 일반 농어가 낚이고 제주도에서는 일반 농어와 넙치농어가 낚인다.

농어 루어낚시는 마릿수보단 ‘빅원’
이렇게 농어 루어낚시는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으나 2010년 전후로 포항, 울산, 경주 등의 동해에서 많은 양의 농어가 낚이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동해의 경우 포인트에 진입하기 쉽고 물때의 영향을 크게받지 않아 파도가 치는 날만 고르면 농어 루어낚시가 가능해서 많은 입문자를 양산했다.

동해에서 농어가 호황을 보일 무렵 제주도에서는 넙치농어가 호황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제주도에는 일반 농어의 양이 점점 줄고 넙치농어 개체가 늘고 있었으며 동해의 포항, 울산, 영덕권에는 몰라보게 일반 농어의 자원이 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동해의 루어낚시인들은 여세를 몰아 제주도로 넙치농어 원정을 떠나기 시작했고 그 열풍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농어 루어낚시의 흐름에 대해 길게 서술한 까닭은 이 흐름이야 말로 일반 농어, 점농어, 넙치농어의 차이를 잘 말해줄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사실 농어의 외형은 중요하지 않고 특성이 핵심인 것이다. 서해에서는 마릿수 위주의 점농어가 인기를 끌었다면 부산, 울산, 포항에서는 낱마리라도 큰 씨알의 일반 농어가 인기를 끌었다. 나중에는 서해에서도 외수질낚시로 미터급 점농어를 낚는 것이 유행했으며 동해안의 농어 흥행 이후 낚시인들은 더 크고 우람한 농어를 쫓아 제주도까지 가게 되었다. 즉, 농어 루어낚시는 마릿수보단 ‘빅원’을 쫓는 낚시가 되었고 그 정점에 넙치농어가 있다는 뜻이다.

▲일반 농어.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낚이며 몸통이 가늘고 긴 편이다.

▲점농어. 주로 서해에서 낚이며 등에 점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넙치농어. 일반 농어보다 아래턱이 발달해 있으며 체고가 높고 등이 굽었으며 꼬리자루가 뭉툭하고 꼬리지느러미를 펴면 일자 혹은 부채꼴 모양이다.

높은 체고에 굽은 등, 일자 꼬리지느러미면 넙치농어
각 농어의 외형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쉽다. 점농어는 등에 점이 있고 넙치농어는 마치 혹부리붕어처럼 등이 굽었고 체고가 높으며 꼬리지느러미의 끝이 V자로 갈라지지 않고 약간 부채꼴이다. 일반 농어는 다른 특색 없이 가는 몸통에 은색 체색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농어를 보면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참고로 넙치농어는 전 낚시춘추 허만갑 편집장이 2002년에 어류학계에 등재했다. 당시에는 넙치농어가 대만해역과 제주도에서도 마라도, 가파도 해역의 일부 구간에만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2010년 중반까지도 계속되었지만 낚시인들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바다의 변화로 인해 지금은 제주도 남쪽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넙치농어가 원래부터 제주도 남쪽 연안에 많았는지 아니면 바다의 변화에 의해 증가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포항에서는 넙치농어가 확인된 적이 있으며 일부 낚시인들은 제주도 연안으로 큰 부시리와 방어가 자주 출몰해서 농어가 덩치를 키워 넙치농어가 되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농어, 점농어, 넙치농어는 모두 DNA가 달라서 각각 다른 종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어느 것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넙치농어의 특이한 점은 외형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습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른 농어와는 달리 무리지어 생활하지 않고 소수 혹은 단독으로 생활한다. 농어낚시를 해보면 알겠지만 농어와 점농어는 한 자리에서 수십마리를 낚을 수 있지만 넙치농어는 그렇지 않다. 마치 대형 볼락이나 다금바리처럼 한 자리에서 한두 마리를 낚아내면 더 이상 출현하지 않는다. 운이 아주 좋아도 네다섯 마리가 끝이다. 또한 아주 예민해서 랜턴이나 발소리 등이 들리면 바로 연안에서 빠져나가고 포말지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연안으로 잘 접근하지 않는 특성이있다. 그래서 다른 농어보다 낚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