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조 체험기]

여수 안도 오전 출조 체험기

AM 7시 출조

추위와 손맛

모두 잡는다

이영규 기자

▲돌산도에서 출항하는 썬라이즈호가 대부도 똥여 (순서여)에 내려 놓은 낚시인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겨울은 감성돔낚시의 핫 시즌이지만 그만큼 포인트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유명 낚시터의 경우 새벽 3~4시 출조는 기본이고 주말에는 밤 12시 출조도 빈번하다.

그만큼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방한복은 물론이고 번개탄과 텐트도 필수다. 새벽 추위에 벌벌 떨며 별을 바라보노라면 ‘과연 이렇게까지 해가며 감성돔낚시를 해야만 할까?’하는 회의감이 든다. 낚시인 중에는 “그 짓을 10년 하고 났더니 몸이 다 망가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모든 낚싯배가 새벽에만 출조하는 것은 아니다. 남해안 감성돔낚시 출조 1번지 여수에서는 전 9시에 출조하는 낚싯배도 있다. 대표적인 낚싯배가 여수 돌산도의 썬라이즈호다.

썬라이즈호는 늦게 출조하는 만큼 철수 시간도 늦다. 보통 오전 9시에 출조하면 철수는 오후 5시경인데, 실질 낚시 시간은 새벽 출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한두 시간 더 길다.

▲김해에서 온 현정국 씨가 소부도에서 올린 47cm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 출조하면 새벽 출조 배들에게 주요 포인트를 선점 당하므로 불리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단골 낚시인들은 “최근의 인기포인트를 선점 당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감성돔을 못 낚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조황도 새벽 출조에 크게 뒤지지 않는데, 철수 후 조황란을 살펴보면 새벽 출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조과를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1. 오전 시간에 물때가 맞지 않아 비어 있던 포인트에 내려 오후 시간에 제 물때를 만나는 경우.
2. 새벽 출조 낚시인들이 아침에 고기 낚은 자리를 봐두었다가 그들이 철수한 후 자리를 옮겨 손맛을 보는 경우.

금오열도를 자주 출조하는 여수 한일낚시 대표 김한민 사장은 “아침에 낚시하다보면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오전 출조 배가 포인트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때 들어와도 비어있는 포인트는 늘 있기 마련이죠. 특히 물때가 맞지 않아 이른 오전에 재미 보기 힘든 포인트가 많은데 그런 곳에 주로 손님을 내려 놓습니다”라고 말했다.

▲안도 철탑 및 노랑바 위에서 감성돔을 히트한 낚시인. 강추위로 조황이 부진했던 상황에서도 감성돔이 입질했다.

▲철수길에 확인한 조과. 악조건 속에서도 포인트마다 감성돔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초에 5짜급 감성돔을 올린 낚시인.

늦게 나가도 물때 맞춰 내릴 자리는 충분해
지난 12월 18일. 여수 돌산도 군내리항에서 출조하는 썬라이즈호에 승선해 오전 출조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원래 이 날은 익산 낚시인들과 동행취재가 예정돼 있었는데 밤새 호남지방에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바람에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혼자 낚싯배를 타고 나가 다른 낚시인들과 취재를 하게 됐다.

군내리항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낚시인이 적어 보였다. 예상대로 폭설 탓이었다. 특히 중부지방에서 내려오는 낚시인들의 출조가 대부분 취소됐다.
이날은 평소와 같은 오전 9시가 아니라 7시에 배가 떴다. 주말에 오후 5시에 철수하면 낚시를 마치고 여수를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여수공단 부근에서 정체를 빚기 때문이라고. 평일에는 평소대로 오전 9시에 배가 뜬다.

이날 썬라이즈호는 새벽 출조 배들이 향한 연도와 금오도 대신 안도를 목적지로 잡았다. 당시는 내만권인 개도에서도 감성돔이 호황일 정도로 근해와 중거리권 모두 감성돔 조황이 좋았던 상황. 연도와 금오도의 몇몇 특정 포인트가 두각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섬들이 부진한 건 아니었고 안도에서도 꾸준한 조과가 이어지고 있었다.

안도 남쪽까지 내려간 썬라이즈호는 음지짝 포인트에 두 팀을 내려놓은 후 다시 선수를 돌려 부도 똥여 일원, 안도 철탑 밑, 노랑바위 등에 손님들을 분산시켰다. 가는 곳마다 포인트가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썬라이즈호 이석봉 선장이 분석한 물때별 포인트가 따로 있는 듯했다.

▲대전에서 출조한 변성연(왼쪽), 선은혁 씨가 안도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노랑바위에서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낚시인.

▲안도 북쪽 연안의 일명 음지짝 포인트. 종일 햇볕이 들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매일 오전 7시에 출조하고 있는 썬라이즈호.

조황도 좋고 추위도 피하는 일석이조 출조
나는 금오도 남단이 마주 보이는 안도 철탑 밑 일명 사각자리가 비어있어 내렸는데 좌우 포인트에도 새벽에 들어온 낚시인들이 있었다. 이날은 여수 지역 기온이 영하 6도에 달할 정도로 강추위가 몰아친 까닭에 추위는 물론 바람과 파도까지 강했다.

영등철을 연상시키는 맹추위 탓인지 내가 내린 안도 남쪽 일원의 조황은 썩좋지 못했다. 나는 35cm급 한 마리를 낚은 게 전부였고 내 좌측에 내린 낚시인도 비슷한 씨알을 한 마리 올렸다. 그 외에 내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내린 낚시인 대부분이 철수 때까지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대충 상황이 이렇기에 오늘은 거의 빈작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막상 배에 오르니 상황은 반전됐다. 마릿수 조과는 아니었지만 서너 곳만 빼고 내린 포인트마다 1~2마리씩의 감성돔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소부도에 내린 현정국 씨는 5짜에 육박하는 씨알을 낚기도 했다. 날씨만 좋았다면 그 이상의 조과를 거둘 수 있었을 상황이었다.

썬라이즈호 이석봉 선장은 “오전에 늦게 나가는 만큼 오전 출조 배들은 각자의 히든 포인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제 아무리 좋은 포인트라도 물때가 맞지 않으면 조과를 거두기 어렵기에 늦게 출조해도 내릴 자리는 예상보다 많습니다. 여기에 날이 밝은 후 출조하니 안전하고 추위도 피할 수 있지요. 손님들도 피로가 덜하고 여유가 있어 좋아합니다”라며 오전 출조의 장점을 설명했다.

만약 아직까지도 오전 출조 낚싯배를 타보지 않은 낚시인이라면 한번 쯤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철수 무렵인 오후 4~5시는 대물 감성돔이 입질하는 ‘해창 찬스’이므로 이 시간대의 매력을 잘 아는 낚시인이라면 더욱 도전해볼만하다.

문의 돌산도 썬라이즈호 010-5808-6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