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여수 금오도 감성돔낚시

5시간 지옥을 버티니

5시간 천국이 오는구나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2022 임인년 새해 첫 감성돔입니다.” 금오도 용머리 소나무여에 내린 유규상(쯔리켄 필드스 탭) 씨가 40cm급 감성돔을 뜰채에 담았다.

체감온도 영하 8도였지만 의외로 감성돔의 활성이 좋아 좋은 조과를 거두었다.

▲추운 새벽 갯바위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전해준 고체연료. 야외 난방용이며 갯바위를 오염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유규상 씨와 박성열 씨가 준비한 어묵과 라면.

▲금오도 용머리에서 촬영한 금오도 일대. 좌측이 금오도 동남쪽 일대며 정면으로 안도와 연도가운데가 보인다.

▲감성돔을 건 유규상 씨가 로드를 들어 제압하고 있다. 입질은 발 앞에서 왔다.

지난 12월 중순, 강원도 정선에 살고 있는 유규상(쯔리켄 필드스탭) 씨가 여수 금오도로 감성돔낚시 출조를 제안했다. 그런데 내용이 황당했다. 12월 31일에 출조해서 1월 1일 정초에 낚시를 하는 것도 모자라 새벽1시 첫배를 타고 갯바위로 나가자고 한 것이다.

낚시기자를 16년 동안 하면서 나름대로 꼭 피하는 취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연말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것, 그리고 주말에 포인트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새벽 출조를 하는 것이다. 특히 무리한 새벽 출조는 몸을 망가트릴 정도로 악조건인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 피하고 있었는데 그런 제안을 유규상 씨가 한 것이다. 내 대답은 당연히 노. 하지만 운이 나빴는지 12월 30일에 예약한 타이라바 출조가 악천후로 취소되었고 그 악천후가 감성돔낚시에는 호재(주의보 뒤끝)이기에 결국 여수로 취재를 다녀오기로 했다.

▲금오도 북쪽의 함구미 일대. 뒤로 보이는 섬이 개도다.

▲박성열 씨가 오전 10시가 되어 첫 입질을 받고 파이팅하고 있다. 45cm 감성돔이 올라왔다.

▲취재당일 사용한 구멍찌를 보여주는 유규상 씨. 좌측은 쯔리켄 M16 1호, 우측은 치누탑 0.8호.

▲잡어가 없어 미끼는 크릴과 옥수수만 사용했다.

▲여수 피싱스토리에서 운항하는 KD호. 금오열도 전역과 거문도권으로 출조한다.

▲45cm 감성돔을 보여주는 박성열 씨.

▲오전에 낚은 감성돔 두 마리를 보여주는 유규상 씨.

뼈까지 시리는 강추위
12월 31일 밤 8시, 창원에서 유규상, 박성열(쯔리켄 창원지구 회원) 씨를 만나 여수로 향했다. 가는 길에 광양 365낚시에서 미끼로 쓸 게를 구입하고 슈퍼에 들러 갯바위에서 먹을 음식도 구입했다. 출조한 날은 영하4도의 날씨에 바람이 7~8m/s로 강하게 불어 올해 가장 추운 날이었지만 유규상 씨의 방한대책은 나름 완벽했다. 젤라탄이라는 고체연료를 갯바위에서 피워 추위를 막고, 해가 뜨기 전까지 염통구이, 어묵, 라면 등을 먹기로 한 것이다.

밤 12시에 여수 소호동에 있는 피싱스토리(대표 김진운)에 도착. 밑밥을 구입하고 낚싯배에 올랐다. 오전 1시가 되어 정확히 출항했고 40분이 지나자 금오도에 도착했다. 금오도 북쪽에 있는 함구미부터 하선을 시작, 우리는 금오도 북서쪽 콧부리에 있는 용머리 소나무여에 내렸다.

이때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북풍이 부는데 북서쪽 콧부리에 내렸으니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댔다. 가방을 여니 물건들이 바람에 날아갔고 고체연료를 피웠으나 강한 바람 때문에 불꽃에 손을 대도 뜨겁지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얼른 염통꼬지를 구웠지만 박성열 씨가 가져온 가스가 그만 다 떨어지고 말았다. 출조할 때 거의 빈 가스를 들고 온 것이다. 원망은 뒤로하고 고체연료에 프라이팬을 올려 겨우 염통을 굽기 시작. 조리하는 데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염통꼬지의 맛은 말 그대로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다.

추위는 새벽 3시가 넘어가자 극에 달했다. 파도의 비말이 옷에 붙자 금방 얼어붙었다. 염통을 먹고 어묵을 먹고 라면까지 먹었으나 배만 부르지 추위를 녹이지는 못했다. 가스가 없어서 물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기에 마실 국물이 없었다. 그 흔한 커피도 끓이지 못했다. 새벽 5시에 갯바위 틈에서 깜빡 잠에 들었지만 뼈까지 시리는 추위에 다시 잠을 깼다. 바지와 상의가 얼었고 그 추위가 고스란히 피부에 스며들었다.

▲“새해 첫날 금오도에서 시원하게 손맛을 봤습니다.” 금오도산 감성돔을 자랑하는 유규상(좌), 박성열 씨.

▲유규상 씨와 박성열 씨가 낚은 감성돔과 채비에 사용한 구멍찌와 원줄, 목줄.

▲금오도로 출조한 다른 낚시인들의 조과. 대부분 한두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으며 심포와 직포 일대에서는 5짜 감성돔도 나왔다.

▲직포직벽에서 5짜 감성돔을 낚은 낚시인.

동 트자마자 순식간에 감성돔 4마리
해는 7시가 넘어서 떴다. 북서쪽에 내려서 해도 늦게 뜬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추워도 동이 트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용머리 소나무여 주변의 수심은 발 앞이 10m 내외, 멀리 노리면13~14m가 나온다. 들물이 막 시작되었고 1호 구멍찌로 반유동채비를 꾸려 발밑부터 노렸다. 용머리는 소나무여를 중심으로 낚시할 자리가 서너 곳 나오기 때문에 3명이 내려도 널찍하게 낚시할 수 있었다.

채비를 던져보니 잡어도 없고 조류가 잘 흐르는 상황. 뭔가 되겠다 싶었는데 오전 7시30분에 유규상 씨가 바로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시작했다. 첫 입질엔 노래미가 올라왔다. 10분 후 또 입질을 받았고 이번에는 35cm 감성돔이 올라왔다. 그리고 또 입질을 두 번 연속으로 받았지만 채비가 터져버렸고 마지막에 받은 입질에 40cm 감성돔이 올라왔다.

유규상 씨 자리에서 입질이 끝나자 이번에는 내가 입질을 받았다. 쏜살같이 사라지는 찌를 보고 챘더니 35cm 감성돔이 올라왔고 또 한 번의 입질은 헛챔질로 끝이 났다. 피날레는 박성렬 씨가 장식했다. 소나무여에서 동이 트는 정면을 바라보고 불편하게 낚시를 하고 있다가 처음 받은 입질에 45cm 감성돔을 올렸다.

그 후에는 조류가 너무 강하게 흘러서 낚시가 잘 되지 않았다. 피싱스토리 김진운 사장은 썰물이 강하게 흐를때는 본류에 채비를 태워 멀리 노리라고 했지만 역광이 비치는데다 본류대낚시에 익숙하지 않아 멀리 노리지는 못했다.

씨알 좋은 4마리의 감성돔을 낚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니 금세 오전 11시가 되었다. 조류가 너무 강해서 더 이상 낚시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일찍 주변 정리를 했다. 전날 피운 고체연료 깡통에 쓰레기를 모두 담으니 훌륭한 쓰레기통이 되었다. 낚싯배는 정오가 되어 정확하게 우리를 데리러 왔고 천천히 1시간을 달려 여수 소호항에 도착했다.

항에 도착하니 금오도 심포직벽과 직포직벽 포인트에 내린 낚시인들도 많은 양의 감성돔을 낚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심포직벽에서는 5짜 감성돔 두 마리가 낚인 것을 확인했으며 그 외 포인트에서도 40cm 내외의 감성돔이 서너 마리씩 낚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싱스토리 김진운 선장은 “올해는 감성돔도 꾸준히 호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1월은 금오도만 노려도 큰 씨알로 손맛을 볼 수 있을 듯하며 2~3월에는 안도, 연도권에서 본격적으로 영등 감성돔을 노릴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지문의 여수 피싱스토리(KD호) 010-405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