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신안 가거도

초행길 3구에서

감성돔 19마리!

송유현 부산, 아지카 필드스탭

▲가거도 입성 첫날 3구 납닥여 옆 무명 포인트에 내려 감성돔을 낚아내고 있는 필자.

오른쪽에 낚시인들이 올라서 있는 납작한 여가 납닥여다.

▲3구 민박집에서 계단을 이용해 선착장으로 내려가고 있는 낚시인들.

▲첫날 올라온 52cm 감성돔.

▲바다에서 바라본 3구 마을.

▲낚시를 마친 후 감성돔회를 곁들여 회포를 풀고 있다.

12월 내내 시간만 나면 날씨를 확인해왔다. 이번 감성돔 시즌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가거도 출조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만 되면 폭풍이 몰아쳐 12월 중순까지도 날찌를 잡지 못했다.

가거도는 워낙 먼 섬이라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형님께선 10여년 전 가거도로 들어갔다가 주의보에 묶여 15일간 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 그래서 직장인인 나로서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 새해 첫날인 1월 1일 토요일부터 날씨가 좋아졌다. 일요일 날씨가 변수긴 하지만 다행히 월요일은 양호해져 월요일 하루 연차를 내고 2박3일 일정으로 출조 계획을 짰다.

몇 주 동안 낚시를 못한 터라 우리는 ‘웬만하며 고!’를 외치며 낚싯배를 예약했다. 진도 OK낚시에 전화하니 친절한 설명과 함께 예약을 도와주셨다. 중학생1명 포함 총 5명 예약 완료!

▲구상현 씨의 중학교 2학년 아들 구표빈이 첫수로 올린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낚은 감성돔을 해풍에 말리는 모습.

▲3구 선착장으로 철수한 직후 첫날 조과를 자랑하는 낚시인들. 왼쪽부터 이번 원정에 동행한 구표빈, 김언호, 정규석 씨다.

첫 캐스팅에 4짜, 마무리는 52cm
12월 31일 저녁에 부산에 집결, SUV 차량에 짐을 싣고 진도로 달렸다. OK낚시점에 도착해 밑밥을 준비한 후 진도 쉬미항에서 사선을 이용해 가거도로 향했다. 우리는 가거도 3구 경진민박에 예약했는데 3구는 작은 마을이었다. 1구처럼 편의시설은 없으나 대물 확률이 높은 북쪽 포인트에 가깝고 기록 경신에도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거도 3구는 선박 계류 여건이 좋지 못해 낚싯배가 1구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1구에 도착 후 승합차를 이용해 3구 민박집으로 이동했다. 2박3일 동안 숙박할 방을 배정 받고 오전 6시경 아침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감성돔 맑은탕(지리국). 낚시도 하기 전에 감성돔 지리국이 나오다니, 역시 감성돔의 성지인가 싶었다. 긴 여정에 지친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민박집에서 선착장까지는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는데 그 사이에 보이는 몇 안 되는 집들이 정겨워 보였다.

오전 7시30분경 포인트로 출발하였다. 우리가 첫날 내린 포인트는 가거도 북쪽 납닥여 옆의 이름 모를 포인트. 물때는 5물 만조 시간은 오전 11시34분이다.

부채꼴 모양으로 수심을 측정해 보았다. 발 앞은 약 6m, 전방 10~15m는 8~9m, 더 멀리는 점점 깊어져 15m까지 측정되었다. 바람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맞바람이라 장타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전방 10~15m 지점의 깊어지기 직전의 턱을 공략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8시20분경, 조류는 납닥여 쪽으로 아장아장 걸음마 속도로 흘렀고 채비 안착 후 유인동작을 한두 번 해주자 시원하게 빨려드는 입질을 받았다. 첫 캐스팅에 올라온 녀석은 4짜 초반의 감성돔! ‘오늘 대박이겠구나’라는생각이 들었다. 감성돔을 갈무리한 후 다시 그곳으로 꾸준히 밑밥을 주며 낚시했지만 의외로 연타 입질은 없었다.

▲첫날 원정팀이 올린 19마리의 감성돔들.

▲구상현 씨와 함께 내린 구표빈 군이 감성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뉴경진호가 검은여 일대에 낚시인을 내려놓고 있다.

▲둘째 날 높담 포인트에서 감성돔을 걸어내고 있는 정규석 씨.

생각보다 바닥이 복잡해 밑걸림이 발생했는데 수중여의 상층을 노리고자 수심을 8m로 줄였다. 그러자 여지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수심을 줄일수록 감성돔 입질이 잦았다. 확실히 원도권 감성돔은 근해권과 달리 많이 떠서 입질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식사 후 구상현 형님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형님 아들 표빈이가 쉬지 않고 낚시에 집중하고 있었다. 채비 만들기부터 캐스팅, 입질 후 고기 제압까지 중학생임에도 성인 중급자 수준의 낚시 실력을 발휘했다. 이번 가거도 원정에 대비해 추자도, 홍도, 욕지도 등을 다니며 고기 제압법을 익혀왔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썰물이 시작됐다. 조류는 여전히 납닥여 방향으로 흘렀다. 이렇게 같은 패턴으로 드문드문 입질을 받았다. 어느새 우리가 낚은 마릿수는 10마리를 훌쩍 넘겼다. 오후 3시 40분쯤 철수시간을 앞두고 갯바위 청소를 하는 사이 상현 형님이 버저비터까지 성공시켰다. 마릿수는 총 19마리였고 4짜 이하는 3마리, 제일 큰 놈은 52cm였다.

오후 6시경 감성돔 회를 곁들여 맛있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다른 민박집처럼 화려한 상차림은 아니었지만 정갈하면서 싱싱한 재료로 만든 반찬들에서 오지의 풍미가 느껴졌다.

▲첫날 낚은 감성돔을 갈무리해 냉동실에 보관했다.

▲쫄깃쫄깃 맛이 좋았던 감성돔 껍질 데침.

▲48cm 감성돔의 몸통에 걸려나온 낚시바늘. 수심 측정 중 빈바늘에 걸려나왔다.

▲철수 직전 낚싯배에서 바라본 1구 마을 모습.

수심측정 중 빈 바늘에 걸려나온 48cm 감성돔
둘째 날은 높담이라는 포인트에 내려 10마리 정도의 조과를 올렸다.
전날만큼의 폭발적 마릿수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조황이라고생각했다.
서쪽 포인트에 아들과 내렸던 상현 형님은 강풍에 고전했는데 이날도 표빈이가 52cm나 되는 감성돔을 낚아 아빠의 기를 팍 죽여 놓았다.
표빈이는 스스로도 감격스러운지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마지막 날은 큰 재미는 못 봤지만 잊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포인트에 도착해 수심을 알아보기 위해 수심측정봉돌을 먼 곳으로 캐스팅하자 갑자기 스풀이 역회전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대를 세웠고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혹시 감성돔이 수심측정봉돌을 받아먹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그럴 리는 없을 듯했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 끝에 수면에 떠오른 물고기는 분명 감성돔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48cm나 되는 감성돔의 배지느러미 밑에 바늘이 박혀있었다. 아마도 떨어지는 수심측정봉돌에 관심을 갖고 얼쩡대다가 바늘이 꿰인 듯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니… 로또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박3일간의 짧은 가거도 조행은 많은 추억과 여운을 남겼다. 특히 숙박시설은 다소 노후했지만 민박집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식사, 3구의 거친 바다는 매력적이었다.

내가 낚시한 일정 동안 가거도는 마릿수 부진에 허덕였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너무 많은 낚시인이 한꺼번에 몰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거둔 우리가 거둔 조과는 초행길 조과로서는 대박에 가까웠다.

현지문의 경진민박 뉴경진호 010-4662-4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