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78]



야생조류와 호수생태계

가마우지의 물고기 과잉포식이

낚시에 미치는 영향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초식성 오리를 이용하여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농법(자료 현재축산뉴스).


30년 전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호수학회에 참석하였는데 회의 중에 특이한 안건을 보게 되었다. 누군가가 호수생태계의 중요한 요소로서 물새에 관련된 연구 세션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호수에 많은 새떼가 날아와 먹이를 먹고 배설도 하며 호수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먹이연쇄의 중요한 생물로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호수생태계의 전통적인 연구대상으로서 플랑크톤, 어류 등 수중생물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필자에게는 다소 과장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야생조류가 줄어들어 많은 생태학자가 우려하던 시절이었고 필자는 새들에 관심을 크게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사람이 제안하더니 여러 사람이 동의하고 조류 세션 구성이 결정되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회의에 참가한 후에도 조류가 호수생태계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은 여러 나라의 호수들을 방문하는 체험을 거친 후의 일이다. 물론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조류도 사냥금지 덕택에 많이 증가하여 큰 새떼의 군무를 보기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많은 수의 새떼는 배설물로 인해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자료 Wikipedia).


조류가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새들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먹이를 먹기 때문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초식성도 있고, 진흙 속의 저서동물을 먹는 종류도 있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포식자도 있다. 초식성이라도 수변의 육상식물을 먹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수생식물을 먹는 종류도 있다.


미국의 호숫가에는 나무를 제거하고 잔디밭을 만든 공원들이 있는데 돋아나는 새싹들을 뜯어 먹는 덩치 큰 거위들이 마치 예초기로 깎아 준 것처럼 알뜰하게 풀을 뜯어 먹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주변에는 새똥이 엄청나게 많이 널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리농법으로 잡초를 제거하기도 하므로 오리가 얼마나 풀을 잘 먹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야생에서는 과잉섭식에 의한 생태계 피해를 우려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물새들은 수중생물을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진흙을 발에 묻혀 옮기는 과정에서 미생물이나 동물의 알을 묻혀서 옮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호수의 미생물이나 플랑크톤은 지역 특성이 없이 유사하다. 이렇게 전 세계에 분포하는 종을 생태학에서는 ‘메트로폴리탄’ 종이라고 부르는데 새의 발이 이들이 이동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요즘은 조류인플루엔자 병원균을 가지고 이동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지렁이, 깔따구 등의 동물을 진흙 속에서 찾아 먹는 오리류들도 많이 있는데 이 가운데 바닥에서 먹이를 주워 먹는 종류는 낚시와 관련이 있다. 근래 미국의 여러 주에서 크기 5cm 이하, 무게 약 30g보다 작은 납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곳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납추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발단은 ‘룬(loon)’이라고 하는 새에서 시작된 것이다.


룬은 북아메리카 북부 지방에 사는 오리나 가마우지를 닮은 새인데 어둠이 깔리면 마치 늑대의 하울링과 유사한 소리를 내어 멀리까지 소리가 전파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페루 연안에서 조류 배설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구아노를 채광하는 모습(자료 Wikipedia).


새의 먹이사냥과 납추의 관계
미국 북부의 호수를 방문하였을 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을 보다가 룬의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늑대의 하울링인 줄 알았다. 유투브를 찾아보면 룬의 신비하게 울려 퍼지는 하울링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룬은 바닥의 물고기나 저서동물 등을 주워 먹는 새인데 납추를 먹이로 오인하고 삼키면 강한 산성 위액이 분비되는 위장 내에서 용해되어 납중독에 걸려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추의 크기가 큰 것은 새가 먹지 않지만 작은 것은 삼킬 수 있어 작은 납추가 더 위험하다. 납추를 삼키는 것이 룬의 사망원인의 절반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룬이 사는 몇 개의 주에서 작은 납추를 금지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납추를 삼키는 새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새들이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호수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적은 수의 새들이 해당 호수에서 먹이를 먹고 그 자리에서 배설한다면 영양염류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고 수질에도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하늘을 뒤덮는 수십만 마리의 새떼가 이동해 와 배설을 하면 다른 지역에서 영양소를 이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부영양화의 우려가 있다.


새의 배설물이 수변의 나무를 죽이는 피해도 많이 보도되어 알려져 있고 물새의 배설물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새똥이 환영받는 곳도 있다. 남아메리카 페루의 바닷가에는 오랜 세월 퇴적되어 암석화된 새의 배설물이 있는데 이를 ‘구아노’라고 부르며 광물자원으로 채굴되고 있다. 질소와 인성분이 많은데 화약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였고 비료로 많이 사용되어 한때 페루의 주요 수출품이었다. 이곳에 새가 많은 이유는 태평양의 물순환에서 찾을 수 있다.


페루 앞바다에서는 심층 해수가 표면으로 용승하는 현상이 대규모로 나타나고 있는데 심층수에는 영양소가 많아 심층수의 용승이 일어나는 곳은 플랑크톤이 많고 어류도 많다.
이곳에는 특히 앤초비라고 부르는 청어류가 많아 이를 먹고사는 물새들이 번성하고 있다.


새들이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육지에서 배설하면서 수많은 세월이 지나다 보니 새똥이 수백 미터 쌓여 암석이 되기도 하였다. 19세기에 이것이 좋은 비료로 알려지자 본격적으로 캐내어 수출한 것이다.


▲충주호 호숫가의 가마우지 떼(자료 KBS).

▲가마우지 배설물로 나무가 죽고 황폐화한 모습(자료 연합뉴스).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마우지의 과잉번성
우리나라에서는 수렵금지 조치에 의해 야생동물이 크게 증가한 것을 느낄 수 있고 물새들도 늘어났는데, 호숫가 주민이 반기지 않는 종류도 있다. 가마우지라는 어류포식성 조류이다. 가마우지는 중국에서 줄에 묶어 물고기낚시에 이용하는 것을 다큐멘터리에서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종류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종이 아니었다.


그런데 근래 급증하여 1999년에 269마리로 추산되었던 우리나라 가마우지의 숫자는 2018년 3만 마리를 넘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가마우지가 늘자 물고기를 과잉으로 포식하여 어민들이 어업손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며 낚시춘추에도 보도된 바 있다(2017년 8월호). 가마우지에 의한 어류 과잉포식은 배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나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고 있다.


가마우지 과잉번성은 어민뿐 아니라 유료낚시터 관리인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낮이되면 가마우지들이 몰려와 잠수하며 사냥을 하니까 물고기가 숨어 버리고 입질을 하지 않으며 비싼 값에 구입하여 방류한 물고기를 가마우지가 먹어 버린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커다란 돌고래 풍선을 띄워 놓고 가마우지를 쫓으려는 곳도 볼 수 있다.


가마우지와 어민의갈등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은어가 값비싼 수산자원이므로 인공증식 사업도 많이 하고 있는데 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가마우지는 일본에서도 근래 크게 증가하였으며 유럽에서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무언가 우리가 잘 파악하지 못하는 생태계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