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_조홍식의 로드 컴포넌트]

가이드 1

가이드링, 비싼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 문 1000답」 저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 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로드빌딩을 연재해 독자들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조홍식 박사가 신년호부터 ‘로드 컴포넌트’ 연재를 시작한다. 컴포넌트components)는 부품이란 뜻으로 낚싯대 구성요소가 낚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낚싯대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구성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낚싯대 본체인 블랭크가 중심이 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루어낚싯대나 갯바위 찌낚싯대와 같이 릴을 장치해 사용하는 릴낚싯대의 경우라면, 필연적으로 가이드가 줄지어 부착되어 있고 릴을 고정시키는 릴시트도 있다. 그밖에도 손잡이, 버트캡이 있고 낚싯줄걸이나 묶어두기 위한 고리가 달린 낚싯대도 있다. 이러한 부속품들은 모두 다 낚싯대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되고 당연히 낚시의 질, 얼마나 쾌적하고 즐겁게 낚시할 수 있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금속 프레임에 광물질 링이 부착된 형태를 하고 있는 가이드. 사진의 가이드는 후지공업 LKW 가이드.

가이드의 역할
낚싯대의 가이드는 이름 그대로 낚싯줄을 인도해 주는 역할을 하는 낚싯대의 구성요소 중 하나다. 이 가이드는 낚싯대의 종류, 장르, 대상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트롤링낚싯대에는 ‘롤러 가이드’, 플라이낚싯대에는 ‘스네이크 가이드’라는 일반적이지 않고 아주 다르게 생긴 가이드가 붙어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똑같은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고기를 낚는 낚시의 일련의 과정은, ‘채비를 던지는 캐스팅 → 채비나 루어를 감아 끌어오는 릴링(리트리브) → 입질에 대한 챔질 → 물고기와의 대결인 파이팅 → 물고기를 물밖으로 끌어내는 랜딩’이란 순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지어져 있다.

낚싯대의 구성요소들의 재질과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위치에 부착되어 있는가가 낚시의 질을 좋게 하기도 나쁘게 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들을 사용하는 사용자인 앵글러의 능력도 아주 중요하지만, 구성요소 중 하나인 가이드가 우수하면 낚싯대의 성능이 좋아지고 성공적인 낚시, 좋은 조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성능이 좋은 우수한 가이드가 갖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은, 릴에서 방출되는 라인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고 낚싯대의 무게균형을 해치지 않으며 릴에서 방출되는 낚싯줄이 엉키지 않고 릴을 감을 때 낚싯줄에 꼬임을 주지 않고 또한 낚싯줄을 상하게 하면 안 되는 등 다양하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낚싯대 블랭크의 성능 유지
주축인 블랭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능(휨새와 리프트파워)을 충분히 발휘시켜 주어야 한다.

릴의 성능 유지
낚싯줄을 방출하고 회수할 때 트러블이 생기면 안 된다.

낚싯줄의 성능 유지
낚싯줄과의 접촉면이 매끄러워서 낚싯줄에 손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가이드링의 재질은 지금도 변화 중
가이드는 일반적으로는 금속 프레임에 광물질 링이 부착된 형태를 하고있다. 낚시하는 도중에 낚싯줄이 직접 접촉하는 부분은 가이드의 링이다. 이 링의 재질에 따라 가이드의 성능이 많이 차이가 난다.

철사로 시작해서 파인 세라믹스에 이르는 가이드링 소재의 발전에 있어서 후지공업(富士工業)은 낚시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낚싯대용 가이드라고 하면 후지 가이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품질은 둘째 문제이고, 낚싯대 완성품 제조사가 아니라 부품회사가 1960년대부터 낚시의 발전을 위해 연구를 꾸준히 지속하고 실제로 신제품 창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가이드링의 소재에 처음으로 세라믹스가 적용된 것은 1960년대 초반으로 그 이전에는 철사로 만든 와이어 가이드가 주류였다. 낚싯줄의 접촉으로 쉽사리 홈이 파이고 낚싯줄이 끊어져 버리고 마는 와이어링에 크롬도금을 하거나 철이 아닌 텅스텐카바이드로 만든 링을 사용하기도 했다. 동시에 유리로 만든 링을 사용한다거나 천연광물질인 마노(瑪瑙, Agate, Silicon dioxide)를 사용하는 시도도 있었다. 물론 무겁고 잘 깨지는 단점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가 후지공업에서 세라믹스가이드링을 개발했고 이후, 전 세계의 기준이 되었다.

▲각종 가이드

▲후지공업에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가이드링 소재의 종류.

▲후지공업의 최신 제품인 토르자이트(TORZITE) 가이드링.

SiC에 비교하면 아주 가늘게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
1962년에 후지공업이 만들어 낸 자기(磁器) 가이드링이다. 세라믹에 금속성분이 복합된 것으로 최초의 현대적 가이드링이다. 깨지는 단점이 있지만, 프레임과의 사이에 수지로 만든 쇼크 흡수 링과 함께 부착함으로써 깨질 확률이 줄면서 전 세계 낚싯대에 채용되었다. ‘Fuji 세라링’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생산하지 않는다.

SiN(질산규소, Silicon nitrate)
발전된 세라믹 가이드링으로 강도가 뛰어났다. 그러나 무겁고 역시 프레임과 링 사이에 충격 흡수 링이 필요한 깨지기 쉬운 가이드링이었다.
하드로이(Hardloy, High content Aluminum oxide)1967년에 후지공업이 일반적인 산화알루미늄 가이드링의 발전형으로 발표한 가이드링이다. ‘Fuji 하드링’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더 개량시킨 ‘O링’이란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다.

SiC(탄화규소, Silicon carbide)
후지공업이 1981년에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우수한 성능의 가이드 링 재료이다. 표면의 매끄러움, 경도, 방열성능 등 가이드에 필요로 하는 모두가 우수한 가이드 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낚싯줄 손상의 우려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알코나이트(Alconite)
SiC와 비슷한 성능을 갖는 세라믹 가이드링이다. 후지공업 제품이지만,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데, 일본 내수는 안 하고 수출용으로 SiC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토르자이트(TORZITE)
2013년에 후지공업이 새롭게 개발한 가이드링이다. 신형 세라믹스 합성소재로 SiC보다도 40% 가볍고 경도는 떨어지지만 구부림 강도가 더 뛰어나 링 자체를 얇고 편평하게 만들 수 있어서 더 가늘고 가벼운 가이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낚싯대 무게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고 낚싯대를 더욱 고성능화할 수 있다.

기타
후지공업 이외에 가이드 제조업체가 우리나라, 미국, 타이완, 중국에 있는데, 탄화규소(SiC) 이외에도 산화지르코늄(ZrO2, Zirconia), 산화알루미늄(Al2O3), 질화규소(Si3N4), 질화티타늄(TiN) 등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무기화합물을 사용해 가이드링을 만든다. 후지공업에서는 1990년대에 질산티타늄(TiN, Titanium nitrate)에 세라믹을 복합한소재인 ‘골드서멧(Gold cermet)’라는 제품을 잠시 선보인 적이 있었고 그밖에도 2001년에 한정적으로 인공루비나 인공사파이어와 같은 보석을 사용하여 장식적인 효과를 높인 고급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경도 (硬度) 비교표

▲영률 (Young’s modulus) 비교표

▲겉보기밀도 (Bulk density) 비교표

▲열전도율 (熱傳導率) 비교표

탄화규소(SiC)가 가장 우수한 이유
현재 후지공업이 생산하고 있는 가이드 링의 소재를 살펴보면, ‘토르자이트(Torzite)’, ‘SiC’, ‘알코나이트’, ‘O링’ 등의 명칭을 가진 가이드가 있다. 최신 제품인 토르자이트 가이드링이 가장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실용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가격이 저렴한 알코나이트나 O링을 생산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단한 던질낚시나 갯바위낚시에서는 원줄로 주로 나일론 모노필라멘트를 사용한다. 물론 루어낚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일론 모노필라멘트나 플로로카본 모노필라멘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PE라인이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솔직히 말해서, 가이드링 재질에 그렇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에는 SiC링 가이드가 가장 값비싼 고급품으로 최고급 낚싯대에 부착된 정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SiC가 아니라고 가이드링이 나빠서 낚싯줄이 손상을 입을 일이 웬만해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3년을 전후해 PE라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인강강도가 강력하긴 하지만 PE라인 자체가 마찰과 열에 약한 데다가 고운 모래가루를 머금은 PE라인은 마치 줄톱처럼 가이드 링을 갉아 먹었다.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건 역시 SiC링밖에 없다.

<표>1~4는 각종 소재의 경도(硬度), 영률(Young’s modulus), 겉보기밀도, 열전도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교하는 소재 중 가이드링의 소재로 SiC보다 나은 게 없다. 경도는 단단한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탄화규소(SiC)는 사파이어 다음 간다. 영률이란 어떤 물체에 가해진 힘에 대해 그 물체의 변형 정도를 보여주는데 간단히 말하면 웬만한 힘으로는 변형이 안 생긴다는 튼튼함을 보여주는 거다. 역시 탄화규소는 사파이어와 서멧(cermet) 다음으로 최고 수준이다. 겉보기 밀도는 아주 낮으므로 제품이 가볍다는 증거이다. 열전도율은 다른 소재에 비해 높으므로 열 방출이 잘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특징으로 미루어 SiC 링이 설치된 가이드는 단단하고 파이지 않으며 가볍고 열 방출이 좋아 어떤 낚싯줄, 심지어 PE라인을 혹사하는 빅게임에 있어서도 충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가벼워서 낚싯대 무게도 가벼워지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재, SiC를 능가하는 가이드링 소재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다.

전문가를 위한 최고급품 낚싯대라면 ‘토르자이트’나 ‘SiC’, 중저가 낚싯대라면 ‘알코나이트’나 ‘O링’, PE라인을 사용한다면 ‘SiC’나 그 이상인 ‘토르자이트’인데, 같은 PE라인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참치를 낚는 것처럼 고부하가 걸리는 빅게임에선 역시 ‘SiC’보다 좋은 게 없다.

취재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kogyo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