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현장]

울진 죽변 앞바다 팁런

11월이 끝? 12월까지 롱런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씨알 좋은 무늬오징어가 올라왔습니다.”

기자에게 울진 팁런 소식을 알려준 유규상(쯔리 켄 필드스탭, 유튜버 낚시하는팔계형) 씨가 팁런으로 낚은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에깅이 국내에 보급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올해처럼 전국적으로 무늬오징어가 호황을 보인 적은 없었다. 무늬오징어 호황지로 꼽히는 남해의 통영, 거제, 남해, 여수는 물론 동해남부 경주, 포항, 영덕을 비롯해 동해북부의 강원 양양이나 고성까지 호황이 이어진 것은 처음 있는일이다. 에깅 마니아들이 ‘매년 올해처럼 무늬오징어가 낚이면 다른 낚시는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올해 조과는 대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초에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정보를 하나 들을수 있었다. 강원도와 경북 울진 지역에서 매년 무늬오징어 에깅을 즐기고 있는 유규상(유튜버 낚시하는팔계형·쯔리켄 필드스탭) 씨는 11월이 지나도 울진 죽변 앞바다에서 무늬오징어 배낚시(팁런)가 잘 된다고했다. 팁런의 경우 남해도 11월로 접어들면 시즌을 마감하는 것이 보통인데, 11월 중순 이후에도 잘 된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골장항 앞바다에서 촬영한 골장방파제. 이 주변부터 팁런을 시작해 북쪽으로 이동했다.

▲보트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권오대 씨.

▲골장항 내항

▲유규상(좌) 씨와 권오대 씨가 슬로프에서 보트를 내리고 있다.

▲HDF 에기 케이스. 36개의 에기 케이스가 따로 구분되어 있어서 바늘이 걸리지 않아 편하게 쓸 수 있다.

주변에는 소품을 담는 공간도 있다.

수심 15m지만 50g 팁런 에기 사용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월 23일 울진 골장항(죽변항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항)에서 권오대 씨의 보트를 타고 출조하기로 했다. 오후3시에 출항해서 오후 피딩을 노리고 야간 팁런까지 병행할 계획이었다. 원래는 낚싯배를 탈까 생각했지만 11월 말에는 팁런 출조를 하는낚싯배를 찾을 수 없었다.

오후 3시. 통영 골장항에 유규상, 권오대, 이인직 씨가 모여 권오대 씨의 소형 FRP보트를 타고 항을 빠져 나갔다. 소형 FRP보트는 약한 조류에도 잘 흘러가기 때문에 오히려 수심이 얕은 울진권이라면 더 빨리 많은 자리를 탐색할 수 있어 낚싯배보다 장점이 많다. 권오대 씨가 배를 몰고 나간 곳은 죽변항 북쪽에 있는 죽변등대공원 일대와 더 위에 있는 울진의 석호항 일대. 조금만 더 올라가면 강원도 삼척이어서 강원도권 해역이라도 해도 이상하지 않는 곳이다.

포인트에 도착한 후 30g 팁런 전용 에기에 20~30g 싱커를 추가로 장착해 탐색을 시작했다. 수심은 15m 내외였지만 생각보다 조류가 빨리 흘러서 금방 보트가 흘러갔다. 그래서 처음에는 40g 내외의 팁런에기를 썼으나 나중에는 주로 50g 내외의 에기를 사용했다.

▲팁런으로 무늬오징어 첫수를 올리고 있는 유규상 씨.

▲출조에 동행한 일행이 모두 무늬오징어로 손맛을 보았다. 권오대 씨.

생각보다 씨알이 크지 않지만 작은 개체 중에서 알주머니를 가진 것도 있었다.

▲출조에 동행한 일행이 모두 무늬오징어로 손맛을 보았다. 유규상 씨.

생각보다 씨알이 크지 않지만 작은 개체 중에서 알주머니를 가진 것도 있었다.

▲출조에 동행한 일행이 모두 무늬오징어로 손맛을 보았다. 이인직 씨.

생각보다 씨알이 크지 않지만 작은 개체 중에서 알주머니를 가진 것도 있었다.

바닥에 에기가 닿으면 2~3회 액션
울진에서 팁런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포인트에 접근해 권오대 씨가 신호를 주면 에기를 바닥까지 내린 후 릴을 두세 바퀴 감고 그대로 기다리면 된다. 운이 좋으면 내려가는 에기를 무늬오징어가 바로 덮칠 수 있고, 바닥에 닿는 순간에 입질이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질은 바닥에 에기가 닿은 후 2~3회 액션을 주고 잠시 기다리면 들어오는 식이다. 액션을 줄 때는 빠르고 간결하게 서너 번만 주는 것이 좋다. 그후 배가 조류에 밀리면서 에기가 자연스럽게 바닥층을 유영하게 해주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첫 입질은 유규상 씨에게 왔다. 포인트를 두어 차례 옮긴 후에 입질을 받을 수 있었으며 보트가 조류에 흘러가는 중 초리가 묵직하게 힘을 받으며 휘어지는 입질이 들어왔다. 그후에는 권오대 씨도 바로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는 초리가 쭉~ 빨려 들어가는 강한 입질이 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늬오징어의 활성도가 올라가는 듯했다.

▲수면으로 올라오자 많은 양의 먹을 뿜으며 저항하는 무늬오징어.

▲쯔리켄에서 출시한 신형 팁런 에기스타TR. 3.5호 기준 30g이며 여기에 10~20g 에기 마스크를 씌워 팁런을 했다.

▲유규상 씨가 사용한 팁런 전용 로드. 제이에스컴퍼니의 닉스팝 에깅 팁런 S682L-M이다.

▲“찬바람이 강하게 불지만 무늬오징어는 여전합니다.” 골장항으로 철수 후 조과를 보여주는 취재팀.

좌측부터 권오대, 유규상, 이인직 씨.

▲보트 물칸에 살린 무늬오징어를 꺼내고 있다.

시즌은 12월 말까지 계속
기대한 오후 피딩에는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준비해온 오리털파카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밤이 깊어가자 표층수온이 오르며 바람도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유규상 씨는 “초겨울에 부는 바람은 성질이 모두 다릅니다. 서풍이나 북풍은 차갑고 건조해서 수온을 금방 떨어트리고 반대로 남풍이나 동풍은 따뜻한 기분이 듭니다. 특히 11월이나 12월에 남풍 계열의 바람이 불어준다면 낚시하기 좋습니다. 단, 12월이 되면 주로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그때는 조과가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울진을 돌며 팁런을 한 결과 킬로급을 포함해 30마리가 넘는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었다. 이 정도 조과면 무늬오징어 피크 시즌인 10월에 거둔 조과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만족할 수준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킬로급으로 큰 씨알은 한두 마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 시즌 후반임에도 큰 씨알이 잘 낚이지 않는 것일까?

유규상 씨는 “연안으로 들어오는 무늬오징어는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거의 연중 산란을 하고 있습니다. 봄에 가장 많이 하며, 강원도와 경북 울진은 7~8월에 산란하는 대형 무늬오징어를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 후 10월을 전후로도 알을 숙성시키는 개체들을 더러 볼 수있는데, 깊은 곳에서 겨울에 산란을 하는 개체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중 산란이 이어지다보니 큰 씨알이 낚이는 시즌이 줄어들고 500g 내외의 씨알이 연중 낚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잔챙이들은 연안에서 연중 먹이사냥을 하며 몸집을 불리기도 하며, 일찍 산란에 참여해서 일찍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운 11월 말에도 자잘한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는 것입니다.”

경북 울진의 무늬오징어 팁런은 길면 12월까지 시즌이 이어진다고 한다.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날은 출조할 수 없고 강풍이 잦아들고 바람이 바뀌어 날씨가 따뜻한 날에 나가면 12월에도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때는 낚싯배가 팁런 출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보트를 이용해 나가야 하며,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모인 장소를 찾아내면 뜻밖의 호황을 맞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