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거제 앞바다 갈치 배낚시

갈치텐야로 굵은 놈만 쏙쏙!

박주헌 ㈜한조크리에이티브 영업팀장

▲갈치텐야에 걸려든 갈치. 갈치텐야는 미끼를 물어뜯는 과정의 갈치를 바늘로 찍어내는 낚시기법이다.

▲캐스팅마켓 김창훈 대표가 갈치를 들어뽕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몇 종류가 있다. 2020년 6월 실시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조사에 따르면, 오징어(15.0%), 고등어(12.4%), 김(11.4%)에 이어 갈치가 7.7%의 선호도로 보이며 무려 4위를 기록했다. 해조류인 김과 두족류인 오징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 생선 중 하나인 것이다.

허나 그런 국민생선 갈치가 막상 집 앞 마트에서는 비싼 몸값 탓에 쉽게 접근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2지 이하의 풀치, 선동갈치(배에서 급냉하여 유통한 갈치), 세네갈 등지에서 들어온 수입 갈치 등은 그나마 가격이 저렴하지만, 국산 은갈치(낚시로 어획하여 비늘이 손상되지 않고 깨끗한 개체)는 3지 이상부터는 마리당 1만원은 예사고, 좋은 품질의 4~5지급 대왕갈치는 마리당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값 비싼 갈치를 낚시로 직접 낚아 먹는다면 어떨까?
먼 바다 갈치낚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 꾼이 아닌 이상 일반인이 항구에서 몇 시간이나 떨어진 포인트까지 나가 10단이 넘는 어부식 전문 채비를 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먼 바다 갈치낚시는 레저라기보다는 어부들의 조업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갈치 텐야는 필드가 근해이고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테크닉 덕분에 나날이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갈치텐야란 물고기 모양의 지그헤드에 꽁치나 정어리 등의 생미끼를 결합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낚시방법이다. 갈치텐야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갈치낚시에 비해 장비와 채비가 간편하다는 것이며 가장 강력한 매력은 씨알 선별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일본에서 잠시 생활할 당시 이 조법을 처음 접했는데, 그때 눈에 띄게 뛰어난 조황과 씨알에 신세계를 경험한 듯한 느낌이었다. 올해도 근해 갈치 씨알이 부쩍 굵어진 11월 중순에 맞춰 거제도 구조라항에 위치한 거제대구낚시를 찾아 갈치텐야를 시도해보았다.

▲갈치텐야에 꽁치살을 결합한 모습.

▲전동릴을 사용해 갈치를 끌어내는 필자.

▲필자가 갈치텐야로 올린 4지급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쯔리겐 허선웅 스탭도 굵은 갈치로 손맛을 즐겼다.

▲올라오는 도중 꼬리를 물려 뜯긴 갈치.

▲쿨러 가득한 갈치 조과.

11월은 내만에도 큰 씨알 접근하는 시기
낚시점에서 꽁치 생미끼를 구매한 후 거제대구낚시의 뉴벤쿠버호를 타고 오후 4시경 출항하였다. 포인트는 구조라항에서 홍도 방향 30분 거리 해상. 장비는 갈치텐야 전용 로드에 합사 2호가 감긴 소형 전동릴을 준비했다.

필자는 거제대구낚시 구봉진 사장의 추천으로 2호 합사를 사용했는데, 굵은 원줄을 꺼려하는 낚시인들은 1~1.5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지그헤드는 쯔리겐사 갈치텐야인 후네HG 40호와 50호를 준비했다. 목줄은 따로 매지 않고 텐야 제품에 함께 동봉된 나일론 리더를 사용했다. 리더가 동봉된 텐야를 사용하면 도래만 달아 바로 낚시가 가능하므로 채비 교체 또한 빠른 것이 장점이다.

벤쿠버호가 이맘때 굳이 먼 바다까지 나가지 않는 이유는 7~11월까지는 어린 갈치가 내만으로 들어와 머물고, 11월 초나 중순이 되면 큰 씨알까지 근해로 군집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지나 본격 겨울에 들어서고 수온이 떨어지면 갈치들은 제주권 혹은 그 남쪽의 심해로 사라져버린다. 즉 11월 중순까지라면 굳이 먼 바다까지 나가지 않아도 큰 갈치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2019년 1월, 필자가 일본 오사카만에서 갈치텐야로 올린 5지가 넘는 갈치.

국내에서 이런 굵은 씨알을 낚을 수 있는 겨울 갈치텐야가 보편화되기를 기대한다.

기본 액션은 슬로우 리트리브, 저킹, 스테이
해 질 무렵이 되자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되었다. 선장이 어군탐지기를 통해 갈치가 분포해있는 수심층을 방송으로 알려주면 그 지점까지 채비를 내린 후 천천히 감아올리며 낚시를 시작했다.

갈치텐야의 기본 액션은 슬로우 리트리브(천천히 감아 들이는 것)와 저킹(로드를 짧게 끊어 당겨 지그헤드에 액션을 주는 동작)이다. 저킹 이후 스테이 시간을 주면 갈치가 미끼를 공격할 시간을 여유롭게 가질 수있다.

리트리브 도중 저킹 액션을 한두 번 주고 스테이 시간을 주자 휘어져 있던 초리대가 스윽- 들리며 일자로 펴진다. 갈치가 텐야의 몸체 부분을 밑에서 공격하여 들어 올렸다는 뜻이다. 이때 재빨리 챔질하면 텐야의 바늘이 회전하며 갈치의 턱에 걸리게 된다.

처음 낚시를 시작할 당시 수심은 50m 전후였는데 선장이 “어군이 40미터 수심에 있다”고 알려주었고 그 수심을 지속적으로 공략하자 이곳저곳에서 갈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동출한 낚시인들도 어렵지 않게 입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는 대체로 3지 전후의 씨알들이 올라오더니 자정을 넘기자 본격적으로 큰 씨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가 사용한 쯔리겐사의 후네FG 갈치텐야.

한겨울 먼 바다 갈치텐야 유행을 기대하며

낚시 도중 재미있는 일이 하나 일어났다. 후킹 후 걸어낸 갈치의 꼬리가 싹둑 잘려 올라온 것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큰 입을 갖고 있는 갈치는 포악해서 자신의 동족도 잡아먹는 공식(共食) 습성을 갖고 있는데 바늘에 걸려 꼼짝 못하는 동족을 덮치는 녀석들의 엽기석 습성은 무서울 정도였다. 반면 이러한 흉폭한 공격 본능은 갈치낚시가 처음인 사람이라도 누구나 쉽게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갈치를 처리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절대 손으로 잡지 말고 물고기 전용 집게를 이용하여야 한다. 갈치의 이빨은 칼처럼 날카롭고 변칙적으로 나 있기 때문에 한 번 물리면 피가 철철 흐르고 지혈도 잘 되지 않기때문이다. 필자 역시 갈치텐야를 처음 했을 때 몸부림치는 갈치 이빨에 찔려 손을 다친 적이 있었다.

갈치의 포악한 공격습성 덕분이었을까? 이날 함께 출조한 일행들은 모두 평균 3지 이상, 큰 씨알은 5지급도 쿨러를 채웠다. 다만 이날은 집중적인 피딩 타임이 없었고, 중간중간 꽤 오랜 시간 동안 소강상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낚싯배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포인트 이동을 하며 탐사낚시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조만간 갈치텐야가 더욱 대중화된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됐다.

12월로 접어든 현재는 근해권 갈치텐야는 거의 막을 내린 상황이다.

좀 더 먼 바다로 나가 시도한다면 충분히 조과를 올릴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한겨울 낚시가 시도되지 않고 있다. 내년에 갈치텐야의 인기가 더욱 올라간다면 시즌도 한겨울로 연장되는 계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든 조행길이었다.

갈치낚시가 막연히 어렵게 느껴진다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텐야조법으로 입문해 볼 것을 강력추천한다.

출조문의 구조라항 거제대구낚시 뉴밴쿠버호 055)681-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