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부산 가덕도에서 기장까지

호래기 찾아 삼만리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호래기를 낚기 위해 부산 가덕도 외양포방파제로 출조한 낚시인들.

유튜브 촬영을 하는 등 잔뜩 호래기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출조했지만 정작 호래기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앙증맞은 씨알의 호래기가 스테에 걸려나왔다. 겨울이면 연안으로 떼로 몰려들며 맛이 좋아 회, 구이, 라면으로 즐겨 먹는다.

예전에는 호래기를 부산경남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시시한 잔챙이 오징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동해와 서해까지 호래기가 낚이고 그 맛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두 말할 것 없이 맛있고 재밌는 것이 호래기낚시의 인기비결. 올해도 겨울밤을 녹일 호래기낚시 시즌이 시작됐다.

호래기낚시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포인트를 잡는 것이다. 예전에는 낚시점을 통해 미끼를 구입하며 알음알음 포인트를 찾아가면 틀림없었지만 최근에는 낚시인들이 포인트를 잘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호래기가 떴다 하면 호래기를 노린 어선들이 접근하기 때문에 예전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가장 먼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연안에 도착하는 호래기를 첫탕으로 뽑아 먹는 것이 호황을 맞는 비결이다.

▲기장 월내방파제 옆 연안을 찾아 호래기를 낚은 박정운 씨.

▲호래기를 유인하기 위해 켠 집어등. 호래기낚시를 할 때는 필수다.

무조건 첫탕을 노려라
지난 11월 29일, HDF 필드스탭 박상욱 씨와 함께 통영, 거제, 부산, 기장의 호래기 포인트를 이잡듯 뒤진 결과, 부산의 가덕도와 기장에서 호래기가 낚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디로 갈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선택한 곳은 가덕도. 이런 순간에는 몸을 두 개로 나눠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갔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기에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덕도에는 이미 현지 유튜버가 다녀갔고 호래기도 곳곳에서 비친다고 하여 좀 더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 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결과 그것은 함정이었다. 유튜버가 방파제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지만 곰곰이 내용을 들어보니 본인도 오늘 처음 소문을 듣고 출조를 했고 주변 낚시인들도 비슷한 소문에 방파제를 찾은 것이라고 했다. 함께 출조한 박상욱 씨와 박정운 씨는 그야말로 ‘멘붕’.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저녁부터 낚싯대를 던졌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우리는 함정에 빠졌음을 인정했다. 그 이유는 요맘때가 되면 인터넷에 익명으로 거짓정보를 올려서 낚시인들을 골탕 먹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거기에 당한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철수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처음에 후보로 나온 기장을 찾기로 결정했다. 가히 빛의 속도로 포인트를 옮겼다. 각자 일을 마치고 가덕도에 모여 잠시 낚시를 하다가 이야기를 나누니 벌써 야심한 밤이 된 바람에 시간이 한참 모자랐다.

▲호래기 2단채비를 만들 때 사용한 소품.

HDF의 피나투라 미니 스퀴드지그를 베이스로 2단채비를 꾸리고 목줄에 집어등(왼쪽 하단 제품)을 달아준다.

▲HDF 필드스탭 박상욱 씨가 씨알 좋은 호래기를 낚았다.

▲가덕도 외양포방파제 콧부리. 발판이 좋아 낚시하기 편하다.

▲가덕도 천성항방파제. 내항에 가로등이 있어서 내항으로 호래기 포인트가 형성된다.

▲가덕도 외양포방파제. 호래기가 붙으면 좌우측 방파제에서 모두 호래기를 낚을 수 있다.

▲스테에 걸려나온 호래기. 호래기는 몸통 길이가 15cm면 다 자란 상태다.

반갑다 호래기야!
일행이 찾은 곳은 부산 기장군의 월내방파제. 큰 방파제는 공사 때문에 진입이 불가능했고 주변에 작은 선착장 주변의 상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고 아주 조용하기만 했다.

조심스레 상판에 올라가 집어등을 켜니 무반응. HDF에서 출시한 호래기 전용 에기로 2단채비를 꾸리고 천천히 전층을 탐색하니 전혀 반응이 없었다. 여기도 틀렸구나 생각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철수를 하려는 순간, 집어등 언저리에서 호래기 비슷한 것이 한두 마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봐서는 호래기인지 꼴뚜기인지 작은 치어인지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녀석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더욱 낚시에 집중했다.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자정을 넘은 시각.

추워서 못 버티겠다고 발을 동동 구를 즈음에 박상욱 씨가 첫 호래기를 낚아 올렸다. 채비 아래는 1.5호 에기, 위에는 말랑말랑한 스테를 연결한 2단채비로 전층을 아주 천천히 훑은 결과다.

박상욱 씨는 “며칠 전만해도 호래기가 많다고 했지만 아직도 연안에서 빠지지 않는 갈치 때문에 호래기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해거름이나 자정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호래기가 낚이는 것을 보아 여전히 이 주변에서 갈치가 호래기를 노리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본격적으로 호래기 피딩을 보려면 갈치가 완전히 빠지는 12월 말이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호래기의 본격 시즌이 원래 1월부터니 늦은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집어등을 켜고 채비를 날리는 낚시인들. 겨울밤이 춥지만 호래기를 낚는 재미에 빠지면 밤을 새는 경우가 흔하다.

▲출조 당일의 빈약한 조과.

이제막 시즌이 시작해서 폭발적인 조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호래기는 항상 떼로 다니기 때문에 곧 마릿수 조과 소식이 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말이면 본격 시즌 시작
반가운 호래기를 보니 당장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싶었지만 한 마리를 먹기엔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낚시를 한 끝에 추가한 호래기는 총 10마리. 손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에 호래기 10마리를 낚았지만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박상욱, 박정운 씨도 연신 호래기를 보며 즐거워했지만 얼굴은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어 굳어 있는 듯했다.

새벽 3시가 되어 낚시를 마치고 얻은 결론은 12월 말이면 기장 일대로 호래기가 붙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호래기는 단독으로 생활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낱마리 조과가 있을 수 없다. 아직 연안으로 붙지는 않았지만(반대로 갈치를 피해 완전히 내만에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디엔가는 호래기가 연안으로 붙을 준비를 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꾸준하게 탐사만 하면 호래기를 낚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이번 출조에 낚은 10마리의 호래기는 지금 먹는다고 해서 별 의미가 없다. 냉장고에 보관한 후 나중에 마릿수 조과를 올릴 때 함께 먹어도 늦지 않다. 냉동한 호래기는 깍두기 등의 김장 재료로 사용해도 좋고 다른 오징어와는 달리 냉동 후 회로 먹어도 된다. 이제 막 시작한 호래기 시즌도 다른 두족류처럼 대박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