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추천]

완도 갈마도

선비 2만5천원으로 감생이 타작하다

이영규 기자

▲갈마도 뒤편 중간 포인트에서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푸가 필드테스터 윤화열 씨.

취재일에 출조한 낚시인 중 가장 많은 마릿수 조과를 올렸다.

▲윤화열 씨가 들물 시간에 올린 감성돔을 보여 주고 있다. 취재일에는 4짜를 낚지 못했지만 30cm 이하도 거의 낚이지 않았다.

완도 신지도에서 뱃길 15분 거리 갈마도는 완도권의 대표적 가을 감성돔 낚시터다. 내만이지만 봄부터 늦겨울까지 꾸준하게 감성돔이 낚이고 씨알도 만만치 않아 늘 낚시인들로 붐빈다.

▲포인트를 향해 밑밥을 날려 보내는 윤화열 씨. 전방 25m 지점의 수중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윤화열 씨가 사용하는 푸가 구멍찌들. 푸가 구멍찌들은 무겁고 감도가 좋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무렵, 눈길을 끌만한 가을 감성돔낚시 현장을 물색하던 중 완도 갈마도가 레이더에 들어왔다. 갈마도는 완도권 내만 섬으로 현재는 다리로 연결된 신지도에서 출조한다. 신지대교(2005년 완공) 완공 전에는 완도항에서 낚싯배를 이용했으나 지금은 현지 출조점을 이용하는 것이 시간, 비용 면에서 앞선다.

올 가을 신지도 일대 조황이 좋다는 소식은10월부터 들어왔지만 솔직히 구미가 크게 당기지는 않았다. 마릿수 조과는 좋을지 몰라도 으레 30cm 미만 잔챙이 위주로 낚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초가을이니 당연했지만 전 달 해남권 출조에서 손바닥보다 약간 큰 놈들만 낚다가 흥미를 잃은 터라 기대감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출조 전날 전화 통화한 푸가찌 필드테스터 윤화열 씨로부터 “4짜는 장담 못해도 30에서 35센티급은 마릿수로 보장합니다. 오죽하면 제가 청산도를 놔두고 가을 내내 갈마도를 찾겠습니까. 한 번 내려와 보시죠”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신반의하면서도 한편으론 한동안 찾지 않았던 신지도권 감성돔낚시라는 점에서 취재 욕구가 생겼다. 내가 마지막으로 신지도권을 취재한 것이 무려 20년 이상 됐고 신지대교가 놓인 후로는 한 번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솔깃했던 것은 선비였다. 신지도 동고리항에서 갈마도까지 2만5천원이었다. 요즘 보기 드문 저렴한 뱃삯이 아니던가. 이점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것으로 보였다.

▲잔잔한 수면에서 가을 감성돔을 공략 중인 취재팀.

▲갈마도 북쪽 갯바위에 내린 낚시인들이 방금 올린 감성돔을 살림망에 넣고 있다.

▲취재일에 사용한 엔에스 알바트 로스 브이아이피 프로 릴대.

▲“또 한 마리 했습니다!” 방금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는 윤화열 씨.

씨알도 탄탄, 오전 11시에 벌써 10마리

11월 16일 새벽에 광주에서 윤화열 씨와 만나 그의 차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새벽 5시즈음 신지도 동고리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해변낚시에 도착하자 손님들의 휴대전화 끝번호가 적힌 밑밥들이 비닐봉지에 담겨있었다. 미리 주문한 것들이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사장님이 계시기에 인사를 드리려고 명함을 꺼내자 “낚시춘추 이영규 기자지요. 나 기억납니까?”라며 먼저 말을 걸어오신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97년 겨울 어느 날, 당시 일산 삼원레저 회원들과 완도에서 차도선을 타고 들어와 이용했던 그 낚시점이 아니던가.

당시 사장님께서는 “이 한겨울 완도 내만에서 무슨 감성돔이 낚이냐?”며 의구심을 품던 나에게 크게 서운하셨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보다 먼저 알아봐주시고 반겨주신 사장님께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만 24년만의 만남이었다.

동고리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해변낚시는 현지신지도에서 가장 많은 손님을 확보 중인 출조점이라는 게 윤화열 씨의 설명이었다.
밑밥을 챙겨 선착장으로 이동하자 해변호가 벌써 2항차 손님을 내려놓고 들어오는 중이었다. 평일인 목요일인데도 3항차까지 뛰는 것을 보니 소문대로 ‘감성돔이 제법 낚이는구나’싶었다. 10분 정도 달려 우리가 내린 곳은 갈마도 북쪽 갯바위. 흔히 신지도의 반대편이라는 의미로 ‘갈마도 뒤편’ 자리로 불리는 포인트다. 그 중 우리는 가장 가운데 포인트에 상륙했다.

이 포인트는 전방 25m 지점에 널찍한 수중여가 박혀있는데 썰물 때 그 주변에서 입질이 집중된다고 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커야 32~33cm일 거고 보나마나 25cm내외급이 절반 이상 섞여 낚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첫수가 올라오면서부터 예상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동이 트자마자 윤화열 씨가연속 3마리를 히트했는데 전부 31~33cm급이었다. 나도 3마리를 연달아 올렸는데 이 중한 마리만 30cm에서 1cm 정도 빠질 뿐 나머지 2마리는 모두 32~33cm급이었다. 이정도면 가을 씨알치고는 수준급이 아닌가.

오전 10시 무렵에 이미 7마리 이상을 낚은 우리는 ‘10마리만 낚고 취재를 끝내자’고 했는데 실제로 11시가 되기도 전에 10마리를 채울 수 있었다.
윤화열 씨의 설명대로 이 포인트에서는 중썰물 무렵까지 입질이 집중됐고 간조로 접어들 때쯤 입질이 살짝 뜸해졌다. 멀리 왼쪽 끝바리에 내린 두 명의 낚시인도 연신 뜰채를 대는 것으로 보아 우리와 비슷한 마릿수 조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였다.

철수 무렵인 12시경부터 들물이 흐르는 시간에 4마리를 더 낚아 총 14마리를 채웠는데 최근 경험한 내만 감성돔낚시 조황 중 최고 수준이었다. 좀 더 일찍 왔더라면 10월부터 재미를 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감성돔을 연타로 히트한 윤화열 씨가 뜰채를 집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취재팀과 같은 날 출조해 쏠쏠한 손맛을 본 광주의 오명선 씨.

▲갈마도 동쪽 연안. 굴곡이 심하고 여가 많아 겨우내 감성돔이 많이 몰린다.

▲윤화열 필드스탭이 취재일에 올린 마릿수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영암에서 온 김준 씨는 갈마도 서쪽 갯바위에서 재미를 봤다.

FISHING GUIDE

신지도권 적합 물때와 낚시 요령

갈마도, 혈도, 모항도 등이 있는 신지도 내만은 사리물때에는 뻘물이 발생해 낚시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리물때에도 낚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 히 마릿수와 씨알이 떨어진다는 게 단골들의 얘기다. 그래서 보통은 조금~5 물 사이가 가장 낚시하기 좋고, ‘조금사리’ 때는 사리물때까지도 좋은 조황을 기대할 수 있다. 수심은 6~8m권이 많기 때문에 1호찌채비면 충분하다. 올 해 완도 내만에는 고등어나 전갱이 같은 잡어가 거의 안 보이기 때문에 미끼는 크릴이면 충분한 상황. 현지 낚시점에 예약하면 필요한 만큼의 밑밥을 미리 개어 놓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감성돔용 밑밥을 보여주는 윤화열 씨. 압맥을 많이 섞어 한 번 들어온 고기가 오래 머물도록 만들었다.

신지도 내만은 겨울에도 5짜 낚이는 곳
갈마도는 요즘 보기 드문 저렴한 선비와 풍성한 마릿수 조과 덕분에 평일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는 중이다. 해변낚시에서는 갈마도, 대혈도, 소혈도, 모항도, 형제섬 외에 신지도 본섬권으로도 출조를 하고 있다. 취재한 갈마도만 조황이 좋은 게 아니라 물때에 따라 다양한 섬에서 고른 조황이 나오고 있다.

취재일에는 씨알도 탄탄했지만 12월로 접어들면 35~40cm급이 많이 섞이게 되고 5짜가 넘는 씨알도 종종 섞여 낚이게 된다. 실제로 취재일 대혈도에서는 50cm가 넘는 씨알도 낚였는데 그 옆자리에서 함께 낚시한 광주의 오명선 씨가 직접 건너가 고기를 구경하고 왔다고 한다.

원래 신지도 동고리 일대는 20여 년 전부터 ‘겨울에 5짜가 낚이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축양장에서 배출하는 배출수의 영향이다. 수온이 높은 배출수에 각종 먹잇감까지 섞여 나오면서 감성돔이 근해로 몰리고 영등철에도 5짜가 불쑥 튀어나올때가 많다. 최근에는 소개가 덜 되는 편이지만 20년 전 낚시춘추를 보면 ‘겨울철 다크호스’라는 주제로 겨울에 신지도 내만을 소개한 기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면 신지도 일대 감성돔은 언제까지 피크를 맞을 것인가. 윤화열 씨는 12월까지를 마릿수 피크로 보는 동시에 1월 한 달을 대물 시즌으로 예상했다. 12월은 11월만큼의 마릿수는 아니지만 좀 더 탄탄한 4짜급을 만날 수 있고 마릿수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1월부터는 내만 수온이 뚝 떨어지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 축양장 영향으로 겨울낚시가 제법 잘 된다고. 특히 시간 여유가 없어 원도나 중거리권 섬을 찾기 어려운 경우 최고의 출조 코스라는 게 윤화열 씨의 설명이었다.

문의 신지도 동고리 해변낚시 010-2110-6345(내비에는 ‘동고리해수욕장’을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