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유료터]

"할아버지가 뜰채를 대주셨어요"

안성 만정낚시터 가족낚시 예찬

김병조 ㈜천류 민물스탭, 유튜브 춤추는찌불의 일조삼락

어느덧 짧기만 했던 가을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나부끼는 낙엽은 가을이 저물어가는 것이 아쉬운지 바람결에 흩날리면서도 이내 자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경기 안성 만정낚시터로 낚시여행을 떠났다.

▲드론으로 촬영한 안성 만정낚시터 관리소 인근 수상좌대들.

안성 만정낚시터는 경부고속도로 안성톨게이트로 진출하면 10분 거리다. 그래서 수도권 어디에서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낚시터에 도착하자마자 이색적인 가족 한 팀이 눈에 띄었다.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긴 한데 관리소 앞 벤치 부근에서 3대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숯불을 피고 고기를 굽고 있다. 양념이 잘 밴 돼지고기를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서 할아버지가 딸과 손자에게 건네주는 정겨운 풍경이다.

관리사무소에 들러 박동림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는 오늘 낚시할 펜션형 좌대를 배정받았다. 만정낚시터는 수면적 7만8천평의 평지형 저수지이다.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없는 곳으로, 잔 씨알부터 월척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씨알의 붕어로 손맛을 볼 수 있다.

외래어종이 없어 낮에는 피라미와 살치 등의 입질도 있는 편이지만 주로 가족 출조객이 대부분이라 무엇이든 잘 낚이면 좋기에 어린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만하다.

낚시는 주로 좌대와 잔교에서 이루어지며 노지는 일부분이었다. 노지 입어료는 3만원. 좌대는 구형 좌대와 신형 좌대 총28개가 있으며 구형 좌대는 신형 좌대로 교체를 진행 중이다.

좌대는 모두 연안에 배치돼 있어서 주차 후 걸어서 진입할 수있다. 2인 좌대부터 6인 좌대까지 출조 인원에 맞추어 선택하면 된다. 특히 다락방이 있는 신형 좌대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 주말은 예약이 필수이다.

신형 좌대를 기준으로 펜션형 좌대는 3인 기준 평일 12만원, 주말 15만원이며 복층형은 6인 기준 평일 25만원, 주말 30만원으로 입어료 포함 가격이다. 대부분 좌대에는 야외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다. 주 어종으로는 토종붕어, 수입붕어, 떡붕어, 잉붕어, 잉어, 향어, 메기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있다. 자생 새우도 많아서 새우를 채집하여 미끼로 쓴다면 허리급 붕어도 낚을 수도 있다고 한다.

▲가족과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펜션형 좌대.

▲가족과 함께 온 하준제 군은 씨알 굵은 향붕어를 낚았다.

배우 정병호 씨와의 동출
오늘은 배우 정병호 씨와 펜션형 좌대에 올랐다. 낚싯대를 만드는 조구사의 간판이 걸려 있어 내심 큰 기대감도 생겼다. 펜션형 좌대는 보통 좌대와는 달리 지붕이 따로 없고 어닝이 설치되어 있어 햇빛을 차단하려면 어닝을 앞쪽으로 빼면 된다. 낚시터 수상좌대도 점점 진화돼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펜션형 좌대는 연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정병호 씨와는 떡밥 제조업체 ‘예감’ 낚시밴드에서 함께 활동하며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는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극단 ‘창고’에서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때는 극단 예삶을 창단하여 대표로 있다가 지금은 서울연극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TV 드라마에도 진출해 광개토대왕, 복면검사, 종합병원 등 사극과 현대극 등의 장르를 넘나들면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낚시 시작 30분 만에 정병호 씨에게 먼저 입질이 왔다. 멋진 찌올림에 낚인 붕어는 5치 애기 붕어였다. 계속해서 입질이 오는데 피라미, 살치, 애기붕어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낚아낸다. 조금은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다. 5치 붕어를 낚으면서 하는 말이 “4치, 5치 붕어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저 자연을 벗 삼아 물가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지요”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오랜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연기처럼 여유가 느껴졌다.

잡지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는데도 빈 좌대가 없을 정도로 가족 출조객들로 넘쳐났다.
붕어 씨알에 상관없이 그저 낚는 재미에 빠져 즐거워하는 풍경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던 3대 가족은 관리소 앞 잔교에서 낚시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하준제 군의 살림망에는 씨알 좋은 잉붕어와 7~8치 토종붕어 두 마리가 담겨 있었다. 잉붕어를 끌어낼 때 할아버지가 뜰채로 담아주셔서 힘들게 꺼냈다고 한다. 그때의 흥분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저수지 제방 길로 이어진 산책로에는 걷기체험 중인 가족 출조객도 보였다. 만정낚시터를 끼고 산책로가 잘 조성이 돼 있어 가족과 함께 저수지 풍경을 감상하면서 산책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제방 위 상공에서 내려다본 만정낚시터.

▲서울에서 온 박명규 씨는 90cm가 넘는 향어를 낚았다.

▲마릿수 조황이 뛰어난 관리소 앞 수상좌대와 부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 낚시!
저녁식사 후 찌불을 밝히고 밤낚시에 돌입했다. 물속에 넣어두었던 채집망에 미끼로 쓰기에 적당한 새우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새우의 껍질을 까고 미끼로 사용하니 낮보다는 조금 큰 8치 붕어가 낚였다. 정병호 씨도 좀 더 나은 씨알의 붕어를 낚이자 기대감을 가졌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대물 붕어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따뜻한 방에서 달콤한 잠에 취한 뒤 아침장을 보기 위해 낚시를 하였지만 오히려 입질은 없었다. 이쯤에서 이번 출조는 마감하기로 하고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비록 큰 붕어는 만나지 못했지만 자연이 내어주는 그대로를 즐기면서 새로운 낚시 친구를 만들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출조가 되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 낚시이기에 빈약한 조과에도 서운하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동출하기로 약속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문의 010-5251-8348

▲만정낚시터 수상좌대는 주차 후 연안에서 걸어갈 수 있어 편리하다.

▲펜션형 좌대의 실내. 4인 가족이 머무르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아침 일찍 출조한 하준제 군 가족 3대가 숯불 돼지 바비큐로 식사를 즐기고 있다.

▲필자와 동출한 동갑내기 배우 정병호 씨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