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정읍 대포제

연 줄기 삭고 붕어 방공망 뚫렸다

이영규 기자

굳이 전남 지역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물낚시를 즐길만한 낚시터가 전북 지역에는 많다. 그중 정읍시 감곡면에 있는 대포제는 결빙만 되지 않으면 겨우내 물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하절기에 수면을 뒤덮고 있던 연도 삭아내려 낚시 여건도 좋아진 상태다.

▲둘째 날 정오 무렵 큰 입질을 받아낸 최규민 씨. 4짜 붕어로 오인하게 만든 고기는 체색이 밝게 변한 잉어였다.

▲대포제 취재에 동행한 노성시 씨가 글루텐 떡밥으로 올린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탁한 물색 때문인지 붕어들이 밝은백색을 띠고 있다.

전주 스마트피싱조우회 최규민 총무와 전북지역 겨울 물낚시 취재지를 선정하다가 정읍대포제를 낙점했다. 대포제는 감곡면 용곽리들판에 자리한 평지지로 하절기에는 연이 무성해 낚시가 힘든 곳이다. 특이하게 아직까지는 배스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다양한 씨알의 붕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을 최규민 씨에게 알려준 전주 한정섭씨의 말에 의하면 한 달 전 출조했다가 최대 39cm 포함 8~9치급도 여러 마리 낚았다고. 소문에 의하면 5짜 붕어도 출몰했다고 한다.

지난 가을은 전북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물낚시 조황이 부진했던 상황. 그 와중에 대포제의 저력을 아는 전북 지역 일부 낚시인들이 틈틈이 찾아 재미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안 상류 연안의 축사. 연이 밀생한 곳과 접해 있어 좋아보였다.

▲낚시를 마치고 철수를 준비 중인 최규민 씨. 가볍고 설치가 편한 ‘봄향기’ 좌대를 사용 중이다.

▲좌안 중류에서 바라본 하류권. 멀리 보이는 제방도 수심이 1.5m 정도로 얕았다.

▲취재일 올라온 대포제 붕어와 잉어. 흙탕물 영향으로 밝은 체색을 띠고 있다.

악수로 작용한 늦가을 장대비
우리가 현장에 도착한 지난 11월 13일. 사흘간 내린 늦가을 장대비로 바닥은 온통 진흙으로 돌변한 상태였다. 여름이라면 몰라도 겨울초입의 늦가을 비는 낚시에 이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수온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반적 조황도 좋지 않았던 시기라 걱정은 태산 같았다.

대포제는 제방이 높지 않은 곳이라 상류와 하류의 수심 차이가 크지 않았다. 몇 년 전중상류 일대를 준설하면서 전역의 수심이1.5~2m로 평준화됐다. 상류권도 얕은 곳이 1.5m 이상은 나왔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최규민 씨 일행 중 노성시 씨가 가장 최상류에 자리를 잡았고 최규민씨는 우안 상류 초입에 좌대를 폈다.
준설로 인해 수심 차가 없다보니 포인트 잡기가 애매했는데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축사였다. 최규민 씨 자리에서 논둑을 따라 40m 정도 더 들어가면 소 축사 앞인데 연밭과 열린 수면과의 경계점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여기에 축사 앞을 흐르는 도랑이 내 자리 옆수면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곳이 과거에는 최고의 명당이다. 지금은 축산폐수를 무단 방류했다가는 큰 일 나지만 축산폐수가 방류되는 곳에는 늘 붕어가 꼬이게 돼 있다. 평소 같으면 역한 냄새가 고통스럽겠지만 추운 날씨 덕분에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4짜 붕어인 줄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48cm 잉어를 보여주는 최규민 씨.

4짜 붕어로 오인케 만든 ‘백잉어’
이른 저녁을 먹고 자리에 앉으니 추위가 밀려왔다. 보온장비인 ‘이글루’를 무릎에 덮고 앉으니 다행히 추위는 막을 수 있었다.
걱정했던 대로 밤 9시가 되도록 입질은 감감무소식. 봉돌이 완전히 바닥에 닿는 옥올림채비에 옥수수를 미끼로 썼는데 같은 방식으로 낚시한 옆 자리 최규민 씨도 별다른 입질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글루텐을 미끼로 쓴 노성시 씨는 초저녁에 입질을 받아 7~8치급을 4마리가량 올렸다고 전해왔다. 확실히 큰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부드러운 미끼에 붕어들이 반응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그렇게 별다른 소식 없이 아침이 밝았고 우리는 점심무렵까지 낚시 시간을 연장해보기로했다. 취재 전 큰 비가 내리기 이전에도 밤에는 입질이 뜸하고 오히려 낮 시간, 특히 오후12시를 전후해 잦은 입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점차 햇살이 따뜻해지던 오전 11시 무렵 내우측에서 낚시하던 최규민 씨 자리에서 물소리가 크게 났다. 놀라서 달려가 보았더니 4짜는 충분해 보이는 고기가 뜰채에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4짜가 넘는 붕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잉어였다. 폭우로 저수지 물색이 탁해지다보니 붕어들의 체색이 하얗게 변했는데 붕어만 변한 게 아니라 잉어도 밝은 흰색을 띠었다.

같은 시간 내 맞은편에서 낚시한 이충길 씨가9치급을 한 마리 올렸고 역시 비슷한 시간 노성시 씨가 8치급 2마리를 추가하면서 이날 낚시를 마쳤다.

▲좌안 중류에 앉 은 이충길 씨는 9치급으로 손맛을 봤다.

전 연안에 삭는 연 즐비
비록 취재일에는 월척 붕어를 만날 수 없었지만 대포제를 한 바퀴 둘러본 결과 겨울 물낚시터로 매력이 넘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상류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전 연안에 삭은 연줄기가 잠겨 있었는데 구멍이 적당히 넓어 스윙낚시로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해보였다.

12월~1월 사이 극저수온기에는 조황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산란을 앞둔 붕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2월부터는 최고의 시즌이 펼쳐질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때 다시 한번 대포제를 찾기로 약속하고 취재를 마쳤다.

가는 길 내비에 ‘대포제(정읍시 감곡면 용곽리)’ 또는 정읍시 감곡면 용곽리 1146을 입력하면 낚시터 앞까지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