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_여수 배낚시]

오징어게임보다 더 재밌다

甲오징어게임

김경태 테일워크 필드스탭·광주 케이릴샵 대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낚시대상을 꼽으라면 갑오징어와 주꾸미가 아닐까 싶다. 가을이 되면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기 시작해 겨울로 갈수록 씨알이 커진다. 조금만 요령을 익히면 누구나 손쉽게 손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재밌지만 이보다 더 재밌는 게임이 갑오징어낚시라고 생각한다.

▲"허벌나게 커부러요!” 왕문어를 낚은 김지원 씨.

▲김지원 씨가 문어를 걸어 힘겹게 올리고 있다.

조류 빠른 곳에선 문어가 먼저 인사
지난 10월 23일 토요일. 주말을 맞아 지인들과 함께 여수 내만권으로 갑오징어 출조에 나섰다. 여수 신월항에서 퍼펙트호를 타고 30분 정도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포인트여서 멀미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장비는 주꾸미와 갑오징어 베이트릴 전용 장비를 쓰고 합사 1호에 고급 갑오징어 전용 에기를 사용했다. 봉돌은 10~20호(주로 18호 사용)를 썼으며 조류의 세기에 따라 무게를 조절했다. 포인트에 도착한 직후에는 춥다고 느낄 정도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었다. 요즘은 출조하는 날마다 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바뀌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는 일이 많다. 이날도 역시 안심하고 출조했다가 지인 한 사람이 초반에 멀미로 고생을 했다.

동이 트기 직전부터 채비를 열심히 내리고 올렸다. 낚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채비를 내린 후 바닥에 봉돌이 착수되면 릴링을 하여 라인의 텐션을 유지한다. 그후 에기의 무게를 느끼며 입질을 기다리면 끝이다. 낚싯대를 통해 봉돌에 무게가 더해지면 살짝 챔질한다. 갑오징어는 먹이를 잡는 촉수가 짧기 때문에 챔질을 살짝 해주어야 릴링할 때 빠지지 않는다.

가장 먼저 내가 입질을 받았다. 첫 수 치고는 나쁘지 않은 씨알의 갑오징어를 올렸다. 동료 낚시인들 역시 멀미를 한 사람을 빼고는 곧바로 손맛을 보며 마릿수를 채워나갔다. 여럿이 출조할 경우 좋은 점은 입질받은 에기 컬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특정 컬러로 입질을 받으면 얼른 그 색상으로 바꾸면 된다.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가끔 큰 씨알의 문어도 올라왔다. 조류가 빠르게 흐르는 포인트에선 봉돌을 20호로 교체하고 에기가 바닥층에 머무를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갑오징어보단 문어가 걸려드는 일이 잦았다.

▲갑오징어 조과를 두고 기념 촬영을 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지원, 최광석, 필자, 이지안 씨.

▲필자가 갑오징어낚시에 사용한 베이트릴 장비.

▲여수 신월항에서 갑오징어 배낚시 출조를 나가는 퍼펙트호(맨 우측).

▲출조 당일의 조과. 일행 5명이 낚은 양만 130마리가 넘는다.

5명이서 130마리 오버
문어가 낚이는 자리를 빼면 대부분의 포인트에서 갑오징어가 잘 낚였다. 씨알은 주먹만 한 것부터 작은 무급까지 다양했다. 작은 무급의 갑오징어는 한 마리를 올리는 데도 꽤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힘이 셌다.

무작정 들어 올리는 것은 금물이고 뜰채질은 필수다.
해가 중천에 뜨고 정조 타임에 조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에기를 멀리 던져서 바닥을 끌어오는 방법으로 낚시를 했다. 조류가 약할 때는 광택이 없는 내추럴컬러 에기에 입질이 잦았다.

나는 후미에서 낚시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선미의 오른쪽에서는 아쿠아컬러에, 왼쪽에서는 레드컬러에만 입질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리와 컬러를 몇 번을 바꿔도 결과는 같았고 전혀 다른 컬러를 쓰면 입질을 하지 않았다. 주변의 낚시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쿠아컬러와 레드컬러에 입질이 좋아서 조과는 만족스러웠다.

철수할 무렵엔 웃긴 일도 있었다. 갑오징어가 계속 잘 나오자 선장님이 낚시인들에게 ‘철수하자’는 말을 못하고 머뭇거린 것이다. 한창 잘 나오는 시간대에 철수하기가 미안해서 결국 두 시간을 더 낚시했고 참다 못한(?) 내가 “선장님 저 이제 광주로 돌아가야 해요”라고 말해서 겨우 철수를 할 수 있었다.

두 시간을 더 낚시했으니 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전부 개인 망태에 한가득 갑오징어를 담을 수 있었고 문어와 주꾸미도 덩달아 올라와 만선을 기록했다. 이번 출조에 지인과 함께 총 5명이 출조했는데, 낚은 갑오징어를 세어보니 130마리가 넘었다. 방생한 것들도 제법 되었기에 낚은 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늦게 철수했지만 선장님은 우리에게 영업 멘트를 잊지 않고 날리셨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갑오징어 사이즈가 더 커지고 마릿수도 많아집니다!”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계속해서 맴도는 선장님의 달콤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결국 다시 한 번 갑오징어 출조예약을 잡았다.

출조문의 여수 퍼펙트호 010-8867-7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