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_고성 배낚시]

본격 시즌!

수심 100m에서 솟구치는 大口

이영규 기자

강원도 고성 앞바다 대구 지깅이 본격 시즌을 맞았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달가량 늦게 낚시가 시작됐지만 마릿수 조과는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다. 고성 앞바다 대구 지깅은 어구가자미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 중순 이전까지 출조가 이어진다.

▲대구 지깅용 채비들. 왼쪽부터 외줄채비, 어시스트훅, 메탈지그, 봉메탈.

▲취재일 선두에서 65cm급 대구를 올린 박상국 씨. 잔챙이 성화 속에서 가장 먼저 굵은 씨알을 올렸다.

▲대구 지깅 장비와 채비를 세팅한 모습. 외줄채비의 어피바늘에는 웜을 꿰어주면 입질이 활발하다.

강원도 근해 배낚시 중 가장 중량감 넘치는 배낚시는 대구지깅이다. 대구는 큰 놈이 80cm가 넘고 잔 씨알도 50cm를 상회하기 때문에 손맛만 놓고 본다면 가히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대구를 하루에 많게는 20여 마리 이상 낚을 수 있고 초보자도 10여 마리는 거뜬히 낚을 수 있다. 이처럼 씨알과 마릿수를 모두 감안할 때 가장 가성비 좋은 낚시가 동해안 대구 지깅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낚시법이 너무나 쉬워 초보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보통 지깅이라는 장르는 전문가들이 즐기는 매우 어렵고,힘이 들며, 돈까지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구 지깅만큼은 예외다. 부시리나 방어를 노리는 일반적인 지깅은 수심층을 정확히 캐치한 후 그에 맞는 값비싼 메탈지그와 고난이도(?) 저킹으로 공략하지만 대구 지깅은 그와는 다르다.

400g 정도 되는 메탈지그(또는 봉처럼 생긴 봉메탈)에 어시스트 훅을 연결한 뒤 단순히 바닥을 찍었다 올렸다만 반복하면 된다. 액션도 별 다른 게 없다. 솔직히 말이 지깅이지 거의 고패질낚시와 유사한데 주로 밑걸림 없는 사니질 바닥을 노리기 때문에 어쩌면 우럭낚시보다 더 쉬운 낚시라고 할 수있다.

▲남양주에서 온 박영주(좌) 씨와 손영규 씨가 정오 무렵 동시에 올린 굵은 대구를 자랑하고 있다. 취재일 최고의 마릿수 조과를 거뒀다.

▲외줄채비의 바늘을 물고 올라온 대구.

▲HDF의 대형 아이스박스. 마릿수가 좋은 강원북부 대구 지깅에서는 빅 사이즈 아이스박스가 필수다.

▲손영규 씨가 대구를 수면까지 끌어내자 최상용 선장이 가프로 찍어내고 있다.

▲배 후미에서 중치급 대구로 손맛을 본 박근영 씨.

올 가을 잔챙이 득세 이유는 너무 느린 조류(?)
지난 10월 14일, 공현진낚시마트의 돌핀마린호를 타고 올해 첫 대구 지깅 취재에 나섰다. 올해는 늦게까지 피문어가 잘 낚인 까닭에 작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 출조가 시작됐다.

사실, 이미 한 달 전부터 ‘대구가 잘 낚인다’는 소식은 들려왔지만 피문어낚시가 더 상품성이 높다보니 현지 낚싯배들이 지각출조한 것도 이유였다.
이날은 평일이고 첫 출조이다 보니 출조 인원이 10명밖에 되질 않았다. 이 중 초보자로 보이는 낚시인이 4명 정도.
‘선수급’ 낚시인은 6명에 불과했다.
낚싯배가 항구를 벗어나 북쪽으로 5분가량 항해하다 멈춰섰다. 수심 100m 지점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이날 사용한 메탈지그는 400g짜리. 작년까지는 370g짜리를 썼는데 올해는 약간 더 무거운 것으로 통일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원도 북부권 대구 지깅은 정통 지깅과는 채비법이 다르다. 임원이나 삼척에서는 메탈지그만 달아 낚시하지만 강원북부에서는 메탈지그에 외줄채비를 연결해사용한다. 즉 메탈지그에 어시스트 훅을 다는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그 위로 어피바늘이 달린 외줄채비를 연결하는 게 차이점이다. 외줄채비는 볼락용인데 그 중 바늘이 가장 큰 제품을 사용한다. 보통 6개의 바늘이 달렸다. 이 중 절반을 잘라 메탈지그에 연결하는 것이다(가지바늘에 배스낚시용웜을 꿰어주면 더욱 입질이 잘 들어온다). 통째로 연결해도 되지만 그러면 채비가 너무 길어져 다루기가 불편해진다.

첫 채비가 내려가자마자 입질이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약한 입질이라 의아했다. 좌우에 선 낚시인들의 채비에 30cm가 채 못 되는 씨알들이 올라왔다.

작년에는 잘아도 40cm 이상급은 됐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혹시나 올해는 잔챙이가 득세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올 가을에 유난히 느리게 흐르고 있는 조류 때문이었다. 보통 서해와 남해는 들물과 썰물이 분명하고 조금 물때와 사리물때에 따라 조류 세기에도 변화가 크다. 그러나 동해안은 물때별 조고차가 거의 없다보니 들물과 썰물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특히 동해북부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수심까지 깊다보니 조류 흐름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조류가 잘 흐르다가도 며칠 동안은 너무 느린 상황이 지속된다. 특정 패턴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변화는 매우 불규칙적이라 동해안 현지 어부들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올 가을 대구 씨알이 잘게 낚인 것도 이 느린 조류 탓이라고한다. 유영능력이 떨어지는 대구는 평소에는 바닥층에 머무는데 큰 놈들은 움직임이 굼떠 루어가 활발하게 움직여야만 공격본능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류가 느리다보니 잔챙이들이 먼저 달려든다는 게 현지 선장들의 얘기다.

▲공현진낚시마트의 돌핀마린호를 타고 대구를 노리는 낚시인들.

▲오전에 잔챙이 성화에 시달리다가 철수 직전 굵은 씨알을 여러 마리 올린 안경섭 씨.

▲대형 쿨러에 담긴 다양한 씨알의 대구.

▲최상용 선장이 안경섭 씨가 걸어낸 대구를 가프로 찍어내고 있다.

조류 느리면 고패질 폭 커야 굵게 낚여
첫 포인트에서 30분가량 낚시했으나 40cm에 못 미치는 씨알들만 낚이자 돌핀마린호 최상용 선장이 좀 더 깊은 120m 수심으로 배를 몰았다. 첫 포인트보다큰 씨알이 올라오는 곳이지만 수심이 너무 깊어 초보자들이 낚시하기 힘든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이곳 역시 조류 흐름이 약한 것은 비슷했다. 그러자 최상용 선장이 마이크를 잡고 목청을 높였다.

“지금처럼 조류가 약할수록 고패질 폭을 크게 해야 됩니다. 그래야 큰 놈들이 유혹돼 입질을 합니다. 힘이 들더라도 최대한 높게 낚싯대를 들어주세요.”

100m가 넘는 수심에서 400g짜리 메탈지그를 쉬지 않고 흔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최상용 선장의 말처럼 하자 드디어 쓸 만한 씨알이 걸려들었다. 선두에서 낚시하던 박상국 씨가 65cm급 대구를 올린 것이다.

동시에 선두와 선미 할 것 없이 50cm 이상급 대구가 솟구치며 배 안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열심히 고패질에 동참해 50~55cm급을 연타로 올릴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4군데 정도 포인트를 옮겨가며 낚시한 결과 1인당 10~20마리의 대구를 올릴 수 있었다. 다만 50~60cm급이 1인당 많아야 서너 마리 수준이었던 게 아쉬웠지만 마릿수 조과는 작년과 비슷했다.

지난 11월 초에 최상용 선장에게 최근 조황을 묻자 ‘여전히 조류가 느려 잔챙이가 많이 낚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바람에 체력 좋은 낚시인들이 주로 굵은 씨알을 솎아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동해 북부 앞바다의 조류 흐름이 언제 왕성하게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이미 한 달가량 느린 조류가 지속된 만큼 본격적인 겨울 바다로 변하는 11월 중순이면 조류 흐름이 확실히 살아날 것이라는 게 현지 선장들의 전망이다. 어쩌면 올해는 초반에 굵은 씨알들이 많이 살아남은 만큼 후반기에 굵은 씨알이 대거 올라올지도 모를 일이다.

문의 공현진낚시마트 010-3352-6692

▲취재일 사용한 장비. 바낙스 카이젠 Z150W 소형 전동릴과 유양산업의 BOAT POLE 662XXH 낚싯대.

FISHING GUIDE

받침대 거치 후 고패질하면 유인효과 약해
낚싯대를 손으로 들고 하는 고패질이 힘들어 받침대에 낚싯대를 거치해 흔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확실히 힘은 덜 들지만 입질 유인효과는 떨어진다. 낚싯대를 손에 들고 치켜들면 메탈지그가 거의 수직으로 올라오지만 받침대에 거치하면 낚시인 쪽으로 당겨지며 솟구치기 때문에 메탈지그의 상승 폭이 줄어든다. 조류가 잘 흐를 때는 이 방법도 상관없지만 조류가 약한 상황이라면 힘이 들어도 낚싯대를 손에 들고 고패질하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