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_추자도]

갯바위 원투낚시에서

오리지널 갈돔을 낚다

박광호 시마노 원투낚시 스탭, 대물던질낚시카페 운영자

▲직구도 추자코지에서 맞는 일출.

▲수령섬 북쪽에서 권순찬 씨가 올린 55cm 갈돔.

우리나라에서 종종 낚이는 구갈돔보다 귀한 갈돔으로서 일본에서는 최고의 원투낚시 대상어 중 하나로 꼽힌다.

▲추자도 원투낚시 조과를 자랑하는 대물던질낚시 회원들. 왼쪽부터 권순찬, 최병걸, 김명국, 정용선 씨다.

지난 10월 말, 경남 내만권 바다로 감성돔 원투낚시를 가볼까 하다가 마지막 참돔 손맛을 보고 싶어 출조버스를 타고 추자도로 향했다. 안양 리더낚시 단체출조에 예약하고 보니 이젠 원도권 원투낚시 매니아가 되어버린 ‘대물던진낚시’ 회원 5명이 이미 나보다 먼저 예약을 한 상태였다.

동호회 부매니저인 김용석 씨는 아직은 시즌이 이르지만 감성돔을, 정용선 씨는 돌돔을, 다른 회원들은 참돔을 목표로 했다. 나는 밤낚시를 좋아해 야영을 택했고 다른 회원들은 모두 민박낚시를 하기로 했다.

추자도에 도착해보니 여름 시즌이 끝나고 계절이 바뀌는 시기여서 낚시인은 많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원하는 포인트에 어렵지 않게 내릴수 있었다.
나는 직구도에서 거북바위로 불리는 추자코지에 내렸다. 봄~여름에 동호회 회원들이 80cm가 넘는 대물 참돔을 낚은 곳이다. 갯바위 원투낚시인들은 늘 릴찌낚시인들과 포인트 경쟁을 하는데 최근 들어 원도를 찾는 원투 매니아가 늘면서 포인트 선점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채비 세팅을 마치고 나니 동풍 영향으로 너울이 조금 남아있고 물색도 어두웠다. 조류도 거의 멈췄고 맞바람이 강해 입질에 대한 기대가 크지않았다.

그런데 낚싯대 한 대의 초릿대가 살짝 휘어지기에 붕장어라고 의심했다. 아직 동이 완전히 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끼를 갈아줄 겸 낚싯대를 빼들어 살짝 견제하자 도미 특유의 ‘쿡-’ 하는 어신이 전해졌다. 황급히 후킹한 뒤 올리자 60cm 정도 되는 중치급 참돔이었다. 시마노의 참돔 전용 바텀킹 8호가 아닌 감성돔 전용 바텀킹 6호에 들어온 입질이라 감성돔 전용대로 손맛을 즐기기에 충분한 씨알이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입질이 뜸했다. 물때가 1물인 탓도 있겠지만 조류는 너무 약했고 바람마저 계속 거셌다. 입질 또한 없어 동호회 회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역시나 나처럼 낚시 직후에만 손맛을 봤고 동이 튼 후로는 잡어 입질조차 끊겼다고 한다.

▲필자가 직구도 추자코지에서 올린 60cm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참돔 조과 사진 속에 갈돔이?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나를 제외한 모든 회원들이 민박집으로 철수했다. 그리고 철수와 동시에 조과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왔는데 악생이에서 낚시한 김명국 회원의 참돔 씨알이 가장 좋았다. 동틀녘 만조 물돌이에 8짜 1마리와 7짜 2마리 등 연속 3마리를 올렸다. 이 정도면 대박에 가까웠다. 아쉽게도 내가 낚은 참돔이 가장 잘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참돔 조과 사진 속에 갈돔 한 마리가 찍혀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종종 낚이는 구갈돔이 아닌 ‘오리지널’ 갈돔이었다. 씨알도 중치급이었다. 흥분한 나는 추자도의 선장님과 가이드들에게 이 고기가 자주 낚이냐고 묻자 본인들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회를 떠먹으려고 했으나 살이 물러 포기했다고 한다.

갈돔의 씨알은 55cm였는데 초반 입질의 파워는 참돔 7짜급에 육박했다는 게 권순찬 씨의 말이었다. 권순찬 씨는 “돌돔이나 감성돔처럼 쿡쿡 처박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참돔처럼 차고 나갔다. 랜딩 내내 도미처럼 꾹꾹 처박아 손맛이 대단했다”며 당시의 느낌을 설명했다.

참고로 갈돔은 일본에서는 최고의 ‘처박기낚시’ 대상어다. 현재 나를 비롯한 대물던진낚시 회원들이 참돔 원투낚시에 사용하는 바텀킹(8호대)낚싯대의 본래 용도 역시 갈돔을 대상어로 제작된 낚싯대다.

갈돔은 참돔처럼 1m 이상까지도 자라는 대형어로서 힘은 참돔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일본에서 대형 갈돔을 노릴 때는 목줄을 카본사 20~24호를 사용한다. 당연히 전용 바늘도 있는데 돌돔바늘보다 크고 굵은 게 특징이다. 미끼는 두족류인 문어나 낙지를 주로 사용한다.

내친김에 더 자세히 검색해보기로 했다. 갈돔은 갈돔류 중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라고 한다. 살이 물러 일본에서도 회로는 잘 먹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익혀 조리해 먹는다고. 낚시춘추 자료를 뒤져보니 제주도에서 7짜급이 올라온 적은 있었다.

▲원투대의 초리를 쳐다보며 참돔 입질을 기다리는 필자.

▲철수길에 상추자항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필자가 추자도 원투낚시에 사용한 시마노사의 바텀킹 로드와 스핀파워 릴.

▲김용석 씨는 상추자도 다무래미 포인트에서 43cm 감성돔을 낚았다.

전용대로 올린 최초의 갈돔 기록이 될 듯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음날은 동풍도 약해지고 날도 쾌청했으나 이날은 별다른 조과를 올리지 못했다. 감성돔을 목표로 출조한 부매니저 김용석 씨는 일요일까지 남아 상추자 다무래미를 공략한 끝에 결국 원했던4짜 감성돔 한 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취재팀의 조과를 살펴보면 내가 직구도 거북바위에서 59cm 참돔, 권순찬 회원이 수령섬 북쪽에서 참돔 62cm와 55cm 갈돔, 김명국 회원이 악생이에서 83, 74, 71cm 참돔, 최병걸 회원이 수령섬 배꼽에서 40cm 참돔, 김용석 회원이 상추자 다루래미에서 43cm 감성돔을 낚았다.

아무튼 이번 추자도 원정은 대단한 마릿수는 올리지 못했으나 모두 기본 손맛을 봤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아울러 수온 상승이 지속되면서 과거에 보기 힘들던 참치, 강담돔등의 아열대성 어류의 출현이 빈번해지는 시기에 이번에는 갈돔까지 확인한 터라 가슴이뿌듯했다. 앞으로 필자 일행이 준비한 전용대에 맞는 원투낚시 어종들을 상대할 날이 멀리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한 마리였지만 갈돔 전용 낚싯대로 ‘오리지널’ 갈돔을 올린 것은 원투낚시계로서는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필자의 사용 장비와 채비

릴 시마노 스핀파워

로드 시마노 바텀킹 T500

원줄 선라인 합사 4호

힘줄 선라인 돌돔줄 20호

목줄 선라인 카본 10~12호

미끼 개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