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해남 앞바다는 감성돔 보고(寶庫)

어룡도, 무주공산 감성돔 천지

이영규 기자

▲“또 왔습니다. 오늘 마릿수 좀나오겠는데요.”

취재일 어룡도 마을 앞 까막섬에 내린 홍경일 씨가 먼 거리에서 감성돔을 걸어 손맛을 즐기고 있다.

전남 해남 앞바다는 감성돔의 보고(寶庫)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는 완도와 고흥에 크게 뒤진다. 낚싯배가 적고 전문 출조점도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을 감성돔 피크시즌에도 해남 앞바다에는 무주공산 낚시터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중 한 곳이 이번에 찾은 어룡도다.

▲전형적인 가을 감성돔 씨알을 보여주는 다이와 필드테스터 홍경일 씨.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에 해남 어룡도를 찾았다. 어룡도는 전남 해남군 송호해수욕장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유인도다. 낚싯배를 타면 불과 20분이면 도착하는데 직선코스로는 고작 4.5km 거리다.

취재팀이 많은 유명 섬들을 놔두고 서울에서 어룡도까지 찾아간 이유는 한적함 때문이다. 당시 전남권에서는 완도권 청산도, 고흥권 부도, 섭도, 다랑도 등이 호황을 보여 큰 혼잡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명세만 좇아 출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들러리’를 자처하는 상황. 지명도는 다소 떨어져도 일단 포인트 걱정 없이 내릴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유리한데 그래서 엄선한 곳이 어룡도였다.

송호선착장에서 가까운 어룡도는 봄 감성돔낚시도 잘 되지만 가을에 더욱 주목받는다. 일단 가깝고 마릿수가 뛰어나며 조황기복이 덜하다. 봄에는 큰 놈 한 마리 승부가 되지만 가을에는 마릿수 재미가 탁월하다. 여기에 섬 전체를 빙 둘러 전복 양식장과 다시마 양식장이 설치돼 있어 자연스럽게 감성돔이 꼬이고 포인트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해남 앞바다에는 어룡도 외에도 뱃길 20분 안쪽이면 찾아갈 수 있는 가을 감성돔낚시터가 즐비하다. 소개하는 어룡도에서 10분만 더 바깥 바다로 나가면 소장구와 대장구도, 형제섬 등이 있고 참돔 명소로 유명한 죽굴도도 코앞이다. 내만을 벗어나 추자 방면으로 나가면 보길도권의 닭섬, 멍섬 같은 곳에 내릴 수도 있다.

▲“마릿수 재미는 최곱니다.” 김성식 씨가 어룡도 등대 밑에서 거둔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룡도 등대 밑 포인트. 앞쪽으로 양식장이 보이고 그 뒤로 소원정도와 대원정도가 차례로 보인다.

둘째 날 어룡도 등대 밑 포인트에서 감성돔 타작
10월 29일 금요일 밤에 서울을 출발해 해남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새벽. 송호해수욕장 한쪽에 자리한 작은 선착장(선착장이라기보다는 작은 슬로프)에서 낚싯배를 타고 새벽 5시에 어룡도로 들어갔다. 주말이었지만 선외기에 승선한 낚시인은 모두10여 명, 팀으로 치면 4팀에 불과했다. 우리를 빼곤 모두 목포에서 온 낚시인들이다. 같은 시간 다른 출조점 낚싯배들도 출조에 나섰겠지만 우리와 낚시터가 겹치지는 않았다.

첫날은 다이와 필드테스터인 홍경일 씨와 함께 어룡도 마을 앞에 있는 까막섬이라는 곳에 내렸다. 1주일 전 홍경일 씨 일행이 내려 35cm 내외급을 여러 마리 올린 자리였다. 이맘때 해남 앞바다에서 35cm급이면 매우 훌륭한 씨알이라 기대가 컸다. 그러나 포인트에 내려 수심을 재보고는 깜짝 놀랐다. 만조인데 수심이 고작 4.5m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이런 수심대라면 중들물~중썰물 사이에만 제대로 된 낚시가 가능할 듯해불안했다.

이제 막 초썰물이 시작될 때라 낚시를 서둘렀다. 얕은 수심을 고려해 0.5호로 구멍찌 채비를 세팅한 뒤 30m가량 원투해 낚시를 시작했다. 초썰물 조류는 좌우로 불규칙하게 움직였는데 왼쪽 송호선착장 쪽으로 조류가 흐를 때 입질이 들어왔다. 낚시 시작 30분 만에 홍경일 씨가 30cm급을 걸어냈고 곧이어 나에게도 비슷한 씨알이 걸려들었다.

이때만 해도 ‘역시 가을이라 수심은 별 상관이 없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후로는 손바닥급 잔챙이만 낚일 뿐 쓸 만한 씨알은 올라오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섬 반대편 어룡도 등대 밑 포인트에 내린 김성식 씨와 용강철 씨도 비슷한 씨알을 3마리 낚았다고 알려왔다.

결국 첫날 마릿수 조과는 예상보다 떨어졌는데 그에 반해 목포낚시인들은 마릿수 재미를 톡톡히 봤다. 어룡도 출조가 잦았던만큼 포인트에 대한 이해도 또한 우리보다는 높은 것 같았다.

▲목포에서 온 정영주, 김영복 씨가 소장구도 에서 올린 마릿수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어룡도 마을과 까막섬 사이 물골에서 선상 찌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

▲취재일 낚시한 곳

오후 1시에 송호선착장으로 철수해 1박한 뒤 이튿날 새벽에 다시 어룡도를 찾았다. 우리는 전날 용강철 씨와 김성식 씨가 내린 등대 밑에 내렸고 두 사람은 전날 목포 낚시인들이 10마리가 넘는 마릿수 조과를 거둔 소장구도 노랑바위로 들어갔다.
어룡도 등대 밑은 만조 때 가까이는 6m, 약간 멀리 던지면 8m까지도 수심이 나와 구멍찌낚시를 즐기기에 최적이었다.
예상대로 낚시 시작과 동시에 김성식 씨가 32cm를 한 마리 올렸고 나도 곧바로 비슷한 씨알을 올리며 손맛을 즐겼다.

둘째 날은 첫날보다 날씨도 좋고 물색도 맑아 최적의 여건이었는데 우리 둘이 올린 감성돔은 총 14마리로 마릿수로는 출조팀 중 최고였다. 35cm에 달하는 씨알이 한 마리도 없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초근거리 내만임을 감안하면 이해할만한 씨알들이었다. 평소 원도권 위주로 출조하는 김성식 씨는 씨알이 너무 잘다며 5마리를 낚은 이후로는 낚시를 쉬었는데 끝까지 낚시했다면 20마리는 거뜬했을 상황이었다.

오후 1시에 찾아온 철수배를 타고 돌아본 결과 소장구도 노랑바위에 내렸던 홍경일, 용강철 씨 일행도 10마리 정도의 감성돔을 올렸고 목포와 해남 낚시인들도 5~7마리를 올렸다. 내만권 전역에 감성돔이 붙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날 소장구도 노랑바위에서 올린 감성돔을 보여주는 서울 낚시인 용강철 씨.

▲바다에서 바라 본 어룡도 남쪽 갯바위. 곳곳에 포인트가 많다.

▲김성식 씨가 어룡도 등대 밑 포인트에서 사용한 구멍찌 채비. 수중봉돌 밑에 수중쿠션을 덧달아 조류를 잘 받게 만들었다.

▲어룡도 감성돔을 낚을 때 사용한 엔에스의 플레그십 릴찌낚싯대 알바트 로스 VIP PRO.

길이가 5m로 짧아서 가볍고 조작성이 뛰어나다.

짧은 길이에서 오는 제어력 감소는 1.2호 강도로 커버하기 때문에 감성돔뿐 아니라 벵에돔낚시에도 잘 맞는다.

11월 중순에는 내만과 중거리 섬 모두 피크 맞아
보통 9월부터 시작되는 해남 앞바다 가을 감성돔낚시는 11월한 달 동안은 피크를 맞는다. 11월 중순부터는 완전 내만인 어룡도권은 물론 중거리권인 형제도, 죽굴도 등지도 감성돔 시즌에 접어든다. 이때는 10월보다 한층 굵어진 씨알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1월에는 보길도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늦가을 해남권에서는 가장 굵은 감성돔이 낚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근해권에서는 가장 바깥 바다인데다가, 추자도로 빠져나가는 내림감성돔이 마지막으로 들렀다 빠지는 곳으로 낚시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12월 초순에는 추자도만큼 씨알도 굵고 마릿수가 탁월해 ‘초등철에는 보길도만 가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꾼이 있을 정도다.
 

다만 보길도권 역시 내만권과 마찬가지로 물때를 제대로 맞춰 들어가야만 한다. 사리물때 전후는 절대적으로 피하는 게 좋고 13물 이후 5물 정도까지가 최고의 타이밍이다.

어룡도와 형제섬, 죽굴도 등지는 해남권 낚싯배들이 포인트를 공유하는 편이며 보길도권은 송지면에 있는 삼원낚시에서 주로 출조하고 있다. 밑밥은 현지 낚시점에 미리 주문하면 새벽 시간에 바로 찾아갈 수 있다.

문의 송호선착장 거성호 010-9403-1495, 해남 명성낚시 010-3608-2372

FISHING GUIDE

사리물때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해남 내만권 감성돔낚시가 늘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물때를 많이 탄다. 특히 사리물때에는 뻘물이 크게 져 조황이 많이 떨어진다. 대체로 사리~12물까지가 해당하는데 조고차가 큰 사리 때는 조금 때까지 도 뻘물이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보통 진도권은 뻘물 상황에서도 감성돔이 곧잘 낚이고 완도권에서는 뻘물 도중 맑은 물이 들어오면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해남권은 뻘물과 맑은 물이 교차하는 상황만 돼도 조황이 크게 떨어질 때가 많다. 결국 물때와 날씨 맞추기 용이한 현지 낚시인들은 출조날 잡기가 쉽지만 모처럼 장거리 출조를 떠나는 외지 낚시인들은 기회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들이 완도와 고흥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