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옥수수 미끼 완전정복]

선택 요령

잔챙이 없는 한방터일수록

작고 부드러운 옥수수가 유리하다

이영규 기자

낚시인 중에는 대물 한 마리를 노리는 한방터에서는 크고 단단한 옥수수를 꿰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작고 부드러운 옥수수를 쓸 것이냐, 크고 단단한 옥수수를 쓸 것이냐는 그 낚시터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지난 9월 군산 부곡제에서 옥수수 미끼로 올린 허리급 월척을 보여주는 신혁진 씨.

옥수수낚시의 명수로 불리는 ‘신의 한수’ 밴드 운영자 신혁진씨의 예를 들어보자. 신혁진 씨가 작년 한 해 올린 4짜 이상 붕어는 55마리다. 해당 기록은 출조와 동시에 신의 한수 밴드에 그날그날 포스팅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1년에 4짜 55마리 기록도 대단하지만 그 외 기록까지 합하면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통계에서 40cm 미만인 39cm 이하는 모두 제외했기 때문이다. 보통 한 번 출조에 최소 월척 한두 마리, 많게는 대여섯 마리도 낚기 때문에 월척 이상급만 모두 따진다면 전체 마릿수는 최소 다섯 배 이상으로늘어날 것이다.

참고로 추위를 많이 타는 신혁진 씨는 옥수수가 먹히는 4월 중순부터 12월까지만 낚시하고 겨울에는 낚시를 쉰다. 그래서 낚시 기간이 7개월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반적 붕어조황이 부진했던 올해는 11월 초 현재 40마리 이상의 4짜를 낚아놓고 있다.

신혁진 씨의 조과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낚시인 중에는 “신 프로는 주로 대물만 노리기 때문에 크고 단단한 옥수수만 미끼로 쓰지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신혁진 씨가 평소 애용하는 옥수수 미끼는 알갱이가 작고 부드러운 오뚜기사의 스위트콘이다.

미끼가 작고 부드러우면 잔챙이가 먼저 달려들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이런 의문을 갖는다면 옥수수낚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동행취재하면서 정리한 신혁진 씨의 옥수수 미끼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다.

토종터인지 배스터인지를 먼저 살핀다
토종터로 간다면 옥수수는 크고 단단한 것을 선택한다. 그래야 각종 잡어와 잔챙이 붕어들의 성화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작고 부드러운 옥수수를 미끼로 쓰면 떡밥을쓸 때보다는 더 굵은 씨알을 선별해 낚을 확률은 높지만 월척도 만나기 쉽지 않다. 이런 곳에서는 알이 크고 단단한 태국산을 미끼로 쓰며, 주로 델몬트 사각팩 제품을 애용한다.

배스터라도 중치급과 대물이 고루 낚이는 곳인지, 하룻밤 한마리 수준의 한방터인지를 살핀다
대물과 중치급 붕어가 섞여 낚이는 배스터라면 크고 단단한 옥수수를 사용해 씨알을 선별한다. 그러나 밤새 한 번 입질 받기 어려운 한방터에서는 작고 부드러운 오뚜기 스위트콘 같은 옥수수를 사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곳은 배스로 인해 잡어는 물론 중치급 붕어까지 모두 잡아 먹힌 곳이라 걸면 4짜일 정도로 붕어 씨알이 굵다. 이런 곳에서는 입질하면 대물이기 때문에 굳이 크고 단단한 옥수수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크고 단단한 옥수수를 꿰면 오히려 입질이 더디고 이물감을 증대시킨다.

▲옥수수 크기 비교. 왼쪽이 태국산 델몬트 사각팩 옥수수, 오른쪽이 오뚜기 스위트콘 옥수수다.

밑밥 뿌리는 양도 낚시터마다 달라야
신혁진 씨는 토종터냐 배스터냐에 따라서도 밑밥 사용량에 차이를 두고 있다. 일단 배스터를 기준한 사용 예는 다음과 같다.
낚시터에 도착해 대편성을 마치면 곧바로 찌 주변에 옥수수 밑밥을 뿌려준다. 채비가 떨어진 찌 주위마다 20알 정도를 뿌린다. 그리고 더 이상은 주지 않는다.

낚시인 중에는 ‘낚시 시작 전에 많은 양의 옥수수를 뿌려 붕어를 불러 모아야 한다’거나 ‘많이 뿌려도 붕어는 끊임없이 먹기 때문에 상관없다. 오히려 이런 과정에 붕어가 흥분해 활발히 돌아다니며 입질한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토종터에 해당하는 얘기다.

토종터는 일단 다양한 씨알의 붕어가 서식하고 잡어 또한 많기 때문에 많은 양의 옥수수를 뿌려도 금방 사라진다(실제로 뿌려진 밑밥이 금방 사라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잡어와 물속에 사는 작은 수생동물들의 영향도 크다). 그 효과로 붕어가 몰려오고 먹이경쟁이 생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잡어와 잔챙이 붕어가 거의 없는 배스터, 특히나 한방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곳은 일단 붕어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붕어가 내 미끼를 발견하고 먹는 것 자체가 확률게임이다. 즉 지나치게 많은 옥수수를 뿌려대면 그만큼 내 미끼를 발견하고 삼킬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신혁진 씨는 토종터를찾을 경우 아예 옥수수 밑밥을 주지 않는다).

▲신혁진 씨의 밑밥용 옥수수. 한방터에서는 한 포인트당 20알 정도만 던져 넣는다.

입질 온 자리에만 추가 밑밥 투여
그렇다고 신혁진 씨가 한방터에서 추가 밑밥을 전혀 주지 않는것은 아니다. 신혁진 씨는 찌에 반응이 온 자리에만 추가 밑밥을 던져 넣고 있다. 신혁진 씨의 설명이다.

“밤새 낚시하면서 찌에 오는 반응을 살핍니다. 예를 들어 10대의 낚싯대를 편성했는데 찌에 약간의 반응이 왔던 낚싯대라면 바로 걷어서 미끼를 확인합니다. 만약 붕어가 옥수수를 씹었다 뱉은 흔적이 있다면 그 찌 주변에 옥수수를 추가로 20알정도 던져 넣습니다. 그 주변에 붕어 무리가 들어왔었기 때문에 밑밥도 어느 정도 소비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반대로 찌에 미동도 없었던 자리에는 추가 밑밥을 거의 넣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자리에 추가 밑밥을 넣으면 그만큼 입질 확률은 떨어집니다.”

입질이 오지 않은 낚싯대의 미끼를 전혀 확인하지 않는 것은아니다. 적어도 3시간 정도에 한 번씩 채비를 꺼내어 혹시 모를 입질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신혁진 씨의 밑밥 투척 방법은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보통 1회 출조 시 옥수수캔의 3분의 1은 미끼용으로 쓰고 나머지 3분의 2를 밑밥으로 사용하고 있다.